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문화된 ‘대통령 모욕죄’ 적용
권위주의적 통치 비판받는 에르도안
자신 향한 비난 목소리마저 옥죄
권위주의적 통치 비판받는 에르도안
자신 향한 비난 목소리마저 옥죄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이 취임한 뒤 1년6개월 동안 ‘대통령 모욕죄’로 2000명 가까이 기소됐다. 권위주의적 통치로 터키 안팎에서 비판받고 있는 에르도안 대통령이 사문화된 법 조항을 이용해 비판의 목소리마저 옥죄고 있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베키르 보즈다으 터키 법무장관은 1일 의회에 출석해 “대통령 모욕죄로 기소된 1854건의 사건을 진행하도록 승인했다”고 밝혔다고 <로이터> 등 외신이 보도했다. 그는 “우리 대통령을 향한 모욕을 차마 읽을 수 없다. 얼굴이 붉어진다”며 “그 누구도 욕을 할 자유를 가져선 안 된다”고 덧붙였다.
터키에서 대통령 모욕죄는 최대 4년 이하의 징역형에 처해지는 중형이지만, 그간 사문화되어 거의 적용되지 않았다. 그러나 2014년 취임한 에르도안 대통령은 자신에 대한 비난을 강하게 처벌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지난해 2월에는 거리에서 대통령을 향해 ‘도둑’이라는 구호를 외치며 시위하던 16살 학생이 대통령을 모욕한 혐의로 유죄를 선고받는 등 그간 대통령 모욕죄로 기소된 사람은 언론인에서부터 축구선수까지 다양하다.
대통령 모욕 혐의에 대한 마구잡이식 기소는 웃지 못할 ‘해프닝’을 낳기도 했다. 지난해 터키의 의사는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계정에 골룸 캐릭터와 에르도안 대통령을 비교하는 사진을 올렸다가 대통령 모욕죄로 기소당했는데, 실제 골룸의 캐릭터가 나왔던 영화 <반지의 제왕> 감독의 피터 잭슨은 “이러한 비교는 모욕이 아니다”며 성명을 내기까지 했다.
<가디언>은 에르도안 대통령이 취임한 뒤 자신에 대한 비판에는 전혀 관용을 베풀지 않으며, 매우 편향된 인물이 되어가고 있다는 비난이 이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황금비 기자 withb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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