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종 전쟁에서 여성인권 종종 침해받아”
아베, 위안부 사과 없이 전날 발언 반복
오바마, 중국의 영유권 분쟁 언급한뒤
“분쟁 강압 아닌 평화적으로 해결해야”
아베, 위안부 사과 없이 전날 발언 반복
오바마, 중국의 영유권 분쟁 언급한뒤
“분쟁 강압 아닌 평화적으로 해결해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28일(현지시각) 미-일 동맹이 새로운 단계로 진입했음을 선언했다.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미-일 정상회담을 마친 뒤 공동기자회견에서 “한-미-일, 미-일-호주 삼각 협력은 역내 안보를 증진시키는 새로운 기회를 우리에게 주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중국과 이웃국가들간에 영유권 분쟁이 일고 있는 동중국해와 남중국해 문제와 북한 핵문제를 언급한 뒤 이렇게 강조했다. 이는 미국을 중심으로 한 삼각 안보 체제를 한층 강화시켜 나가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한 것으로 보인다. 오바마 대통령은 “우리는 남중국해에서 중국의 인공섬 조성 공사에 대해 우려를 함께 했으며, 분쟁을 강압이 아닌 평화적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 했다”고 말했다.
아베 일본 총리는 미-일 방위협력지침이 18년 만에 개정된 것과 관련해 “우리는 미-일 동맹의 역사에서 새로운 페이지를 넘겼다”며 “강한 결속에 기반한 미-일 동맹은 아시아·태평양과 세계의 평화와 안정에 필수불가결한 요소”라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우리는 어떤 형태로든 현상 질서를 변경시키려는 일방적 시도에 반대한다는데 뜻을 같이 했다”며 “분쟁은 강압이나 위협이 아니라 국제법에 기반해 평화적으로 해결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는 중국을 겨냥한 발언이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와 관련한 아베 총리의 사죄는 이번 기자회견에서도 나오지 않았다. 오바마 대통령이 질문자로 지명한 <아에프페>(AFP)의 앤드류 비티 기자는 아베 총리에게 “총리는 일본 제국주의 군대에 의해 노예가 된 20만명의 여성들을 포함해 2차 세계대전 중 일본의 행동에 충분히 사죄를 표명하지 않았다”며 “오늘 이에 대해 사과하겠는가”라고 물었다. 이에 대해 아베 총리는 전날 하버드대에서 했던 발언을 거의 그대로 반복했다. 그는 “인신매매에 의해 괴롭힘을 당하고 헤아릴 수 없는 고통과 형언할 수 없는 아픔을 겪은 이들을 생각할 때 가슴이 아프다”며 “나의 감정은 과거 정부 총리들과 같다”고 밝혔다.
그는 또 20세기 역사에서 벌어진 각종 무력충돌에서 여성들의 존엄과 인권이 침해받았다면서 21세기에는 이런 역사가 반복돼선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무력충돌 시 여성 성폭력 문제를 근절하기 위해 지난해 1200만달러, 올해는 2200만달러를 유엔에 기부했다고 덧붙였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한-일 과거사 갈등과 관련해 언급을 하지는 않았다. 다만, 모두 발언에서 전날 아베 총리를 링컨기념관으로 안내한 것을 언급하면서, “링컨 대통령은 대규모 충돌 뒤에는 화해가 뒤따라야 한다는 점을 믿었다”고 말해 여운을 남겼다. 그는 이어 아베 총리는 알링턴 국립묘지를 방문한 것에 감사를 표시한 뒤, “이것은 과거는 극복될 수 있고, 과거의 적이 가장 가까운 동맹이 될 수 있으며, 그 국가들이 미래를 함께 건설할 수 있다는 것을 상기시킨다”고 말했다.
두 정상은 이날 회견에서 중국의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에 반대하지 않지만, 높은 운영기준과 투명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미국이 이 투자은행 자체에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세계은행이나 국제통화기금처럼 다국적 금융기관이 운영되는 가이드라인이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아베 총리는 “국가에 돈을 빌려줄 때는 적절하고 엄격한 평가를 하는 것이 중요하며 이 투자은행에는 공정하고 투명한 지배구조가 필요하다”며 “그런 점에서 미국과 일본은 협력하고 중국과 대화를 지속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워싱턴/박현 특파원 hyun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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