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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국제일반

하버드대 ‘인조인간 게놈’ 비밀회의 파문

등록 2016-05-15 20:46

NYT “10년 내 전체 유전자 합성”
참석자 SNS·언론접촉 금지시켜
인간 창조 윤리 관련 논란 일자
학교쪽 “합성능력 키우려는 것”
‘10년 안에 세포계(cell line) 안의 인간 게놈을 모두 합성한다.’

미국 보스턴의 하버드 의학대학원이 지난 10일(현지시각) 이런 목표를 검토하려고 150명의 과학자와 변호사, 기업인들을 모아 ‘비밀회의’를 개최했다. 아직 초기 단계이지만 만일 이 계획이 실현된다면 생물학적 부모 없이도 인간 게놈을 화학적으로 합성해 인간을 ‘창조’할 수 있게 되는 셈이다.

<뉴욕 타임스> 등 외신은 13일 생명과학계에서 흥미와 우려를 동시에 불러일으키고 있는 하버드 비밀회의에 대해 보도했다. 주최 쪽이 참가자들한테 언론 접촉 및 트위터 포스팅 등을 금지하며 회의를 연 탓에 학계 내부의 반발도 컸다.

애초 이 회의의 명칭은 ‘제2 인간게놈계획(HGP2): 인간게놈합성프로젝트’였다. 2000년대 초반 완료된 ‘인간게놈계획’(HGP)의 후속 프로젝트라는 의미다. 막상 회의가 열릴 때는 프로젝트명이 ‘인간게놈프로젝트-작성(HGP-Write): 세포들 안에서 거대한 게놈 합성을 실험하는 것’으로 바뀌어 있었다. 인간게놈계획이 인간의 디엔에이(DNA)를 구성하는 30억개의 염기쌍 배열을 ‘해독’하는 차원이었다면, 이번 회의는 30억개의 염기쌍을 인간의 손으로 ‘작성’하는 구상을 담고 있다는 취지다.

초청장을 받았던 드루 엔디 스탠퍼드대 생명공학과 부교수와 로리 졸로스 노스웨스턴대 의학윤리 교수는 회의 참석을 거부한 뒤 공동성명을 통해 윤리적 문제를 제기했다. 이들은 “아인슈타인의 게놈을 배열하고 합성하는 것이 옳은가? 만약 그렇다면 몇 개의 아인슈타인 게놈을 만들어 세포에 이식해야 하며 누가 그렇게 할 것인가?”라고 지적했다. 엔디 교수는 10일 트위터를 통해서도 “만일 당신들이 제안한 연구 논의를 비밀리에 해야 할 필요가 있다면 그건 무언가 잘못된 일을 하고 있다는 의미”라고 비판했다.

이번 회의의 주관자 중 한 명인 조지 처치 하버드대 유전학 교수는 “그들은 내가 생각하지 않았던 그림을 그리고 있다”며 “단지 생물의 세포 전반에 걸쳐 게놈 합성 능력을 높이려는 프로젝트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폐쇄적 회의 진행에 대해서는 “국제 학술지 논문 발표가 끝나면 회의 영상을 공개하겠다”고 덧붙였다. 여러 기업과 재단들이 이번 회의의 초청장을 받았고 흥미를 보였지만 실제 연구자금 모금이 이뤄지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미 국립보건원도 “프로젝트가 너무 초기 단계”라며 자금 지원 여부에 대한 답변을 거부했다.

<뉴욕 타임스>를 보면 현재 기술로 합성 가능한 염기쌍은 200개 정도이며 합성 과정이 매우 어렵고 오류도 잦다. 엔디 박사는 다만 “기술의 발달로 2003년 염기쌍 1개당 4달러였던 합성 비용이 3센트로 떨어졌다”며 “이 추세대로라면 30억개 염기쌍 합성에 드는 비용도 현재 9000만달러에서 20년 안에 10만달러 수준으로 낮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디엔에이 합성 회사인 ‘DNA 2.0’의 최고경영자인 제러미 민셜 박사는 “(게놈 합성을) 더욱더 많이 만들 수 있고, 더욱더 싸게 만들 수 있게 된다고 해서 우리가 필요로 하는 것(인간 창조의 비밀)을 이해할 수 있게 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인간 게놈 합성 노력의 ‘가치’에 대한 근본적인 회의를 드러냈다.

전정윤 기자 ggu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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