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BI의 아이폰 보안기능 해제 요구 거부할 수밖에 없는 이유
NYT, FBI 요구 수용땐 각국서 봇물
중국 등 핵심시장 타격 불가피 고려
보안이 세계 판매전략 핵심 중 하나
‘사생활 보호’ 광고 효과도 덤으로
NYT, FBI 요구 수용땐 각국서 봇물
중국 등 핵심시장 타격 불가피 고려
보안이 세계 판매전략 핵심 중 하나
‘사생활 보호’ 광고 효과도 덤으로
애플이 최근 미국 연방수사국(FBI)의 아이폰 보안기능 해제 요구를 거부한 배경에는 보안이 애플의 세계 판매전략의 핵심 중 하나이기 때문이라고 <뉴욕 타임스>가 20일 보도했다. 애플은 최근 로스앤젤레스 샌버나디노 총기난사 테러범이 사용하던 아이폰 보안기능을 푸는 데 연방수사국에 협조하라는 치안판사의 명령도 거부했다.
<뉴욕 타임스>는 애플이 이번에 연방수사국 요구에 협조하면 미국 외의 다른 나라 정부들도 비슷한 요구를 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애플은 2013년 중국 최대 이동통신사인 차이나 모바일에 아이폰 공급 계약을 하면서 거대 시장인 중국 시장 진출에 중요한 교두보를 마련했다. 팀 쿡 최고경영자가 아이폰을 차이나 모바일에 공급하기 위해 6년 동안이나 중국을 여러 차례 방문해 중국 고위 관료들을 만나 설득했다. 쿡 최고경영자는 차이나 모바일에 아이폰 공급 계약이 성사된 날이 애플에 “분수령”이 된 날이라고 평가했다.
실제로 중국과 홍콩, 대만을 합친 중화권 매출은 2013회계연도 1분기에 애플 전체 매출의 12.5%에 지나지 않았으나, 2016회계연도 1분기에는 24.2%로 갑절 가까이 비중이 커졌다. 2013년 1분기 때는 중화권 매출이 유럽(22.9%)의 절반 정도였으나, 2016년 1분기에는 중화권 매출이 유럽(23.6%)보다도 커졌다.
만일, 애플이 샌버나디노 총기난사 테러범의 아이폰 보안기능을 풀어주면 중국 당국도 비슷한 요구를 할 수 있으며, 애플은 중국 당국의 요구를 통제할 수 없다. 애플이 만약 중국 당국의 요구를 거절하면, 중국 당국에서 상당한 제재 조처를 받을 수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이 경우 애플은 핵심 시장으로 떠오른 중국 시장에서 상당한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이뿐만 아니라, 시민들에 대한 감시가 비교적 많은 곳으로 알려진 러시아와 영국, 이스라엘에서도 나중에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쿡 최고경영자는 연방수사국의 요구를 한번이라도 들어주면 이후 걷잡을 수 없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그는 최근 애플 고객들에게 보낸 전자우편에서 “연방수사국이 샌버다니노 총기난사 사건 범인의 아이폰의 잠금해제를 할 수 있는 특별한 도구를 요구했다”며 “정부는 이 도구가 단 한번만 사용될 것이라고 우리에게 전했다. 하지만 진실은 그렇지 않다. 한 번 개발된 도구는 계속 사용될 것이며 (아이폰) 여러 대에 사용될 것이다”고 말했다.
애플은 그동안 사생활 보호에 중점을 둔 광고를 하지는 않았지만, 이번 사건으로 엄청난 광고 효과를 얻었다. 애플이 아이폰 보안기능의 해제 요구를 거부한 데 지지 시위를 벌인 시민단체인 ‘미래를 위한 싸움’의 에반 그리어는 “애플은 모든 회사들이 해야 할 일을 하는 것일 뿐”이라고 <뉴욕 타임스>에 말했다.
이 신문은 애플의 주주들은 아직까지는 별다른 반응이 없지만 결국에는 애플의 사생활 보호정책을 지지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 교수인 마르 쿠스마노는 “이번 사태는 비즈니스와 직결된 문제다. 지금은 사람들이 보안 이슈와는 상관없이 휴대전화를 구입한다. 하지만 나중에는 (보완과 관련된 정부와 개인의) 싸움이 매우 격렬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조기원 기자 gard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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