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교 시노드 최종보고서 문항 삭제
교계 보수파 ‘기존교리 배신’ 반발
교황 “내년 해결책 찾을 수 있을 것”
교계 보수파 ‘기존교리 배신’ 반발
교황 “내년 해결책 찾을 수 있을 것”
동성애자와 이혼·재혼자를 포용하려던 가톨릭 교회의 시도가 보수파의 반발 속에 무산됐다. 가톨릭 교회의 관점 변화를 지지하고 힘을 실어온 프란치스코 교황이 일격을 당한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바티칸에서 열린 세계주교대의원대회(주교 시노드) 임시총회는 18일 마지막날 회의를 열고 최종보고서를 발표했다. 애초 보고서 초안에 담겼던 두 핵심 문항은 삭제된 채였다. 지난 13일 공개된 초안은 “교회가 동성애자들도 환대해야 한다”고 주문하고, 금지돼온 이혼·재혼 신자의 영성체 참여에 대한 전향적인 재검토 필요성을 제기했다. 이 두 문항을 최종보고서에선 아예 들어낸 것이다.
초안은 그동안 금기시돼온 사회적 관계에 대해 교회의 품을 활짝 열겠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졌다. 동성애 권리 옹호 단체들은 뜨겁게 환영했지만, 교계 보수파들은 ‘기존 교리에 대한 배신’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보고서 작성위원회는 동성애 관련 문구의 표현을 한층 완화해 절충을 시도했다. ‘동성애자도 교회 공동체에 기여할 수 있는 은사(하늘이 준 재능)와 자격을 갖고 있다’는 언급은 ‘동성애 성향이 있는 남녀를 존중하는 태도로 환대해야 한다’는 문구로 대체됐다.
하지만 이 완화된 문구 또한 마지막 투표에서 최종보고서 채택이 불발됐다. 최종보고서에 해당 문구가 채택되려면 참석자 180명 가운데 3분의 2 이상의 찬성을 얻어야 한다. 18일 투표에선 118명이 찬성하고, 62명이 반대표를 던졌다.
외신들은 이를 프란치스코 교황의 패배로 풀이했다. 영국 <비비시>(BBC) 방송은 “동성애자와 이혼한 이들에게 더욱 자비로운 태도를 보이도록 설득하려던 교황의 시도가 ‘퇴짜’를 맞았다”고 했다. 하지만 일부에선 절반을 훨씬 넘는 주교들이 찬성한 데 의미를 부여하기도 한다. <아에프페>(AFP) 통신은 “채택 불발이 보수파가 아니라 문구를 완화한 데 반발하는 진보 성향 주교들이 반대표에 가세한 때문”이라고 분석하기도 했다.
이번 최종보고서가 마지막 결론은 아니다. 보고서는 각 교구별 의견 수렴을 거쳐 내년 10월 세계주교대의원대회 정기총회에서 다시 논의된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번 결정 뒤 삭제된 문구를 포함한 보고서의 모든 내용과 표결 결과까지 남김없이 공개하도록 지시했다. 이번 논의를 디딤돌 삼아 다음 회의에서 뒤집기를 시도하려는 게 아니냐는 분석이 일각에서 나온다. 그는 임시총회 최종회의 연설에서 “내년에는 교회가 직면한 문제들에 대한 더 확실한 해결책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손원제 기자 won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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