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나마 페이퍼스 스캔들로
기성 정당들 불신 치솟아
지지율 40%…집권 이어지나 관심
기성 정당들 불신 치솟아
지지율 40%…집권 이어지나 관심
‘파나마 페이퍼스’ 스캔들로 총리가 물러난 아이슬란드에서 국회의원이 3명뿐인 ‘해적당’이 정당 지지율 1위로 올라섰다. 저작권과 대의민주주의에 반대하고 마약 합법화를 요구하는 급진정당이 올 가을 총선에서 제1당이 될 수 있을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는 10일 ‘아이슬란드 해적당, 정권을 향해 출항하다’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해적당 지지율이 40% 이상”이라고 보도했다. 아이슬란드의 진보당-독립당 연정은 최근 파나마 페이퍼스를 통해 각료들이 역외 금융에 연루된 사실이 드러나면서 정권 붕괴 위기를 맞고 있다. 지난 5일 시그뮌뒤르 귄뢰이그손 총리가 사퇴한 뒤에도 시민들의 분노는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아이슬란드는 우파가 집권하는 동안 대대적인 금융규제 완화 등을 추진해오다 2008년 금융위기로 국가파산 위기에 직면했다. 이에 진보당-독립당 연정은 금융위기 타개를 내걸고 집권했으나, 총리를 필두로 조세회피처에 자산 빼돌리기를 해왔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시민들의 ‘금융위기 트라우마’에 기름을 부었다.
기성 정당에 대한 불신은 급진 군소정당인 해적당에 대한 지지로 이어졌다. 해적당은 정보의 자유를 주장하며, 미국 국가안보국(NSA)의 도청을 폭로한 에드워드 스노든의 망명 허용 등을 요구한다. 해적당은 2006년 1월 스웨덴에서 처음 창당한 이래 아이슬란드 등 69개국에서 정당을 설립했으나, 집권 가능성이 현실화된 것은 아이슬란드가 처음이다. 해적당은 2013년 총선에서 전체 63석 가운데 3석을 차지했을 뿐이다. 에바 뱌르드나도티르 사회민주동맹 대표는 “해적당은 국민들의 감성과 지성을 사로잡고 있다”고 말했다. 카트린 야콥스도티르 좌파녹색운동 대표도 “해적당이 정치적 불만으로부터 세력을 얻고 있다는 건 좋은 일”이라며 해적당이 기성 정치권에 ‘긍정의 힘’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해적당의 높은 인기가 실제 투표장까지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대안 세력을 자처해 온 해적당 스스로도 ‘집권’은 부담스러워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비르기타 욘스도티르 해적당 대표는 2003년 아이슬란드 총리를 꿈꿨던 것을 회상하며 “악몽이고 무서운 일”이라며 “나와 해적당은 집권당이 될 의지가 없다”고 말했다.
전정윤 기자 ggu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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