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대전 때 미군으로 참전해 ‘전쟁 추장’ 칭호
아메리칸 원주민 크로족의 마지막 ‘전쟁 추장’이자 미국 역사학자인 조지프 메디신 크로가 102살을 일기로 3일 숨졌다.
미국 몬태나주 크로족의 물휘파람 부족 출신인 크로는 리틀빅혼 전투를 포함한 원주민 부족 역사에 관한 독보적인 인류학자로 꼽혔다고 <에이피>(AP) 통신이 전했다. 크로는 원주민이 백인 군대를 대패시킨 리틀빅혼 전투에 관한 얘기를 직접 참전했던 친척들에게 들으며 자랐다. 리틀빅혼 전투는 라코타-샤이엔 원주민연합이 남북전쟁 영웅이었던 조지 암스트롱 커스터 장군이 이끄는 미 육군 7기병 연대를 궤멸시킨 싸움이다.
원주민 이름이 ‘높이 나는 새’인 크로는 몬태나주 로지그래스 부근에 있는 크로족 보호구역 안의 통나무집에서 조부모 손에 자랐다. 할아버지 ‘노란 꼬리’는 그를 원주민 전사로 키워 6~7살 무렵부터 눈밭을 맨발로 뛰는 훈련을 받았다.
그는 1939년 크로족 최초로 인류학 석사학위를 받은 뒤, 구술로만 전해오던 원주민 역사를 기록하고 수집하는 데 몰두했다. 어린 시절 어른들에게 들은 원주민 이야기를 이름과 시간까지 정확하게 증언할 정도로 그는 기억력이 뛰어났다.
크로는 2차대전 때 미군으로 참전해 ‘전쟁 추장’ 칭호도 얻었다. 원주민 전통에 따라, 전쟁 추장 칭호를 얻으려면 적진에 야간 침투해서 말을 훔치고 적과 육박전을 벌이되, 적을 죽이지 않고 무기를 빼앗아야 한다. 그는 독일군과의 전투에서 이 모든 일을 해냈다. 2006년에 출간한 책에서 그는 “전투는 우리에게 최고의 기술이다. 하지만 대평원 인디언 전법은 살인이 목적이 아니다. 첩보와 지휘력, 명예가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크로는 서구인 정착을 현실로 수용하고 원주민의 문화적 전통과 현대사회를 연결하는 다리 구실을 해왔다. 스미스소니언 아메리칸인디언 자연사박물관의 학예관 허먼 비올라는 “크로를 만나는 것은 19세기 인디언들과 직접 악수하는 것과 같다”며 “그는 백인들의 세상과 인디언들의 세상을 같이 걸었다. 그는 교육이 성공의 열쇠라는 사실도 알았다”고 말했다.
크로는 시력과 청력을 잃은 90대에도 원주민 역사와 문화에 대한 강연 활동을 계속했다. 2009년에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수여한 미국 자유의 메달도 받았다.
조기원 기자 gard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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