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에 있는 돈 빌려주는 ATM
은행카드·통장 없이 여권으로 대출 승인
경제 상황 악화로 은행이 대출 꺼리는 탓에 인기
하루 이자율 2%…채무자 10% 빚 못 갚아
경제 상황 악화로 은행이 대출 꺼리는 탓에 인기
하루 이자율 2%…채무자 10% 빚 못 갚아
러시아 모스크바 기차역이나 쇼핑몰에 최근 돈 빌려주는 현금자동입출금기(ATM)가 설치되고 있다. 돈 빌려주는 현금자동입출금기의 이자율은 살인적이지만 러시아인들에게 상당한 인기를 모으고 있다고 <블룸버그>가 26일 전했다.
이 현금자동입출금기에서 돈을 빌리는 데는 은행카드나 통장이 필요하지 않다. 돈을 빌리고 싶은 사람은 우선 자신의 여권을 기계에 대고 스캔한다. 그리고 기계에 자신의 사진을 찍고 휴대전화 번호를 입력한다. 15분 안에 여권상 신원 정보를 통해 대출 심사가 이뤄지고, 대출 승인이 떨어지면 신청자에게 문자가 간다. 문자를 받은 신청자는 다시 기계로 돌아가서 현금자동입출금기가 내주는 돈을 받아오면 된다.
대출 한도는 1만5000루블(약27만원)까지로 20일 내에 갚으면 되는데, 이자율이 하루 2%다. 연 이자율로 따지면 730%나 되지만, 돈 빌려주는 현금자동입출금기가 지난해 처음 설치된 이후 모스크바에만 현재 20개가 설치되어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돈 빌려주는 현금자동입출금기는 슬롯머신으로 백만장자가 된 러시아 재벌 올레크 보이코의 ‘작품’이다. 그는 지난 2009년 러시아 정부가 도박을 불법화하자, 슬롯머신 사업을 국외에서만 하고 국내에서는 금융사업을 하고 있다. 그는 소액 소비자 금융 전문업체인 ‘4파이낸스 홀딩’과 이 회사의 계열사인 ‘에스엠에스(SMS)파이낸스’에 투자했는데. 돈 빌려주는 현금자동입출금기는 에스엠스파이낸스가 운영한다.
러시아에서 돈 빌려주는 현금자동입출금기가 인기 있는 이유는 경제 상황 악화 때문이다. 미국과 유럽의 경제제재와 루블 가치 하락 탓에 러시아 은행들은 돈줄이 말라 대출을 꺼리고 있다. 건설 현장에서 일하다가 일자리를 잃었다는 37살 남성은 현금자동입출기를 통해 3000루블을 빌렸다고 <블룸버그>에 말했다. 그는 “은행카드는 있지만 잔액이 남이있지 않다. 절망적 상황이다”라고 말했다.
만기가 되면 업체 지점에 가거나 온라인으로 돈을 갚을 수 있다. 채무자가 만기에 돈을 갚지 못하면 업체에서는 전화 등으로 독촉 하는데, 채무자 약 10% 정도가 채무를 갚지 못한다. 이런 부실채무들은 채권 추심업자에게로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 에스엠에스파이낸스는 앞으로 폴란드와 스페인에도 돈 빌려주는 현금자동입출금기를 설치할 계획이라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조기원 기자 gard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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