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오후 연쇄 폭탄테러가 일어난 인도네시아 발리 짐바란 해변의 한 식당에서 겁에 질린 한 여성이 도움을 받으며 폭발현장을 빠져나가고 있다. 발리/AP연합
1명 사망보도…외교부는 부인
식당 3곳 연쇄폭발 최소 26명 숨져
인도네시아의 유명 휴양지 발리에서 또다시 연쇄 자살폭탄 테러가 일어나 적어도 26명이 숨지고 102명이 다쳤다. 한국인 관광객도 8명이 다친 것으로 드러났다. 1일 저녁 8시(현지시각)께 식사를 하러 온 관광객들로 붐비는 발리 짐바란해변과 쿠타해변의 식당 3곳에서 3건의 폭탄이 몇 분 간격으로 잇따라 터졌다고 <로이터통신> 등이 보도했다. 목격자들은 엄청난 굉음과 함께 폭발이 일어난 뒤 주검이 나뒹굴고 현장은 피범벅이 됐다고 전했다. 병원으로 실려온 25구의 주검 중 인도네시아인 12명과 미국인 2명, 오스트레일리아인 2명, 일본인 1명의 신원이 확인됐다. <워싱턴포스트>는 한국인 1명도 숨졌다고 보도했으나, 한국 외교통상부는 이를 부인했다. 이 신문이 현지 의료진 말을 인용해 쿠타의 그라하 아스리 병원 영안실에 한국인 1명의 주검이 안치돼 있다고 전한 데 대해 외교부의 한 당국자는 “아스리 병원에는 12구의 주검이 있으나 모두 현지인 사망자인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외교부는 애초 한국인 8명이 다쳤지만 상태가 가벼운 2명은 퇴원해 현재 6명이 치료를 받고 있다고 밝혔다. 모두 현지 여행객들인 6명 가운데 1명은 눈수술을 받았으나 상태가 양호하며, 5명은 경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는 이들을 모두 3일 오전까지 항공편으로 귀국시킨다는 방침이다. 부상자는 대부분 인도네시아인이지만 오스트레일리아인 17명과 미국인 3명, 일본인 3명도 포함됐다. 수실로 밤방 유도요노 인도네시아 대통령은 2일 자폭 테러범들이 이번 사건을 저질렀다고 밝혔다. 인도네시아 정부의 대테러 책임자인 안샤드 음바이 소장도 폭발물 조끼를 입은 3명의 자폭테러범이 사건을 저질렀으며, 이들의 주검 일부가 현장에서 발견됐다고 말했다. <가디언> 등은 현지 경찰들이 터지지 않은 9개의 폭발물을 발견했다고 보도해 애초 계획된 테러 규모는 더 컸던 것으로 추정된다. 사건이 일어난 발리 쿠타해변은 2002년 10월12일에도 나이트클럽 2곳을 겨냥한 연쇄 자살폭탄 공격이 일어나 오스트레일리아 관광객 88명 등 202명이 숨졌던 곳이다. 이 사건과 관련돼 인도네시아의 이슬람주의 무장단체인 ‘제마 이슬라미야’ 조직원 33명이 이미 유죄판결을 받았다. 이번 사건에서도 제마 이슬라미야가 벌써부터 용의선에 오르고 있다. 안샤드 음바이 소장은 제마 이슬라미야 조직원으로 이미 현상수배 중인 말레이시아인 아자하리 빈 후신 등이 이번 공격을 기획·조정한 흔적이 뚜렷하다고 말했다.
각국 정부는 이번 테러를 비난했으며, 추가 테러 가능성을 고려해 발리 여행을 삼가도록 하는 조처를 내놨다. 한국 외교부도 현지 교민은 물론 관광객들에게 주의를 당부하고 여행 자제를 요청할 방침이다. 한편, 발리의 국제항공사인 에어 파라다이스는 2일로 예정돼 있던 부산~발리 노선 취항을 무기한 연기하고 이날 저녁 7시40분 김해공항에서 발리로 떠날 예정이던 첫 항공편도 결항시켰다. 박민희 강태호 기자 mingg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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