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미얀마 총선에서 아웅산 수치가 이끄는 민족민주동맹(NLD)이 군부를 대리하는 집권당인 통합단결발전당에 압승을 거둔 이래 처음으로, 군부 최고 실세가 서방 언론과 인터뷰에서 ‘평화적 정권 이양’ 의지를 거듭 확인했다. 군부는 권력구조의 급진적 변화보다는 점진적 개혁을 선호한다는 뜻도 분명히 했다.
민 아웅 흘라잉 미얀마 군 참모총장은 23일 미국 <워싱턴 포스트>와 한 인터뷰에서 “총선 행정절차가 완료되는 다음달에 수치와 만나 (정권이양에 관해)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흘라잉은 “아무런 제한없이 대화할 준비가 돼 있다. 수치는 어떤 주제든 말할 수 있고, 나는 그에 답변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현 정부는 국민의 욕구를 채워줄 수 없어, 국민이 다른 사람을 선택했다”며 “이제 할 일은 차기 대통령이 국민의 여망을 충족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인터뷰 질문은 직설적이었다. 본인 또는 직계가족 중 외국인 국적자는 정·부통령 피선거권을 불허한 헌법의 개정 의향을 묻는 질문에 흘라잉은 “개헌은 나 혼자 결정할 수 없으며 의회가 논의해야 한다”고 했다. 미얀마의 현행 헌법은 군부에 전체 의석의 25%를 할당하고 있으며, 개헌 가결 정족수는 전체 의석의 75%다. 군부가 개헌의 결정권을 틀어쥔 셈이다. 이에 대해 흘라잉은 “회담 결과가 좋으면 (그 문제에 대해 수치와) 협력할 수 있으며 방법은 수없이 많다”고 말했다.
흘라잉은 권력의 대대적인 민간 이양에 대해 “나라 상황이 안정되면 그렇게 할 것”이라고 밝혔다. ‘안정’의 기준을 묻는 질문에는 “첫째는 소수민족 무장그룹과의 실질적인 평화, 둘째는 다당제 민주주의의 성숙, 셋째는 소수민족과 정부와의 관계 개선”을 꼽았다.
흘라잉은 끝으로 ‘총선 결과에 대한 군부의 불개입을 국제사회에 약속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이번 총선은 자유롭고 공정했으며, 대통령이 이미 정권 이양에 동의했다”며 “이건 올바른 일이고 우리(군부)는 대통령을 따를 것”이라고 말했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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