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독지역 지원액수와 경제성장률
높은 실업률·낮은 성장률…독일전체가 신세한탄
“통일완성 15년 더 걸려”
“통일완성 15년 더 걸려”
3일로 통일 15돌을 맞는 독일에선 행사 준비로 분주하다. 베를린의 브란덴부르크문 앞에서 통일 거리축제가 열리고, 도시마다 해마다 돌아가며 여는 통일행사가 브란덴부르크주 주도인 포츠담에서 이틀간 문화축제로 열리는 등 독일 전국에서 다양한 행사들이 열릴 예정이다.
그러나 최근 총선 결과가 분명한 승자를 가리지 못한 독일 정치상황처럼, 분위기는 왠지 뒤숭숭하고 썰렁하다. 통일비용 부담으로 유럽의 기관차인 독일 경제의 성장이 지체되면서 동서 양쪽 모두에서 통일의 환희를 앗아갔다. 사민당과 녹색당 연립정부는 지난달 28일 발표한 통독 15돌 보고서에서 동독 지역의 최대 과제가 실업률을 낮추고, 젊은층이 고향을 버리고 서독으로 이주하는 것을 억제하는 것이라며, 통일을 완성하는 데 15년은 더 걸릴 것이라는 점을 인정했다.
베를린에서 만난 한 서독 출신 독일인은 “15년 전에는 동독인들이 신세한탄을 했다면, 지금은 독일 전체가 걱정하고 있다는 점이 달라진 것”이라고 말했다. 통일 독일의 가장 큰 사회문제는 높은 실업률과 서독식 사회복지 시스템의 해체로 요약할 수 있다. 독일 언론들은 “통일 과정에서 많은 오류가 있었으며, 수많은 자본이 잘못 투자되었다”는 점을 그 배경으로 지적한다.
독일 정부는 1991년 이후 지난해까지 동독 지역에 1조2400억유로(약 1550조원)를 들여 사회복지 비용 개선과 사회간접시설 확충에 대부분 투자했다. 그러나 통독 초기 92~94년 6.2~8.7%에 이르렀던 동독 지역의 경제성장률은 2001~2003년에는 마이너스를 기록하는 등 96년 이후 1%대 이하에 머물고 있다. 그 결과 동독의 가계소득은 두배 정도 늘고 독일 사회보장 혜택을 누리고 있다. 그러나 동독 지역 가계소득은 독일 전체 평균소득에서 15% 적다. 특히 동독 지역의 실업률은 서독 지역의 거의 갑절인 18.6%에 달해 가계당 재산은 동독 지역이 서독 지역의 40%에 불과하다.
동서독간 불균형에 대한 동독인들의 불만이 극적으로 표출된 것이 지난달 18일 치러진 독일 총선 결과다. 집권 사민당과 보수 야당인 기민/기사 연합은 동독 지역에서 3년 전 선거 때에 비해 각각 9.2%와 3.0% 득표율이 하락하고, 좌파연합의 득표율은 8.5%나 상승했다.
동독인들의 정체성은 통일 15년이 지난 현재도 혼란스럽다. ‘정치 교육을 위한 연방중앙연구소’가 최근 내놓은 ‘1987~2002년 독일인의 정서 변화’라는 보고서를 보면, 동독인의 70%가 독일인과 동독인의 이중적 정체성을 가지고 있고, 13%는 동독인으로만 느끼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13%만이 독일인의 정체성을 보였을 뿐, 4%는 독일인도 동독인도 아닌 무국적의 정체성을 가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반영하듯 동독 출신들 사이엔 독일 공영방송보다는 동독 지역 방송인 <엠데에르(MDR)>를 시청하며, 옛 동독을 그리워하는 문화향수 코드가 유행하고 있다.
호르스트 쾰러 대통령은 이번 통독 15돌 기념회견에서 “동독인들은 생활수준이 독일 전국에 평준화될 것이라는 잘못된 희망을 가지지 말아야 할 것”이라며 “희망이 크면 실망도 큰 법”이라고 말했다. 독일 유력 일간 <쥐트도이체차이퉁>은 “동독인들이 완전히 다른 경제, 행정, 문화 시스템에 놀라운 적응을 해왔다”고 평가하면서 “비관주의에 젖기보다는 지금까지 이루어 온 것을 인정하는 미덕과 시민정신을 가지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볼프강 티어제 연방의회 의장은 “통일 초기에는 동독인들만이 일방적으로 변화를 강요받았지만 이제는 동서독인들이 함께 바뀌어야 하는 변화의 2단계에 들어섰다”고 말했다. 김학준 기자, 베를린/한주연 통신원 kimh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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