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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국제일반

[세계의 창] 다음 차례는 북한인가? / 존 페퍼

등록 2015-08-09 18:46

조지 부시 행정부 시절, 전문가와 언론인들은 북한이 다음번 정권교체 대상이 될 것으로 관측했다. 부시 전 대통령이 2002년 국정연설에서 북한을 ‘악의 축’에 포함시켰기 때문이다. 1년 뒤에 미국은 독재국가 ‘3인방’의 하나였던 사담 후세인의 이라크를 침공했다. 북한은 붕괴될 다음 순번의 국가로 보였다.

그러나 부시 행정부는 북한을 침공하지 않았다. 네오콘들은 대체로 중동에 초점을 맞췄다. 북한은 대규모로 배치한 장사정포를 통해 인구 밀집 지역인 서울을 파괴하는 식으로 신속하게 보복할 수 있다. 또한, 미군이 김씨 왕조를 몰아내도 평양을 접수할 수 있는 그럴듯한 망명정부도 없었다.

10년이 훌쩍 지난 지금, 비슷한 질문이 다시 제기되고 있다. 다음 차례는 북한인가?

이번에는 학자와 언론인들이 오바마 행정부의 ‘화해의 축’에 북한이 포함될 것이라는 관측을 하고 있다. 미국과 쿠바는 수십년간의 적대적 관계를 청산하고 대사를 교환했다. 미국과 이란은 대다수 국제사회의 지지 속에 이란의 핵프로그램을 동결하고 그 대가로 경제제재를 해제하는 큰 협상을 이끌어냈다.

국제관계가 논리적 법칙을 따른다면, 미국과 북한도 지금쯤 양쪽의 차이를 해결하기 위해 마주 앉아 있을 것이다. 미국은 50년간의 제재가 쿠바의 행동을 변화시키지 못했음을 깨닫고 나서 전략을 바꾸기로 했다. 무거운 제재를 받고 있는 북한에도 똑같은 법칙이 적용된다. 이란도 핵프로그램 동결로 매우 매력적인 미국과 국제사회의 경제적 협조를 얻을 수 있다는 점을 깨달았다. 틀림없이, 북한도 똑같은 결론을 내리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국제관계는 논리적이지 않다. 북한이 정권 교체의 다음번 대상이 되지 않은 것처럼, ‘화해의 축’의 다음 차례 국가가 될 것 같지는 않다.

우선 쿠바나 이란과 달리 미국 내부의 어떤 주요한 유권자 집단도 북한과 화해하도록 압박하고 있지 않다. 미국의 경제계는 이란에선 원유와 가스, 쿠바에선 농업과 관광 분야에서 커다란 수익성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들은 상당한 자금을 들여 의회와 행정부에 미국의 제재 정책을 바꾸도록 로비를 해왔다.

그러나 북한은 이란이나 쿠바처럼 ‘투자 노다지’가 아니다. 인구도 적고, 많은 해외 기업들이 이미 북한에서 사업을 시도하다 돈을 잃었다. 사회간접자본 시설이나 법률도 예측하기가 어렵다.

또한, 이란이나 쿠바의 경우엔 미국에 정착해 있는 ‘디아스포라 공동체’들이 관여 정책을 옹호하는 쪽으로 의미있게 이동했다. 쿠바계 미국인들은 맹렬한 반공산주의자였다. 이란계 미국인들도 비슷하게 이란 체제에 반대했다. 그러나 이란과 쿠바 내부의 변화, 디아스포라 공동체 내부의 세대 교체, 고국과 연결되는 새로운 통신기술 등의 결과로, 디아스포라 공동체의 여론은 좀더 온건해지기 시작했다.

북한과 관련해 미국의 한인 공동체는 갈라져 있다. 한국계 미국인들은 미국의 대북 정책이 “너무 온건하다”, “너무 강경하다”, “적당하다”고 생각하는 쪽이 비슷한 비율로 나뉘어 있다. 미국인들도 북한에 대해 거의 호의적이지 않다. 미국 내부에서 북한과의 화해를 옹호하는 추진 요인이 극도로 약한 것이다.

흡인 요인도 강하지 않다. 이란과 쿠바에선 개혁적 성향의 지도자들이 정치적 변화들을 이끌어냈다. 2011년 말 정권을 물려받은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는 젊은 나이 때문에 체제 변화에 착수할 것으로 많은 사람들이 기대했다. 하지만 정치적 경쟁자들을 처형하거나 남한과 미국에 대해 매우 적대적인 수사들을 내놓고 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국제관계 분야에서 가용할 수 있는 정치적 자본이 매우 제한돼 있다. 쿠바와의 데탕트나 이란 핵협상 타결에 반대하는, 다수당인 공화당의 커다란 반발에 직면해 있다. 북한과 화해를 촉구하는 미국 기업인이나 여론의 압력이 없는 상황에서, 오바마 행정부는 남은 임기 동안 북한 문제를 무시할 것으로 보인다.

존 페퍼 미국 외교정책포커스 소장
존 페퍼 미국 외교정책포커스 소장
김 제1비서가 6자회담을 재개하고 핵프로그램과 글로벌 경제의 참여를 맞바꿀 수 있지만, 그가 그런 협상에 관심이 있다는 어떤 조짐도 없다. 평양이나 워싱턴에서 어떤 극적인 변화가 일어나지 않는 한, 지금과 같은 현상유지 상태가 계속될 것이다.

존 페퍼 미국 외교정책포커스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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