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등 주요 6개국과 이란은 2일(현지시간) 이란의 핵개발 활동을 중단하되 이란에 대한 제재는 당분간 유지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잠정 합의안인 포괄적공동행동계획(JCPOA)을 마련하는 데 최종 합의했다. 사진은 존 케리 미 국무장관(맨 오른쪽)과 필립 해먼드 영 외무장관(오른쪽 두번째), 무함마드 자바드 자리프 이란 외무장관(오른쪽 네번째), 페데리카 모게리니 유럽연합(EU) 외교안보 고위대표(왼쪽 네번째), 프랑크 발터 슈타인마이어 독 외무장관(왼쪽 세번째), 로랑 파비우스 프랑스 외무장관 등 협상 대표자들. 연합.
이란-미국 등 주요 6개국 포괄적 합의
서방은 이란에 대한 경제 제재 해제
반기문 “중동 평화와 정세 안정에 도움”
미 공화당 “미흡”…이스라엘 “나쁜 합의”
서방은 이란에 대한 경제 제재 해제
반기문 “중동 평화와 정세 안정에 도움”
미 공화당 “미흡”…이스라엘 “나쁜 합의”
미국 등 주요 6개국과 이란이 2일 서방국가들의 제재를 해제하는 대가로 이란이 최소 10년 이상 핵개발 활동을 중단하는 내용의 포괄적 합의안을 마련하는데 성공했다.
이란과 주요 6개국(P5+1·유엔 안보리 5개 상임이사국과 독일)은 스위스 로잔에서 1차 협상 마감시한인 지난달 31일을 넘겨 이날까지 이틀간 마라톤 협상을 계속한 끝에 극적인 타협점을 찾았다.
양측이 이날 발표한 ‘포괄적 공동 행동계획을 위한 요소들’이란 문건은 양측이 이행해야 할 의무사항들을 상당히 구체적으로 담고 있다. 양측은 이를 토대로 6월 30일까지 세부적이고 기술적인 사항에 대한 최종 합의에 도달하기 위한 협상을 계속할 예정이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합의문 발표 뒤 성명에서 “이번 협상으로 이란이 핵무기를 개발할 모든 길을 차단할 수 있게 됐다”며 “역사적인 합의”라고 자평했다. 그는 “이번 합의는 우리의 핵심 목표를 충족한 좋은 합의”라고 말했다.
이번 합의는 첫 10년간은 이란의 핵개발 활동을 대폭 감축·동결함으로써 사실상 이 기간중 이란이 핵무기를 개발할 수 있는 길을 차단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를 통해 이란 지도부가 만약 합의를 깨고 핵무기 개발 결정을 하더라도 실제 핵무기 한개 제조에 필요한 핵물질을 개발하는데 소요되는 기간을 현재의 2~3개월에서 1년 이상으로 늘리는 효과를 낼 것으로 보인다. 그런 점에서 첫 10년간은 미국이 원하는 목표를 달성했다고 볼 수 있다.
구체적으로, 이란은 우라늄 농축을 위해 현재 가동 중인 1만9000개의 원심분리기를 감축해 1세대형 초기 모델인 6104개만 남기기로 했다. 이란은 또 첫 15년간 저농축 우라늄(LEU) 재고를 현재의 1만㎏에서 300㎏의 3.67% 저농축 우라늄으로 감축하기로 했다. 아라크 중수로는 무기급 플루토늄을 생산하지 못하도록 설계변경을 하게 되며, 핵연료봉은 제거하기로 했다.
하지만, 첫 10년이 지난 이후 이란의 핵활동을 어느 정도 수준으로 허용할 것인지는 분명치 않아 보인다. 다만, 국제원자력기구(IAEA)를 통한 엄격한 사찰 활동을 25년간 유지해 이란의 핵개발 활동을 감시하겠다는 것이다.
이란으로서도 자국 경제에 엄청난 타격을 입힌 국제사회의 경제제재를 이번 합의를 통해 해제하게 함으로써 상당한 실리를 챙기게 됐다. 주요 6개국은 이란에 대한 강도 높은 경제제재를 이란이 합의를 준수하는 것을 조건으로 해제하기로 했다. 해제 시점은 합의서에 나와있지 않다. 그러나 합의 이행에 걸리는 시간을 감안하면 합의 이후 4~12개월 안에 해제될 것으로 전망된다.
또 합의 이행 기간 중 핵무기 개발 활동은 중단되지만, 최소한의 핵 시설을 유지할 수 있는 권리도 얻어냈다. 합의 종료 이후 엄격한 사찰이 따르긴 하지만 우라늄 농축을 할 수 있는 길을 열어놨다고 볼 수 있다. 이란측 협상대표인 모함마드 자리프 이란 외무장관은 “우리의 프로그램은 평화적이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며 “우리의 시설은 계속 유지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그는 “우리는 중대한 진전을 이뤘으나 앞으로 가야 할 길이 남아있다”고 덧붙였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이번 합의가 중동 지역 평화와 정세 안정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반 총장은 성명에서 “모든 나라가 각각 직면한 수많은 심각한 안보 위협 문제를 신속히 해결하도록 협력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협상에 참여해온 영국, 독일, 러시아 등도 일제히 환영 성명을 냈다. 반면, 이스라엘은 이번 합의를 ‘나쁜 합의’라고 비난하고 나섰다.
미 공화당 쪽은 이번 합의가 미흡하다며 문제점을 철저히 따지겠다고 밝혔다. 존 베이너 하원의장은 “의회는 제재가 해제되기 전에 합의의 세부사항을 철저히 재검토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밥 코너 상원 외교위원장은 의회 휴회가 끝나는 오는 14일 의회에 합의안 승인권을 부여하는 내용의 법안 통과 절차에 들어가겠다고 말했다.
워싱턴/박현 특파원 hyun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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