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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국제일반

미국은 언제든지 인터넷정보를 훔쳐볼 수 있다

등록 2015-11-09 21:41수정 2015-11-10 10:57

※클릭하면 확대됩니다.
탐사기획 스노든 폭로 2년 ‘인터넷 감시사회’
미국 기업, 핵심장비 라우터 시장 51% 점유
NSA, 수출품에 해킹 장비 심어
스노든 문건 “시스코 등 라우터 해킹
매우 좋은 성과 남겼다”
한국은 대부분 미국산 사용
‘세계무역기구(WTO) 선거 도감청 사건’에 ‘정보고속도로의 인터체인지’를 둘러싼 정보전의 실체가 드러난다. 미국 등 ‘파이브아이스’가 전세계를 대상으로 무차별 인터넷 도감청을 할 수 있었던 것은 미국이 라우터 등 네트워크 통신장비 기술을 장악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견해가 많다.

미국 국가안보국(NSA) 전 직원 에드워드 스노든의 폭로 문건 상당수가 미 국가안보국과 영국 정보통신본부(GCHQ)가 라우터를 장악해 정보를 수집한 정황을 가감없이 보여준다. 라우터는 인터넷망의 핵심 기기로, 인터넷 패킷이 빠르고 안전하게 전달되는 경로를 안내하는 역할을 한다. 쉽게 말해 ‘정보고속도로의 인터체인지’에 해당한다. 라우터를 해킹하면, 인터넷망의 주요 길목을 장악해 이곳을 지나는 정보를 파악할 수 있다. 2013년 스노든 문건으로 널리 알려졌다. 인터넷 기술 및 규약 등을 주도해온 미국은 인터넷망 장비 산업에서도 압도적인 지위를 차지하고 있다.

스노든 문건에 나온 라우터 장악의 내용은 충격적이다. 영국 정보통신본부가 2008년 6월 영국 외무장관에게 보낸 1급 기밀문서를 보면 “라우터에 대한 영국 정보통신본부의 네트워크 해킹 작업은 소프트웨어 분해(리버스 엔지니어링) 작업으로부터 많은 도움을 받았다. 이 방법으로 시스코 라우터를 통해 파키스탄 거의 대부분의 인터넷 사용자들에게 접근할 수 있다”고 밝혔다. 영국 정보기관이 미국 시스코사의 라우터를 통해 파키스탄 인터넷 트래픽을 감시할 수 있게 됐다는 취지다.

또다른 스노든 문건을 보면 “시스코나 주니퍼, 화웨이 등이 만드는 대용량 라우터에 대한 해킹은 우리와 파이브아이스 파트너 국가들에 매우 좋은 성과를 남겼다”는 대목이 있다. 이어 이 문건에는 라우터를 해킹할 때 염두에 둘 항목들이 제시된다. ‘원할 때 언제든 (라우터에) 접속할 수 있도록 당신의 암호를 추가할 수 있다’ ‘라우팅 규칙을 추가·변경할 수 있다’ ‘패킷 도청 용량을 설정할 수 있다. 아이에스피의 기간설비 라우터에 와이어샤크(패킷 분석 프로그램)를 가동시키는 것과 같다고 상상하면 된다. 마치 어떤 전화 회선이든 들을 수 있는 감청초소와 같다’ 등과 같은 대목들이 나온다.

지난해 5월 저널리스트 글렌 그린월드가 쓴 <더 이상 숨을 곳이 없다>를 보면, 미 국가안보국은 미국 공항에서 시스코사가 수출하는 라우터 소포를 가로채, 도감청이 가능한 ‘백도어’(뒷문)를 심은 뒤 재포장해 수출했다.

스노든 문건에서 라우터 해킹 정황이 폭로되자 아이티(IT) 업계는 충격에 싸였다. 올해 1분기 기준 전세계 라우터 시장의 51%를 점유하고 있는 시스코는 지난해 5월 ‘미 국가안보국의 시스코 라우터 해킹’ 의혹 문건이 공개되자 버락 오바마 대통령에게 공개적으로 항의 편지를 보내는 등 민감하게 반응했다. 존 체임버스 당시 회장은 이 편지에서 “이런 주장이 사실이라면 망 장비 분야에서 우리의 신뢰가 약화될 수 있다”며 “시스코는 미국 정부를 포함해 어느 정부와도 이런 협조 관계를 맺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라우터 해킹 의혹은 미국의 도덕성에 대해서도 논란을 불렀다. 그동안 미국 정부는 중국을 ‘인터넷 해킹의 주범’으로 몰아붙여왔다. 2012년 미국은 중국산 인터넷망 장비(화웨이, 제트티이)에 ‘백도어가 설치됐을 가능성이 있다’며 수입을 제한하는 조처를 취하기도 했다. 지난해 스노든 폭로로 미국의 이중성이 드러난 셈이다.

문제는 우리나라가 대부분 미국산 라우터를 쓴다는 사실이다. 지난해 한국네트워크산업협회가 진행한 ‘네트워크 장비산업 실태 조사’를 보면, 유선망 장비 시장에서 라우터의 국내 제조사 비율은 0%였다. 100% 외국산으로 조사됐다. 미국 라우터로 추정된다. 특히 용량이 큰 ‘코어 라우터’의 경우 미국 업체인 시스코와 주니퍼사 제품이 국내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의 2012년 보고서인 ‘국가기반체계 보호전략 개발연구’를 보면, 우리나라 국제 트래픽의 절반을 처리하는 케이티(KT) 혜화전화국(서울 위치)의 국제 라우터는 7대 전부 시스코와 주니퍼 제품이었다. <한겨레>는 미래창조과학부와 주요 통신 3사에 라우터 장비의 구체적 현황을 물었으나 “사업상 비밀”이라며 공개를 거부했다.

강석열 전 국가보안기술연구소 소장은 “우리나라는 인터넷망 장비의 대부분을 외국에 의존하고 있다”며 “사이버 정보전에 국경도 우방국도 없는 점을 고려하면, 네트워크 보안 분야를 연구하고 조사해야 할 필요성이 매우 크다”고 말했다.

최현준 기자 haoju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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