탈북 신동혁씨와 케리 미 국무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이 23일 미국 뉴욕 월도프아스토리아호텔에서 열린 ‘북한 인권 고위급회의’에서 탈북자 신동혁씨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뉴욕/AP 연합뉴스
유엔 주재 북한대표부는 미국이 주도한 ‘북한 인권 고위급회의’가 “미국의 모략극”이라며 강력히 반발했다.
북한대표부는 23일(현지시각) 발표한 ‘공보문’을 통해 “미국은 자신들의 비위에 맞는 일부 국가 대표들만 불러 유엔 인권조사위원회 보고서가 마치 국제적인 의사를 대변하고 있는 것처럼 여론을 오도했다”고 주장했다. 대표부는 조사위 보고서가 북한의 인권 실상을 심각하게 왜곡하고 있다면서, 그 근거로 “우리를 극도로 적대시하는 미국의 모략, 날조 자료와 죄를 짓고 법적 처벌이 두려워 도주한 범죄자 등의 증언들로 일관돼 있다”고 말했다. 또 북한 쪽과 협의 절차를 거치지 않고 일방적으로 작성·발표돼 이를 인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다만, 대표부는 보고서가 정당한 절차를 거쳐서 작성된다면 이에 협조할 수 있다는 뜻을 밝혔다. 대표부는 “문제 해결에 진심으로 관심이 있다면 이제라도 충분한 논의와 합법적인 절차를 거친 공정한 보고서를 내놓아야 할 것”이라며 “우리는 이를 위해 필요한 협조를 가능한 다 제공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북한 쪽의 회의 참석 요청을 미국이 거부한 것과 관련해서는 “이 인권 소동이 진정한 인권과는 아무런 관련도 없다는 것을 실증해준다”고 주장했다.
대표부는 또 탈북자 출신으로 <14호 수용소로부터의 탈출>의 저자인 신동혁씨의 신원이 날조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신씨가 북한 인권문제를 전파하는 데 상당한 영향력을 끼치고 있는데 대해 적극 대응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신씨는 22일 인권회의에서도 민간 인사로는 유일하게 연설을 했다.
대표부는 23일 <한겨레>에 보낸 ‘신동혁 자료’에서 신씨가 생년월일과 출생지를 날조했으며, 인민학교(소학교)와 고등중학교를 정상적으로 졸업했다고 주장했다. 또 신씨 부모는 노동교화소에서 결혼한 게 아니라 교화소에 들어가기 3년 전에 결혼을 했다고 주장했다. 대표부는 “신동혁은 도주 전 북한에서의 생활경위와 가족친척 관계, 범죄행위들이 드러나는 것이 두려워 남한 정보기관이 써준 각본대로 자기 이름을 바꾸고 정체를 숨기며 살아왔다”고 주장했다.
뉴욕/박현 특파원 hyun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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