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극우정당 날로 ‘득세’
독일대안당, 주의회 절반 진출
프·스위스에선 극우 지지율 1위
난민 유입에 경기침체·테러 영향
“유럽 다원주의 위태” 우려 확산
독일대안당, 주의회 절반 진출
프·스위스에선 극우 지지율 1위
난민 유입에 경기침체·테러 영향
“유럽 다원주의 위태” 우려 확산
내년 독일 연방의회 진출이 유력시되는 극우 정당 ‘독일을 위한 대안’(AFD·독일대안당)이 결국 ‘반 이슬람’을 명시한 강령을 채택했다. 경기침체와 난민 유입, 이슬람 극단주의 테러라는 악재가 겹치면서 유럽 다원주의의 근간을 흔들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독일 <데페아>(dpa) 통신은 1일 독일대안당이 슈투트가르트에서 전당대회를 열어 “이슬람은 독일의 일부가 아니다”라는 강령을 채택했다고 전했다. 독일대안당은 지난달 이미 반이슬람 강령 채택을 예고했으며, 이날 좌파 시위대 2000여명이 경찰과 몸싸움까지 벌이며 반대했지만 채택을 강행했다. 독일대안당 대의원 2000여명은 이틀간 계속된 토의를 거쳐 이슬람 사원의 첨탑(미너렛)을 반대하고 부르카 착용을 금지한다는 내용을 넣었다.
독일은 전체 인구의 약 5% 정도인 400만명이 무슬림이다. 오래전 독일에 터를 잡은 무슬림들은 대개 일자리를 찾아 온 터키계인데, 최근 내전을 피해 온 시리아·이라크·아프가니스탄 난민이 급속히 늘고 있다. 하지만 집권 기독민주당의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여러차례 “이슬람도 독일의 일부”라는 정치적 견해를 밝혀왔던 터라, 독일대안당의 선언은 독일 사회에 큰 충격을 주고 있다. 독일무슬림중앙위원회는 지난달 독일대안당의 반무슬림 정책에 대해 ‘나치의 유대인 학살’에 빗대 강도 높게 비판한 바 있다.
2013년 창당한 독일대안당은 같은 해 총선에서 4.7% 득표에 그쳐 의석을 확보하지 못했으나, 2014년 5월 6.5% 득표율로 유럽의회에 7명을 진출시켰다. 지난 3월 바덴뷔르템베르크 등 3개 주의회 선거에서 의석을 차지하면서, 독일 전체 16개 주의회 가운데 절반에서 원내 진입에 성공했다. 최근 각종 여론조사에서는 14% 수준의 정당지지율을 보이고 있다. 내년 연방의회 선거에서 기민당 연정을 위협할 것으로 관측된다.
유럽에서 난민 반대 정서를 등에 업은 극우 정당의 약진은 계속되고 있다. 톨레랑스의 나라 프랑스에서는 현재 마린 르펜이 이끄는 국민전선(FN)이 정당 지지율 1위를 달리며 사회당·대중운동연합의 오랜 양당체제에 균열을 내고 있다. 지난달 오스트리아 대선 1차 투표에서는 자유당 노르베르트 호퍼 후보가 1위를 기록해 오는 22일 결선투표에서 무소속 알렉산더 판데어벨렌 후보와 결전을 치른다. 지난해 스위스에서는 극우 국민당(SVP)이 제1당으로, 덴마크 총선에서는 덴마크국민당이 제2당으로 올라섰다.
영국 <비비시>(BBC) 방송은 “유럽에서 난민 위기가 주류 정당에 대한 대중의 반발을 불러왔지만, 세계화와 국가정체성 희석이라는 오래 지속된 불만도 영향을 끼쳤다”고 분석했다. 유럽은 2008년 경제 위기 이후 높은 실업률 등으로 사회 불안이 고조돼왔으며, 최근 몇년 사이 시리아 내전으로 인해 전례없는 난민 위기까지 겹쳤다. 독일에만 지난해 100만여명의 난민이 들어왔을 정도다. 여기에 지난해 11월 파리 테러와 지난 3월 브뤼셀 공항 테러 등 유럽을 공포로 몰아넣고 있는 이슬람 극단주의 테러도 극우 정당의 반무슬림 정책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하지만 라이너 호프만 독일노총(DGB) 위원장은 “그들의 대안이라는 것은 단순무식하고 일관성 없는 것 이외에 아무것도 아니다”라며 극우 정당의 정책이 유럽 위기의 해법이 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전정윤 기자 ggu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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