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검찰, 2013년 재판 증언록 공개
러시아·카타르 월드컵 겨냥할 듯
러시아·카타르 월드컵 겨냥할 듯
제프 블라터 회장의 사퇴를 불러온 부패 추문에 휩싸여 있는 국제축구연맹(FIFA·피파)의 전직 고위 간부가 1998년 프랑스월드컵과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월드컵 개최지 선정과 관련해 피파 집행위원들이 뇌물을 받았다고 증언한 내용이 공개됐다.
미국 검찰은 미국 출신인 척 블레이저(70) 전 피파 집행위원이 2013년 11월 뉴욕 동부지법에서 열린 비공개 재판에서 증언한 내용을 담은 녹취록을 3일 공개했다. 블레이저는 1997~2013년 피파 집행위원이었고 1990~2011년 북중미카리브해축구연맹(CONCAF) 사무총장이었다. 블레이저는 뇌물 수수와 탈세 혐의 등으로 징역 20년 이상 형량을 받을 위기에 처하자 미국 사법당국 수사에 협조해 왔다.
블레이저는 2013년 재판에서 “2004년께부터 2011년까지, 나와 피파 집행위원들은 2010년 월드컵 개최국으로 남아공을 선정하는 것과 관련해 뇌물을 받는 데 동의했다”고 말했다.
미국 검찰은 지난주 피파 전·현직 간부들을 기소하며 공소장에서 모로코 월드컵 개최위원회가 2010년 월드컵 개최권을 따내기 위해 블레이저를 포함한 피파 간부들에게 100만달러를 뇌물로 제시했고, 이후 남아공이 피파에 1000만달러를 뇌물로 줘 남아공이 결국 2010년 월드컵 개최권을 따냈다고 밝혔다. 하지만 남아공 축구협회 회장인 대니 조단은 최근 “돈을 준 것은 맞지만 뇌물이 아니라 발전기금이었다”고 반박했다.
블레이저는 또 비공개 재판에서 “1992년께 나와 다른 사람들은 1998년 월드컵 개최지 선정과 관련해 뇌물을 받았다”고도 증언했다. 미국 수사당국의 다른 기록에 따르면, 모로코가 월드컵을 유치하기 위해 블레이저 등에게 뇌물을 줬으나 프랑스가 개최지로 선정됐다고 <뉴욕 타임스>는 전했다. 또 블레이저는 “1993년께부터 2000년께까지 나와 다른 사람들은 (북중미지역 축구대회인) 골드컵 개최지 선정 및 중계권과 관련해 뇌물을 받았다”고도 실토했다.
미 검찰과 연방수사국(FBI) 등의 수사 칼날은 결국 2018년 러시아월드컵과 2022년 카타르월드컵으로 향할 것으로 보인다.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는 3일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미 연방수사국이 러시아와 카타르가 월드컵을 유치하면서 피파에 대가를 줬는지 여부에 대해 수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스위스 검찰은 러시아와 카타르 월드컵 유치와 관련해 비리가 있는지 독자적으로 수사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러시아와 카타르 두 나라 모두 월드컵 개최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하지만, 수사 결과에 따라서 개최 반대 여론이 거세질 수도 있다.
조기원 기자 garden@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