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왼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2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연 공동기자회견 뒤 악수를 하고 있다. 베이징/AP 연합뉴스
오바마-시진핑 정상회담 합의내용
11~12일 이틀간 열린 미-중 정상회담은 두 나라가 서로 이해가 맞는 분야에선 협력을 하면서도 아시아지역 패권을 차지하기 위한 경쟁을 지속할 것임을 보여주는 자리였다. 특히, 이번 회담에선 최근 2년간 영토분쟁과 사이버 해킹 등으로 대립을 반복하던 두 나라가 기후변화와 정보기술, 무역, 우발적 군사충돌 방지 장치 등에서 중요한 진전을 이뤄내 주목받고 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12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공동기자회견에서 두 정상이 합의한 내용을 발표하면서 주요 현안들에 대한 자신들의 생각을 비교적 솔직하게 털어놨다.
이번 회담에서는 우선 국제적 현안에 관한 굵직한 합의 내용이 발표됐다. 세계 1~2위 온실가스 배출국가들이면서도 기후변화 협약에 미온적이었던 두 나라가 여기에 적극 나설 것임을 합의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미국이 제시한 목표치가 “이전에 약속했던 것보다 2배 빠른 속도”라고 말했다. 그동안 감축량이나 시기를 언약하지 않았던 중국도 2030년께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이 더이상 증가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두 정상은 또 반도체·의료장비 등 첨단 정보기술(IT) 분야의 관세를 철폐하는 정보기술협정(ITA)의 적용 대상 품목을 200여개 확대한다는 데 합의했다. 이 협정은 그동안 한·미·일 등이 적용 품목의 확대를 요구해왔으나 중국의 반대로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미국 쪽은 다음달 세계무역기구(WTO) 회의에서 협정 개정이 이뤄질 것으로 기대했다. 두가지 사안은 G-2 국가가 협력할 경우 국제적 현안 해결에 중대한 진전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미국, 중국 배제한 채 진행하는
TPP협정 중요한 진전 밝혀
중국, 미국이 껄끄러워하는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 출범 강조 온실가스 감축·IT 관세철폐 확대 합의
양자 관계에서는 중국이 오랫동안 받아들이지 않았던 군사 신뢰구축 메커니즘을 설치키로 합의한 점이 눈에 띈다. 이는 양국이 해양 영토 분쟁과 관련해 국제법적 해결에 합의할 수는 없지만, 의도하지 않은 충돌이 양국 관계 전반을 악화시키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데 인식을 같이 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제프리 베이더 전 백악관 아시아담당 선임보좌관은 이번 회담에 관해 <월스트리트저널>에 “두 정상이 양국 관계를 앞으로 긍정적인 방향으로 가져가려고 시도하고 있다”고 해석했다.
그러나 두 정상은 아시아의 군사·경제 패권을 차지하기 위한 경쟁을 지속할 뜻을 숨기지 않았다. 오바마 대통령은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협상 참가 11개국 정상들과 한 회담에서 중요한 진전이 있었다고 밝혔다. 이 협정은 오바마 대통령의 ‘아시아 재균형’ 정책의 핵심 중 하나로 중국을 배제한 채 협상이 진행 중이다. 반면에 시 주석은 21개국과 아태 자유무역지대(FTAAP)의 공동연구에 합의해 중국 중심의 경제지대 창설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는 또 미국이 껄끄러워 하는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과 실크로드 기금의 출범을 강조하기도 했다.
특히 시 주석은 12일 기자회견에서 중국의 핵심이익을 미국이 존중할 것을 요구하는 ‘신형 대국관계’ 구축의 중요성을 재차 언급했다. 또 “태평양은 미·중 두나라를 수용할 만큼 충분히 넓다”고 말해, 미국이 아시아에서 중국의 지분을 인정해야 한다는 점을 우회적으로 요구했다.
반면에 오바마 대통령은 “양국의 협력을 ‘새로운 수준’으로 가져가고 싶다”고 말하면서도, 중국이 주도적으로 제안한 ‘신형 대국관계’라는 표현을 의도적으로 회피했다.
워싱턴·베이징/박현 성연철 특파원 hyun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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