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프랑스 노르망디의 캉 기념관 앞에 해군과 간호사가 키스하는 8m짜리 대형 동상 ‘무조건 항복’이 세워져 있다. 동상은 2차 대전이 끝난 1945년 8월15일 미 해군 사진작가가 찍은 흑백사진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캉/AP 연합뉴스
9월26일치 <한겨레> 18면 오른쪽 하단에 ‘해군과 간호사’라는 제목의 큼직한 사진이 실렸습니다. (▶ [포토] 해군과 간호사) 사진 설명을 보면 ‘24일 프랑스 노르망디의 캉 기념관 앞에 세워진 해군과 간호사가 키스하는 8m짜리 대형 동상 ‘무조건 항복’ 앞에서 젊은 남녀가 사진을 찍고 있다. 동상은 2차 대전이 끝난 1945년 8월15일 미 해군 사진작가가 찍은 흑백사진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라고 돼 있습니다.
그 흑백 사진은 우리에겐 2차 대전 ‘종전 키스’로 잘 알려져 있는데요. 두 사람의 키스는 2차 대전의 끝을 상징하고 있습니다. 이 사진은 누가 찍었고, 간호사와 해군은 누구일까요?
‘종전의 키스’ 사진은 2가지 버전이 있다
사진은 일본이 항복을 선언한 1945년 8월14일(현지시간) 뉴욕 타임스퀘어에 쏟아져 나온 인파 속에서 해군 복장의 남성이 간호사 복장의 여성을 끌어안고 키스하는 모습을 담았습니다. 종전의 키스 사진은 2개의 버전이 있습니다. 키스하는 장면을 서로 다른 2명의 사진사가 찍은 것입니다.
하나는 미국 잡지 <라이프>의 사진 기자인 알프레드 아이젠슈테트가 찍은 것입니다. 이 사진은 라이프의 종전 특집 기사에서 ‘타임스퀘어에서의 대일 승전 기념일’(VJ-Day in Time Square)이라는 제목으로 소개됐습니다. VJ-Day는 대일 승전 기념일(Victory over Japan Day)이란 뜻입니다. 라이프 특집기사에 들어갈 사진 촬영을 위해 타임스퀘어를 어슬렁거렸던 그가 ‘라이카M’ 사진기로 4장의 스냅사진을 찍은 것 중 하나입니다.
아이젠슈테트는 그의 자서전 〈아이젠슈테트의 눈>(The Eye of Eisenstaedt)에서 “엄청난 인파 속에서 한 간호사를 보았고 그녀에게 초점을 맞추었는데, 마침 내 소원대로 바로 그 선원이 간호사를 껴안아 키스를 했습니다. 만일 그 여자가 간호사가 아니고 검은 옷을 입고 있었더라면 난 사진을 찍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녀의 하얀 옷과 그 선원의 검은 제복의 대조가 사진에 색다른 임팩트를 선사했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미 해군 소속 보도기자였던 빅터 요르겐센 중위도 같은 장면을 찍었습니다. 그의 사진은 <뉴욕 타임스>에 ‘전쟁 작별 키스(Kissing the War Goodbye)’라는 이름으로 게재됐습니다.
두 사진은 어떤 차이를 보이나요? 아이젠슈타인의 사진은 뉴욕 거리가 배경으로 잘 드러나 있는 게 특징입니다. 반면 요르겐센의 사진은 두 주인공을 좀 더 압축적으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간호사가 자신을 밝히지 못한 이유는?
사진에 나오는 간호사는 에디스 셰인이었습니다. 당시 뉴욕의 한 병원에서 간호사로 일했던 셰인은 1979년 사진기자 아이젠슈테트에게 편지를 보내 자신을 밝혔습니다. 셰인은 그 이전에도 그 사진을 봤습니다. 하지만 아무에게도 그 사진의 간호사가 바로 자신이라고 밝히지 않았습니다. 수십년이 지난 뒤에야 간호사가 자신이라고 공개한 것인데요. 그 이유는 “너무 부끄러워서”였습니다. 사진이 찍혔을 당시 그녀는 27살이었습니다.
셰인은 캐나다 국영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친구와 난 병원 안에 있던 라디오에서 전쟁이 끝났다는 것을 듣게 되었죠. 뉴욕 시민들은 거리로 뛰쳐나왔고, 타임 스퀘어에서도 마찬가지였어요. 그런데 한 선원이 나를 잡더니 오랫동안 키스를 하는 거에요”라고 말했습니다.
그 뒤 셰인은 유치원 교사, 케이블TV 프로듀서로도 일했습니다. 두 아들과 6명의 손자들과 8명의 증손자들을 둔 그는 2010년 91살의 나이로 로스앤젤레스 자택에서 세상을 떠났습니다.
사진 속 해군은 누구?
간호사가 누구인지 밝혀지면서 해군이 누구냐에도 관심이 일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사진 작가 아이젠슈테트는 1995년 숨질 때까지 해군이 누구인지 모른다고 했기에 사진 속 해군은 베일에 싸여 있었습니다. 사진 속 주인공이 자신이라고 주장하는 남자는 여러 명이었지만, 현재까지 확실한 사람은 나오고 있지 않습니다.
하지만 가장 유력한 인물로 언급되고 있는 사람은 글렌 맥더피입니다. 휴스턴 경찰 법의학부 소속 루이스 깁슨이 법의학 분석기법을 이용해 사진 속 해군과 맥더피의 귀·인면골·머리카락·손목·무릎·손 등을 비교해 ‘충분히 같은 사람으로 인정할 만한’ 결과가 나왔다고 밝혔기 때문입니다.
맥더피는 ‘ABC’와 한 인터뷰에서 “노스 캐롤라이나주의 캐너폴리스 해군기지에서 막 뉴욕 브루클린에 도착했을 때 한 여성이 ‘당신 때문에 너무 기쁘다’고 말해 무슨 일이 발생했느냐 되묻자 ‘전쟁이 이미 끝났다”고 전해줬습니다”라며 당시를 떠올렸습니다. 이어 그는 “너무 기뻐서 거리로 나갔는데 한 간호사가 거리에서 함성을 지르던 나를 보더니 얼굴 가득 미소를 지어 곧바로 그녀에게 가서 키스를 했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사진이 찍혔을 당시 맥더피의 나이는 18살이었으며, 셰인과는 전혀 모르는 사이였습니다. 휴스턴에서 우편배달부와 아마추어 야구선수로 일하며 평범한 일생을 살았던 맥더피는 올해 3월9일 86살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정혁준 기자 june@hani.co.kr
사진 출처 / 위키피디아
사진 출처 / 위키피디아

2차대전 종전을 가져온 지난 1945년 8월 14일 대일(對日) 전승 기념일(V-J Day)에 뉴욕의 타임즈 스퀘어에서 한 미군 수병에게 허리를 꺾이며 열렬히 키스당한 간호사 에디스 셰인(현재 90세. 앞줄 우측)이 2008년 11월 9일 뉴욕의 Vivian Beaumont 극장에서 뮤지컬 %!^a사우스 퍼시픽(South Pacific. 남태평양)의 출연진 중 한 사람인 닉 마요(앞줄 좌측)와 함께 63년전 라이프지에 실린 알프레드 아이젠슈테트의 유명한 사진속 장면을 흉내내려 하고 있다. 뒤쪽에서 미소 띤채 바라보는 수병 차림의 세 사나이들은 마요의 뮤지컬 동료들이다. 셰인 할머니는 2008 뉴욕시(市) 재향군인의 날 퍼레이드의 그랜드 마샬(대원수)로 참가하기위해 뉴욕에 머물고 있다. 뉴욕/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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