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검 담뱃불 화상 등 고문 흔적
이탈리아, 이집트 대사 소환해 항의
이탈리아, 이집트 대사 소환해 항의
지난주 이집트의 수도 카이로에서 실종된 이탈리아 대학원생이 끝내 숨진 채 발견됐다. 이탈리아 정부는 주검 발견 직후 이탈리아 주재 이집트 대사를 긴급 소환해 강력히 항의하고, 이집트 정부에도 “사안의 예외적인 엄중함에 비춰 철저한 공동조사에 협력해 달라”고 촉구했다.
<에이피>(AP) 등 외신 보도를 종합하면, 지난달 25일 실종된 이탈리아 출신의 줄리오 레제니(28)의 시신이 4일 카이로 외곽 지역의 고속도로 인근에서 발견됐다. 이번 실종 수사를 이끌었던 아흐메드 나기 검사는 바지가 벗겨진 채 거의 알몸 상태로 발견된 레제니의 주검에서 담뱃불에 의한 화상과 멍 자국들, 그리고 귀 부분이 찢어진 흔적 등이 발견됐다고 밝혔다.
레제니의 친구는 카이로의 중상류층 거주지에 머물던 레제니가 지난달 25일 친구를 만난다며 시내로 외출한 다음 연락이 끊겼다고 전했다. 영국 케임브리지대 박사과정 대학원생인 레제니가 실종된 날은 2011년 ‘아랍의 봄’ 당시 30년간 장기집권을 해온 호스니 무바라크 대통령을 축출한 기념일이었다. 당일 카이로 도심에 있는 타흐리르 광장에서는 친정부 집회만 열렸을 뿐 반정부 시위는 찾아볼 수 없었다. 이집트 경찰은 현지 활동가들을 대거 체포하고 시민들에게 시위를 하지 말 것을 경고하는 등 카이로 시내는 긴장이 고조되고 있던 상황이었다.
4일 레제니의 죽음을 확인한 이탈리아 정부는 이집트 당국에 이탈리아 전문가가 포함된 합동조사단을 꾸릴 것과, 레제니의 주검을 가능한 한 빨리 이탈리아로 옮기도록 요구했다고 밝혔다.
황금비 기자 withb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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