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자 임금착취, 감금 등 전남 신안군 신의도에서 염전노예 사건이 이슈가 됐다. 한겨레 자료 사진
전세계에 ‘현대판 노예’가 3600만명에 달한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한국의 현대판 노예 인구는 9만3700명으로 추정되며, 노예 문제에 대한 정부 대응 정도 등을 바탕으로 매긴 국가 등급은 CCC로 순위는 76위였다.
오스트레일리아의 국제 인권단체인 ‘워크 프리(Walk Free) 재단’이 인신매매, 강제 노동, 아동 착취 등을 당하는 현대판 노예 인구가 3580만명에 달한다는 조사 결과를 최근 내놨다고 <가디언>등이 17일 보도했다. 워크 프리 재단은 지난해에 이어 두번째로 현대판 노예에 대한 보고서(http://www.globalslaveryindex.org)를 냈는데, 노예 인구 추정 숫자가 지난해 보고서보다 23% 늘었다. 재단은 노예 인구 증가 추정치 증가 원인은 실제로 수가 늘어났기 때문이라기 보다는 자료와 분석수단이 향상됐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세계 노예 인구는 조사 대상 167개국 모두에서 있는 것으로 추정됐다. 재단 창립자인 앤드류 포레스트는 “노예 문제가 옛날 이슈라는 생각이 많지만 사실 그렇지 않다. 노예는 전쟁과 가난으로 엉망이 된 나라에서만 있는 게 아니다”고 밝혔다.
노예 추정 인구 절대 숫자로 보면 인도가 가장 많다. 인도 노예 추정 인구는 1428만명이며 이어서 중국 324만명, 파키스탄 205만명이 뒤를 이었다. 인도, 중국, 파키스탄, 우즈베키스탄, 러시아 5개국 노예 인구가 전세계 노예 인구 중 61%를 점하고 있다. 인구 대비 비율로 보면 1위가 아프리카 서부 국가인 모리타니로 인구 전체 4%가 노예 상태로 추정된다. 2위는 우즈벡 3.973%, 3위 아이티 2.304% 순이었다.
인도는 하위 카스트 계층과 종교적 소수파 등을 대상으로 노예 피해가 많이 발생하며, 강제 결혼과 카펫 짜기 등에 동원되는 강제노동이 있다고 재단은 지적했다. 모리타니는 베르베르계 후손들이 인구적으로는 소수이지만 사회적 정치적으로 우위에 서서 세네갈 강 쪽에서 온 흑인들을 노예화하는 일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고 재단은 밝혔다. 또한, 숫자와 비율 모두에서 노예 피해자가 많다고 지적된 우즈벡의 경우에는 목화 산업이 주로 문제로 지적됐다. 우즈벡은 전세계 목화의 7%를 생산하는데, 목화 수확철에는 약 100만명이 강제 노동에 동원된다고 재단은 밝혔다.
근로자 임금착취, 감금 등 ‘염전노예‘ 사건이 일어난 전남 신안군 신의도에서 18일 오후 근로자들이 봄철 천일염 채집 시작을 앞두고 보수작업을 하고 있다. 경찰의 인권유린 실태 조사 참여와 흉흉한 민심으로 인해 일부 염전을 제외하고는 근로자들이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다. 2014.2.18(신안=연합뉴스)
한국의 전체 인구 당 노예 비율은 0.187%로 일본과 같은 비율이다. 노예 문제에 대한 정부 대응 정도는 피해자에 대한 지원과 가해자에 대한 형사처벌 등에 따라 전문가들의 평가로 매겨졌는데, 네덜란드가 AA로 1위를 기록했으며 2위는 스웨덴 A, 3위는 미국 BBB였다. 북한은 올해 조사에서 처음으로 조사 대상에 포함됐는데, 정부 대응 정도가 D로 조사 대상 국가 중 꼴찌로 나타났다. 재단은 북한의 노예 인구를 10만8000명으로 추정했다.
포레스트는 “노예 피해를 없애기 위한 첫걸음은 피해규모를 측정하는 데 있다”며 “우리 모두는 현대에도 노예가 존재한다는 사실과 이들의 비참한 처지에 대해서 책임을 져야 한다”고 밝혔다.
조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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