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오전 서울 마포구 공덕동 한겨레신문사 사옥에서 조은 위원장(오른쪽 앞에서 셋째) 주재로 열린편집위원회 6차 회의가 진행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한겨레 열린편집위원회] 국제면 점검
흔히 국내 언론매체들은 날마다 신문을 만들 때 국제 뉴스를 국내 정치·사회·경제 뉴스에 비해 상대적으로 홀대한다는 평이 있다. 신문에 실리는 각 섹션 지면의 크기와 비중에서 국제 뉴스는 국내 뉴스에 견줘 뒤로 밀린다는 얘기다.
제3기 한겨레열린편집위원회 마지막 6차 토론회의에선 한겨레 국제 뉴스 지면을 집중적으로 살폈다. 일부 열린편집위원들은 “꼼꼼히 국제면을 읽어보니 생각했던 것보다 <한겨레>가 국제 기사를 상당히 깊이 있게 다루고 있다”며 “그러나 한·중·일 3개국에만 특파원을 파견하고 있는 제약 때문인지 유럽을 포함한 다른 지역의 국제 이슈는 폭넓게 싣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고 말했다. 이슬람국가(IS) 보도를 둘러싸고는 “전문성이 있는 국제 기자의 깊이 있는 분석이 흥미로웠다”, “과도하게 매일 중계방송식 보도를 한 느낌이다”라는 엇갈린 평가를 내놓았다. 대체로 위원들은 “국제 지면에서도 한겨레가 뚜렷한 시각과 관점으로 진보언론으로서의 역할과 특장을 보여주는 기사를 더 많이 실어달라”고 주문했다.
10월13일 조은 위원장의 사회로 서울 마포구 공덕동 한겨레신문사 6층 회의실에서 열린 제3기 한겨레열린편집위원회 6차 회의 내용을 정리해 지상중계한다.
IS 사태 보도 돋보였지만
분석·해설보단 전황 보도 위주 ■ 특파원 칼럼 생동감 있어…미·중·일에만 너무 집중
조은 위원장 최근 이라크·시리아의 이슬람국가(IS) 사태, 홍콩 민주화 시위, 엔화 약세를 비롯한 환율전쟁 등 국제 경제의 격동, 그리고 얼마 전의 스코틀랜드 분리독립 이슈 같은 다양한 국제 기사가 연일 <한겨레> 지면에 크게 배치되고 있다. 오늘 회의는 국제면 섹션뿐 아니라 해외 특파원 칼럼이나 종합면에 실린 국제 기사도 포함해 보도 방향이나 관점, 보도 방식 등에 초점을 맞춰 이야기해보자.
오창익 사무국장 특파원들의 칼럼이 생동감이 있어 좋다. 10월11일치 토요판에 도쿄 특파원이 쓴 <산케이신문> 지국장 기소와 관련된 칼럼(“일본 극우언론을 ‘자유언론 투사’로 만든 정부”)은 일본 현지 반응을 생생하게 전달해 보여주는 방식으로 이번 기소가 나라 망신이라는 점을 잘 드러냈다. 언론 보도와 표현의 자유를 인권 측면에서 접근해 더욱 빛났다. 다만 한겨레가 특파원을 워싱턴·베이징·도쿄 등 세 도시에만 파견하고 있어서인지 미국·중국·일본 등 주요국 위주로 국제 기사들이 편중된 느낌이다. 즉, 유럽 홀대가 심하다. 스코틀랜드 분리독립은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많은데 상대적으로 분량 등에서 작게 다뤄졌다. 특히 중남미와 아프리카 등 엄청난 인구를 가진 대륙들이 국제 기사에서 소홀히 다뤄지고 있는 듯하다. 사안의 팩트와 흐름을 좇아가는 것도 좋지만 새로운 대안을 보여주는 국제 기사들이 더 많아졌으면 한다. 예컨대 출판담당기자가 현지에 가서 쓴 “일본 시골빵집의 ‘행복한 자본론’ 실험”(7월29일치 2면) 같은 기사들이 돋보인다.
조은 미국과 중국, 일본에 정보량이나 질에서도 과도한 의존이 느껴진다. 이슬람국가 사태를 다룬 일련의 한겨레 보도를 들여다보면 미 공군이나 미 국방부 자료를 받아썼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전황을 따라가며 쓰는 기사가 많다. 국제 기사들은 진영 논리에서 상대적으로 벗어나 있는 듯 보이지만 한겨레가 나름대로 명확한 판단과 시각을 가지고 썼으면 좋겠다. 이라크·시리아·터키에 걸쳐 이 지역에서 왜 그런 복잡한 문제가 빚어지고 있는지에 대한 해설·분석 기사가 몇 번 있었으나 그 뒤로는 군사작전 위주의 보도가 많았다. 스코틀랜드 분리독립 투표 때 에든버러에 기자를 보냈으나 피상적인 보도에 가까워 좀 아쉬웠다. 다만 “‘격변의 중동’…중국 전함 걸프만서 첫 군사훈련”(9월23일치 16면)은 이슬람국가를 다룬 여느 기사 중에서도 격변의 중동 분쟁에 중국이 휩쓸려 들어가는 상황을 잘 짚었다. 중국이 막강한 군사적 힘으로 우리와 세계에 다가오고 있다는 점을 계속 예의주시하는 시각에서 관련 기사를 더 많이 실어주길 바란다.
김상영 부사장 우리나라가 세계 경영을 해본 적이 없어서 그런지 국내 언론들이 대체로 국제 뉴스를 홀대하는 경향이 있다. 국제 지면의 비중에서 드러난다. 한겨레 국제면이 매일 2개 면으로 기본 편성되지만 지난 한 달간 총 24일 중에 1개 면만 게재된 날이 일곱번이었다. 물론 국제면 이외에 종합면에 국제 기사를 적지 않게 배치하고 있지만 기본적으로 국제 뉴스 분량 자체가 적다는 인상이다. 전세계로부터 날마다 타전되어 들어오는 어마어마한 양의 국제 뉴스는 1개 면에 담기엔 너무 작다. 지면 제약은 결국 기사의 깊이에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
부미경 전 발행인 매일 실리는 국제면은 어차피 속보성으로 따라가거나 외국 신문에 난 기사를 다시 전달하는 단신 유형이 꽤 많다. 오히려 토요판에서 국제 뉴스들을 잘 분석·정리해주고 있다. 토요판의 ‘다음주의 질문’ 코너 혹은 특집에서 다룬 스코틀랜드 분리독립 이슈를 둘러싼 각 이해관계자의 입장과 이후 전망에 대한 분석이 인상적이었다. 홍콩 우산혁명 기사 역시 10월11일치 토요판에 실은 “홍콩여자 이본 첸 이야기” 르포가 경제민주화와 연관된 이번 시위의 한 측면을 흥미롭게 보여주었다. 10월4일치 토요판의 특집 “중동전쟁, 주역 4인의 가상 대화” 기사도 좋았다.
이지은 대학원생 이슬람국가나 홍콩 시위 등 큼직한 사건들을 한겨레가 잘 다뤄주고 있다. 다만 대형 국제 뉴스가 없을 때는 한겨레 국제면이 어떻게 짜이는지 궁금하다. 국내에서 발생한 이슈를 중심 아이템으로 삼되 이 이슈를 외국은 어떻게 다루고 해결하고 있는지 그 사례를 중점적으로 독자에게 소개해주는 지면으로 만들어주면 좋겠다.
특파원 칼럼·토요판 르포 등 생생
배후 맥락 분석·지평 확대 필요 ■ 국제면에도 딱딱한 정치기사 중심…미국 시각 벗어난 보도 많았으면 김재영 교수 사실 그동안 국제 뉴스를 잘 안 읽었는데 이번에 리뷰하면서 꼼꼼히 보니 나 스스로 똑똑해지는 느낌을 받았다. 지난 4일치 토요판의 특집 “중동전쟁, 가상 대화”는 기사를 쓴 기자의 내공이 돋보이는 매우 좋은 글이었다. 월요일마다 실리는 ‘세계의 창’ 칼럼이 이렇게 좋은 콘텐츠였는지 새삼 깨달았다. 9월22일치 “북한의 조용한 변화와 남북관계”(진징이), 9월29일치 “오바마의 전쟁, 성공할까”(존 페퍼) 등은 국제 이슈를 품격 있게 분석한 주목할 만한 칼럼이었다. 단지 외국에서 벌어지는 일을 전달하는 차원을 넘어 우리와 다른 외국의 삶의 방식을 독자에게 보여줄 필요가 있다. 전형적으로 10월9일치 1면 머리기사 “남들과 다른 것을 하라”(노벨 물리학상 수상자 일본 나카무라 슈지 교수)를 꼽을 수 있겠다. 9월23일치 “‘석유왕’ 록펠러 후손들, 석유에서 손 뗀다”는 1단으로 간단하게 처리했는데, 지구온난화와 관련해 우리 기업들에 던지는 메시지가 큰 기사이므로 더 펼쳐 다뤘으면 좋았겠다. 김상영 매일 폭증하는 수많은 국제 뉴스 중에서 어떤 것을 선별해 지면에 실을지 판단할 때 불가피하게 데스크의 취향이 작용할 테지만, 한겨레 국제면에서 지난 한 달간 이슬람국가 기사를 단 한 줄도 싣지 않은 날이 딱 두번이다. 거의 중계방송 수준으로 다뤘다. 그런데 이슬람국가와 쿠르드족에 대한 터키의 입장을 우리 독자들이 세밀하게까지 알 필요가 있을까? 국제면에서도 한겨레는 딱딱하고 정치 지향적인 기사를 선호한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문화 관련 국제 뉴스는 10월10일치 “인도네시아 4만년 전 동굴벽화” 단 한건뿐이었다. 전반적으로 국제 뉴스들이 단순한 팩트 전달에 그치는 경우가 흔하고, 사건 배후의 맥락이나 이 국제 문제를 어떻게 봐야 하는지에 대한 시각의 지평을 넓혀주는 기사가 부족하다. 국제면 기사는 아니었지만, 9월25일치 김지석 칼럼 “이슬람국가와 스코틀랜드”, 10월1일치 박노자 칼럼 “제3차 세계대전은 지금 진행중”은 근대 국민국가 이후의 시대와 우크라이나 사태와 한반도 문제를 잘 짚어낸 인상 깊은 칼럼이었다. 10월6일치 ‘열려라 경제’ 코너의 “환율전쟁” 기사도 읽고 난 뒤 시각의 지평이 넓어지는 흐뭇한 느낌을 준 기사였다. 조은 이슬람국가 기사를 매일 실어서 문제라기보다는 지나치게 사건과 전장 중심으로 따라가는 보도를 한 것 같다. 몇 차례에 걸쳐 터키와 시리아 접경 쿠르드족의 격렬한 전투를 다뤘는데 정작 쿠르드족을 중심으로 이슬람국가와 터키와의 복잡한 관계가 뭔지 잘 드러나지 않았다. 한국 사회가 그동안 중동을 미국의 렌즈를 통해 보아왔는데 여기서 벗어나 중동 지역과 중동인들의 삶에 대한 폭넓은 시각을 보여주는 기사를 더 많이 실어달라. 유럽에 한겨레 특파원이 없는 여건에서 현지 지역통신원을 잘 활용해 흥미롭고 화려한 사진도 다양하게 받아 국제면을 장식하는 쪽으로 시도해달라. 오창익 국제 뉴스는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는 사건들 중에서 선택하는 문제이므로 어떤 의미에선 진보언론으로서 한겨레의 특징을 잘 보여줄 수 있는 섹션이다. 최근 국제적으로 유럽연합에서 생태환경영향평가처럼 자유무역협정(FTA)에서도 인권영향평가를 도입하자는 제안이 나오고 있다. 통상 이슈에서 인권가치가 부상하고 있다는 점을 잘 발굴해 보여주는 역할을 한겨레가 해달라. 영국의 ‘리버티’라는 80년의 역사를 가진 인권단체 같은 다양한 해외 엔지오 네트워크를 구축해 이들의 ‘다른 상상력’을 지면에 실어봄 직하겠다. 조계완 심의위원 홍콩 시위사태의 경우 행정장관 선거라는 정치적 일정으로 촉발된 것이지만 홍콩과 중국, 영국 사이의 역사적 맥락을 좀더 정교하게 짚어주면 문제의 뿌리나 성격을 이해하는 데 독자에게 도움을 줄 수 있겠다. 1840년대 아편전쟁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서구 제국주의 열강의 아시아 지배와 독립, 1997년 중국으로의 영토 반환 이후 홍콩인들의 정치적·사회경제적 삶의 변화상을 좀더 상세하게 전달해주면 좋겠다. 조은 사실 근대 ‘국민국가 시대’가 크게 흔들리는 와중에 있다. 이슬람국가 전쟁도 홍콩도 스코틀랜드 분리독립도 마찬가지다. 그런 점을 국내외 대학의 관련 연구자들을 대상으로 넓고 심층적으로 취재해 분석한 기사를 기대한다. 일반 독자의 가독성도 중요하지만 한겨레 국제 뉴스는 좀더 분명한 진보적 입장과 시각을 일관되게 갖고 우리 정부에 메시지를 던지는 역할을 끊임없이 해야 한다. 박민희 부장 국제부가 좀더 용기를 갖고 또 우리 시각을 가지고 깊이 있게 국제 뉴스를 다뤄달라는 것으로 이해하겠다. 아시아 문제를 아시아적 시각과 관점에서 더 적극적으로 국제면에서 다루도록 노력하겠다. 홍콩은 2000년대 중국의 부상이란 측면에서 매우 상징적인 지역이다. 그래서 국내 언론 중 한겨레가 가장 먼저 특파원을 시위 현장에 보냈다. 중국이 이번 사태를 어떻게 풀 것인지가 관건이다. 홍콩 시위를 거시적으로 조망하면서도 한편으로 토요판 “홍콩여자 이본 첸 이야기” 르포처럼 한 인물에 초점을 맞춰 미시적으로도 접근해보고 있다. 특파원이 세 지역에만 나가 있어 애로가 있으나 유럽·중남미에 나가 있는 연수 기자들을 활용해 국제 기사를 적극 싣고 있다. 국내에서 의료·철도민영화가 이슈로 등장했을 때 영국과 칠레의 관련 산업 민영화 사례를 르포 형태로 전달해왔다. 각국 엔지오와 네트워크를 맺어 국제 뉴스를 좀더 다양하게 선보이려고 노력중이다. 한겨레만의 시각으로
우리 정부에 메시지 던졌으면 ■ 연이은 ‘미-일 방위협력지침’ 기사 돋보여…국제이슈 현장취재 늘릴 것 조은 도쿄 특파원이 사람면에 머리기사로 크게 쓴 “평생 ‘평화일본’ 꿈꾸다 떠난 리얼리스트”(10월8일치 27면)는 일본의 국제정치학자 사카모토 요시카즈 별세 기사인데, 한국의 정치학자들에게 교훈적 울림을 줄 만한 좋은 기사였다. 때로 과감하게 그러한 외국인들을 내세워 지면을 꾸며달라. 오창익 국제 경제 기사와 관련해 지금 세계적으로 ‘룰(규범)이 있는 경제, 룰이 있는 통상’을 강조하고 있다. 국내에서 카카오가 사이버 검열의 폭탄을 맞고 있는 것도 인권 문제가 기업 경영에 얼마나 중요한지 일깨우는 사례다. 세계로 시야를 넓혀 인권·신뢰 경영을 새로운 규범과 방향으로 제시하는 기사를 펼쳐 보여주면 좋겠다. 이와 관련해 유엔 관련 기사가 국제면에 잘 보이지 않는다. 유엔이 요즘 최저주거기준이나 교도소 최저구금기준 같은 인권 체제를 강조하고 제시하고 있다. 당대에 실현 가능한 기준인데 이런 기준을 한겨레가 편집에서 확고한 방침으로 세워 다뤄달라. 김재영 국제 경제를 다룬 기사는 자꾸 읽어도 무슨 말인지 잘 읽히지 않는다. 그것이 우리들의 삶에 미치는 영향 측면을 중심으로 기사를 선별하고 의미를 판단해주면 좋겠다. 우리들의 현실적 관심과 거리가 먼 경제 담론은 잘 읽히지 않는다. 그런 점에서 오늘치(13일) 국제면 머리기사 “미국과 FTA…유럽도 ‘저항의 촛불’”은 우리의 현실과 저항을 간접적으로 담아내고 있어 좋았다. 김상영 1987년 뉴욕 주가 대폭락, 즉 블랙먼데이 같은 큰 이슈가 터지면 모를까 날마다 국제 경제 뉴스를 보도할 필요가 있는지는 의문이다. 국제 경제의 큰 흐름과 맥락을 잡아주는 정도에서 실어주면 될 것 같다. 10월6일치 18면에 실린 “글로벌 통화정책 차별화 속에 은폐된 환율전쟁”은 경제 뉴스이지만 환율전쟁이 사실은 각국의 정치적 싸움이라는 점을 짚어낸 돋보이는 기사다. 10월1일치 15면에 실린 “미 ‘셰일혁명’으로 최대 산유국 된다”는 평면적인 팩트 위주의 기사인데, 이에 따라 미국의 중동정책이 달라지고 있다는 점도 함께 짚어주면 좋았겠다. 오창익 한겨레 토요판을 보면 흔히 아마추어나 프로 사진작가가 취재한 사진을 싣고 있다. 국제면에서도 유사한 시도를 해보면 좋겠다. 이를테면 이라크 이슬람국가 사태가 터지면 한국인 사진작가들이 여럿 현지에 많이 간다. 그들에게 국제면 사진 공간을 열어줘 국제면 사진을 다양하게 실을 수 있겠다. 부미경 10월9일치 1면과 3면에서 미-일 방위협력지침을 비중있게 다루고, 13일치 6면에서 주미 한국대사관 국정감사에서 한·미간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를 둘러싼 논란을 다시 다뤘다. 앞서 10월8일치 김의겸 칼럼 “이스라엘·쿠바 그리고 사드”에서도 사드를 바라보는 시각을 깊이 있게 보여주었다. 한반도와 동북아 질서에서 사드와 방위협력체제가 얼마나 중요한 문제이고 우리들의 삶에 큰 영향을 미치는 사안인지 폭넓게 잘 전달해준 기사들이었다. 박민희 지난 7월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가자지구를 공습했을 때 사진작가인 강원대 김상훈 교수가 현지에서 취재한 글과 사진을 한겨레 지면에 여러 차례 싣기도 했다. 물론 우리 취재진이 현장에 가는 것이 원칙이고 때로는 이런 다양한 협력 시도 등을 통해 외신의 눈이 아니라 우리의 시선으로 세계를 보고 전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아울러 중국의 부상과 이에 대응하는 동아시아 질서의 전체적인 변화는 우리 시대뿐 아니라 다음 세대에도 매우 중요한 이슈임에 분명하다. 국제부를 포함해 한겨레 편집국에서 고민하면서 계속 다뤄야 할 주제다. 김종철 부문장 국제 기사가 중요하다고 늘 생각하면서도 막상 평소에 신문을 만들다 보면 국내 기사가 많아서 때때로 국제면을 좀 줄여달라고 요청하게 된다. 편집할 때 국제 지면을 간혹 빼앗아온 대목을 성찰하고 국제 뉴스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겠다고 생각한다. 특파원이 없는 지역이라도 우리의 삶에 큰 의미가 있는 국제 이슈가 터지면 현장에 취재진을 가급적 더 자주 보내는 쪽으로 운영해보겠다.
정리/조계완 콘텐츠평가팀 심의위원 kyewan@hani.co.kr
분석·해설보단 전황 보도 위주 ■ 특파원 칼럼 생동감 있어…미·중·일에만 너무 집중
조은
배후 맥락 분석·지평 확대 필요 ■ 국제면에도 딱딱한 정치기사 중심…미국 시각 벗어난 보도 많았으면 김재영 교수 사실 그동안 국제 뉴스를 잘 안 읽었는데 이번에 리뷰하면서 꼼꼼히 보니 나 스스로 똑똑해지는 느낌을 받았다. 지난 4일치 토요판의 특집 “중동전쟁, 가상 대화”는 기사를 쓴 기자의 내공이 돋보이는 매우 좋은 글이었다. 월요일마다 실리는 ‘세계의 창’ 칼럼이 이렇게 좋은 콘텐츠였는지 새삼 깨달았다. 9월22일치 “북한의 조용한 변화와 남북관계”(진징이), 9월29일치 “오바마의 전쟁, 성공할까”(존 페퍼) 등은 국제 이슈를 품격 있게 분석한 주목할 만한 칼럼이었다. 단지 외국에서 벌어지는 일을 전달하는 차원을 넘어 우리와 다른 외국의 삶의 방식을 독자에게 보여줄 필요가 있다. 전형적으로 10월9일치 1면 머리기사 “남들과 다른 것을 하라”(노벨 물리학상 수상자 일본 나카무라 슈지 교수)를 꼽을 수 있겠다. 9월23일치 “‘석유왕’ 록펠러 후손들, 석유에서 손 뗀다”는 1단으로 간단하게 처리했는데, 지구온난화와 관련해 우리 기업들에 던지는 메시지가 큰 기사이므로 더 펼쳐 다뤘으면 좋았겠다. 김상영 매일 폭증하는 수많은 국제 뉴스 중에서 어떤 것을 선별해 지면에 실을지 판단할 때 불가피하게 데스크의 취향이 작용할 테지만, 한겨레 국제면에서 지난 한 달간 이슬람국가 기사를 단 한 줄도 싣지 않은 날이 딱 두번이다. 거의 중계방송 수준으로 다뤘다. 그런데 이슬람국가와 쿠르드족에 대한 터키의 입장을 우리 독자들이 세밀하게까지 알 필요가 있을까? 국제면에서도 한겨레는 딱딱하고 정치 지향적인 기사를 선호한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문화 관련 국제 뉴스는 10월10일치 “인도네시아 4만년 전 동굴벽화” 단 한건뿐이었다. 전반적으로 국제 뉴스들이 단순한 팩트 전달에 그치는 경우가 흔하고, 사건 배후의 맥락이나 이 국제 문제를 어떻게 봐야 하는지에 대한 시각의 지평을 넓혀주는 기사가 부족하다. 국제면 기사는 아니었지만, 9월25일치 김지석 칼럼 “이슬람국가와 스코틀랜드”, 10월1일치 박노자 칼럼 “제3차 세계대전은 지금 진행중”은 근대 국민국가 이후의 시대와 우크라이나 사태와 한반도 문제를 잘 짚어낸 인상 깊은 칼럼이었다. 10월6일치 ‘열려라 경제’ 코너의 “환율전쟁” 기사도 읽고 난 뒤 시각의 지평이 넓어지는 흐뭇한 느낌을 준 기사였다. 조은 이슬람국가 기사를 매일 실어서 문제라기보다는 지나치게 사건과 전장 중심으로 따라가는 보도를 한 것 같다. 몇 차례에 걸쳐 터키와 시리아 접경 쿠르드족의 격렬한 전투를 다뤘는데 정작 쿠르드족을 중심으로 이슬람국가와 터키와의 복잡한 관계가 뭔지 잘 드러나지 않았다. 한국 사회가 그동안 중동을 미국의 렌즈를 통해 보아왔는데 여기서 벗어나 중동 지역과 중동인들의 삶에 대한 폭넓은 시각을 보여주는 기사를 더 많이 실어달라. 유럽에 한겨레 특파원이 없는 여건에서 현지 지역통신원을 잘 활용해 흥미롭고 화려한 사진도 다양하게 받아 국제면을 장식하는 쪽으로 시도해달라. 오창익 국제 뉴스는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는 사건들 중에서 선택하는 문제이므로 어떤 의미에선 진보언론으로서 한겨레의 특징을 잘 보여줄 수 있는 섹션이다. 최근 국제적으로 유럽연합에서 생태환경영향평가처럼 자유무역협정(FTA)에서도 인권영향평가를 도입하자는 제안이 나오고 있다. 통상 이슈에서 인권가치가 부상하고 있다는 점을 잘 발굴해 보여주는 역할을 한겨레가 해달라. 영국의 ‘리버티’라는 80년의 역사를 가진 인권단체 같은 다양한 해외 엔지오 네트워크를 구축해 이들의 ‘다른 상상력’을 지면에 실어봄 직하겠다. 조계완 심의위원 홍콩 시위사태의 경우 행정장관 선거라는 정치적 일정으로 촉발된 것이지만 홍콩과 중국, 영국 사이의 역사적 맥락을 좀더 정교하게 짚어주면 문제의 뿌리나 성격을 이해하는 데 독자에게 도움을 줄 수 있겠다. 1840년대 아편전쟁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서구 제국주의 열강의 아시아 지배와 독립, 1997년 중국으로의 영토 반환 이후 홍콩인들의 정치적·사회경제적 삶의 변화상을 좀더 상세하게 전달해주면 좋겠다. 조은 사실 근대 ‘국민국가 시대’가 크게 흔들리는 와중에 있다. 이슬람국가 전쟁도 홍콩도 스코틀랜드 분리독립도 마찬가지다. 그런 점을 국내외 대학의 관련 연구자들을 대상으로 넓고 심층적으로 취재해 분석한 기사를 기대한다. 일반 독자의 가독성도 중요하지만 한겨레 국제 뉴스는 좀더 분명한 진보적 입장과 시각을 일관되게 갖고 우리 정부에 메시지를 던지는 역할을 끊임없이 해야 한다. 박민희 부장 국제부가 좀더 용기를 갖고 또 우리 시각을 가지고 깊이 있게 국제 뉴스를 다뤄달라는 것으로 이해하겠다. 아시아 문제를 아시아적 시각과 관점에서 더 적극적으로 국제면에서 다루도록 노력하겠다. 홍콩은 2000년대 중국의 부상이란 측면에서 매우 상징적인 지역이다. 그래서 국내 언론 중 한겨레가 가장 먼저 특파원을 시위 현장에 보냈다. 중국이 이번 사태를 어떻게 풀 것인지가 관건이다. 홍콩 시위를 거시적으로 조망하면서도 한편으로 토요판 “홍콩여자 이본 첸 이야기” 르포처럼 한 인물에 초점을 맞춰 미시적으로도 접근해보고 있다. 특파원이 세 지역에만 나가 있어 애로가 있으나 유럽·중남미에 나가 있는 연수 기자들을 활용해 국제 기사를 적극 싣고 있다. 국내에서 의료·철도민영화가 이슈로 등장했을 때 영국과 칠레의 관련 산업 민영화 사례를 르포 형태로 전달해왔다. 각국 엔지오와 네트워크를 맺어 국제 뉴스를 좀더 다양하게 선보이려고 노력중이다. 한겨레만의 시각으로
우리 정부에 메시지 던졌으면 ■ 연이은 ‘미-일 방위협력지침’ 기사 돋보여…국제이슈 현장취재 늘릴 것 조은 도쿄 특파원이 사람면에 머리기사로 크게 쓴 “평생 ‘평화일본’ 꿈꾸다 떠난 리얼리스트”(10월8일치 27면)는 일본의 국제정치학자 사카모토 요시카즈 별세 기사인데, 한국의 정치학자들에게 교훈적 울림을 줄 만한 좋은 기사였다. 때로 과감하게 그러한 외국인들을 내세워 지면을 꾸며달라. 오창익 국제 경제 기사와 관련해 지금 세계적으로 ‘룰(규범)이 있는 경제, 룰이 있는 통상’을 강조하고 있다. 국내에서 카카오가 사이버 검열의 폭탄을 맞고 있는 것도 인권 문제가 기업 경영에 얼마나 중요한지 일깨우는 사례다. 세계로 시야를 넓혀 인권·신뢰 경영을 새로운 규범과 방향으로 제시하는 기사를 펼쳐 보여주면 좋겠다. 이와 관련해 유엔 관련 기사가 국제면에 잘 보이지 않는다. 유엔이 요즘 최저주거기준이나 교도소 최저구금기준 같은 인권 체제를 강조하고 제시하고 있다. 당대에 실현 가능한 기준인데 이런 기준을 한겨레가 편집에서 확고한 방침으로 세워 다뤄달라. 김재영 국제 경제를 다룬 기사는 자꾸 읽어도 무슨 말인지 잘 읽히지 않는다. 그것이 우리들의 삶에 미치는 영향 측면을 중심으로 기사를 선별하고 의미를 판단해주면 좋겠다. 우리들의 현실적 관심과 거리가 먼 경제 담론은 잘 읽히지 않는다. 그런 점에서 오늘치(13일) 국제면 머리기사 “미국과 FTA…유럽도 ‘저항의 촛불’”은 우리의 현실과 저항을 간접적으로 담아내고 있어 좋았다. 김상영 1987년 뉴욕 주가 대폭락, 즉 블랙먼데이 같은 큰 이슈가 터지면 모를까 날마다 국제 경제 뉴스를 보도할 필요가 있는지는 의문이다. 국제 경제의 큰 흐름과 맥락을 잡아주는 정도에서 실어주면 될 것 같다. 10월6일치 18면에 실린 “글로벌 통화정책 차별화 속에 은폐된 환율전쟁”은 경제 뉴스이지만 환율전쟁이 사실은 각국의 정치적 싸움이라는 점을 짚어낸 돋보이는 기사다. 10월1일치 15면에 실린 “미 ‘셰일혁명’으로 최대 산유국 된다”는 평면적인 팩트 위주의 기사인데, 이에 따라 미국의 중동정책이 달라지고 있다는 점도 함께 짚어주면 좋았겠다. 오창익 한겨레 토요판을 보면 흔히 아마추어나 프로 사진작가가 취재한 사진을 싣고 있다. 국제면에서도 유사한 시도를 해보면 좋겠다. 이를테면 이라크 이슬람국가 사태가 터지면 한국인 사진작가들이 여럿 현지에 많이 간다. 그들에게 국제면 사진 공간을 열어줘 국제면 사진을 다양하게 실을 수 있겠다. 부미경 10월9일치 1면과 3면에서 미-일 방위협력지침을 비중있게 다루고, 13일치 6면에서 주미 한국대사관 국정감사에서 한·미간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를 둘러싼 논란을 다시 다뤘다. 앞서 10월8일치 김의겸 칼럼 “이스라엘·쿠바 그리고 사드”에서도 사드를 바라보는 시각을 깊이 있게 보여주었다. 한반도와 동북아 질서에서 사드와 방위협력체제가 얼마나 중요한 문제이고 우리들의 삶에 큰 영향을 미치는 사안인지 폭넓게 잘 전달해준 기사들이었다. 박민희 지난 7월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가자지구를 공습했을 때 사진작가인 강원대 김상훈 교수가 현지에서 취재한 글과 사진을 한겨레 지면에 여러 차례 싣기도 했다. 물론 우리 취재진이 현장에 가는 것이 원칙이고 때로는 이런 다양한 협력 시도 등을 통해 외신의 눈이 아니라 우리의 시선으로 세계를 보고 전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아울러 중국의 부상과 이에 대응하는 동아시아 질서의 전체적인 변화는 우리 시대뿐 아니라 다음 세대에도 매우 중요한 이슈임에 분명하다. 국제부를 포함해 한겨레 편집국에서 고민하면서 계속 다뤄야 할 주제다. 김종철 부문장 국제 기사가 중요하다고 늘 생각하면서도 막상 평소에 신문을 만들다 보면 국내 기사가 많아서 때때로 국제면을 좀 줄여달라고 요청하게 된다. 편집할 때 국제 지면을 간혹 빼앗아온 대목을 성찰하고 국제 뉴스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겠다고 생각한다. 특파원이 없는 지역이라도 우리의 삶에 큰 의미가 있는 국제 이슈가 터지면 현장에 취재진을 가급적 더 자주 보내는 쪽으로 운영해보겠다.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김상영, 김재영, 부미경, 이지은, 오창익
(왼쪽부터) 김종철, 박민희, 조계완
제3기 한겨레열린편집위원회 위원(참석자)
<위원장>
조은 동국대 명예교수(사회학)
<사외 위원>
김상영 씨제이(CJ)그룹 부사장(홍보 담당)
김재영 충남대 교수(언론정보학)
부미경 <은평시민신문> 전 발행인
오창익 인권연대 사무국장
이지은 중앙대 신문방송학과 대학원생
<사내 위원>
김종철 편집국 신문부문장
박민희 편집국 국제부장
조계완 경제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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