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삐 풀린’ 미국산 원유가 40년 만에 첫 본격 수출길에 오른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23일 미국 텍사스주에 있는 원유 생산업체 엔터프라이즈 프로덕츠 파트너스가 내년 1월 첫째 주에 휴스턴 운하에서 유조선에 수출용 경질유 60만배럴을 선적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원유를 수입하는 곳은 네덜란드 회사인 비톨그룹이다. 비톨그룹은 이 원유를 자회사 정유공장이 있는 스위스로 보내 정제한 뒤 북유럽 각국에 공급할 예정이다.
미국은 석유수출국기구(OPEC·오펙)가 원유 공급량을 제한해 유가를 올렸던 ‘오일 쇼크’ 때인 1975년부터 원유 수출을 원칙적으로 금지해왔다. 로널드 레이건 정부 때 캐나다에 알래스카산 원유를 수출했던 사례처럼 미국 대통령이 필요하다고 인정할 경우에만 예외적으로 원유 수출을 허용한 적은 있지만, 수출금지 원칙은 40년 동안 유지해왔다.
하지만 최근 몇 년 동안 미국에서 퇴적암반인 셰일층에서 천연가스와 원유를 뽑아내는 기술이 실용화되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셰일 혁명 덕에 미국은 지난해 사우디아라비아를 제치고 세계 최대 산유국이 됐다. 공급량이 늘어 유가가 떨어지면서 원유 생산업자들이 수출길을 찾기 시작했다. 미국 정부도 지난해 9월 원유 생산업자가 초경질유인 콘덴세이트를 해외 판매용으로 선적하도록 허가하며 빗장을 조금씩 풀었다. 그리고 최근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수출금지 조처를 해제하는 법안에 서명하면서, 원유 수출금지 조처가 막을 내렸다.
미국의 원유 수출 시작 등으로 국제 시장에 원유 공급 증가가 계속되면서 저유가는 한동안 지속될 듯 보인다. 오펙은 23일 낸 세계원유전망 보고서에서 오펙 바스켓 유가가 2020년에야 배럴당 70달러 수준으로 반등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리고 2040년은 돼야 배럴당 95달러로 올라간다고 내다봤다. 오펙 바스켓 유가는 지난해 상반기에는 배럴당 100달러 수준이었으나 올해에는 21일 기준으로 배럴당 30.74달러로 내려갔다. 국제 기준 원유 중 하나인 브렌트유 선물 가격은 22일 배럴당 36.11달러로 2004년 7월 이후 최저로 떨어지기도 했다. 오펙은 2019년이 돼야 오펙의 원유 생산량도 지난달 하루 3170만배럴에서 110만배럴 적은 3060만배럴로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조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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