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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국제일반

퀘벡 협동조합의 힘, 공장이 살아났다

등록 2016-05-15 21:07수정 2016-05-16 16:20

착한 성장 행복한 사람들 ①캐나다 퀘벡

소도시 가티노 우유공장 문닫자
조합서 인수참여, 주정부는 보조금
퀘벡인구 800만인데 조합원 880만
장례 등 협동조합 일자리 9만2천개
캐나다 퀘벡주의 인구는 800만명이다. 퀘벡주의 협동조합 조합원 수는 880만명을 넘는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2014년 ‘포용적 성장’(inclusive growth)의 예로 캐나다를 들면서 “퀘벡주의 일자리 창출 모델을 눈여겨보라”고 했다.

지난 5일(현지시각) 캐나다 수도 오타와에서 오타와강을 넘어 퀘벡주 가티노에 들어섰다. 오타와강 동쪽 오타와는 온타리오주로 영어권 도시이고, 강 서쪽 가티노는 퀘벡주에 속한 프랑스어권 도시다. 가티노는 인구 27만명의 작고 조용한 도시다. 이곳에서 소규모 협동조합인 우타웨우유협동조합을 찾았다. 우타웨는 오타와강 북동부 퀘벡주의 한 지역을 가리키는 말로 가티노는 이 지역에 속한다.

이날 만난 우타웨우유협동조합 최고경영자(CEO) 조르주 에몽은 “원래 이곳에는 나트렐이 운영하는 우유가공공장이 있었으나 경영이 잘 되지 않았다. 2006년 공장 문을 닫는다는 결정이 나자, 공장이 있던 곳에서 소규모 지역협동조합 설립 움직임이 일었다”고 말했다. 나트렐도 우유협동조합이지만, 다른 지역에 기반을 두고 전국으로 확대된 대규모 우유협동조합이다.

공장이 철수한다고 하자, 노동자들이 먼저 동요했다. 소비자들도 가티노에서 생산된 우유를 먹을 수 없게 될지 모른다고 우려했다. 가티노에는 지역 낙농업자들이 있지만 공장이 없어지면 가티노에서 생산된 우유를 퀘벡주 최대 도시인 몬트리올로 가져가서 가공한 뒤 다시 가티노로 들여와야 했다.

지역 주민들이 내놓은 해결책은 새로운 지역협동조합 설립이었다. 노동자 협동조합과 소비자 협동조합이 각각 조직됐다. 우유공장 기술자 출신인 에몽은 나트렐의 공장 인수를 주도하면서 지역사회와 힘을 합치기로 했다. 그는 “노동자와 지역민들이 함께 참여해야 지역에 뿌리를 내려 지속적인 경영을 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노동자 협동조합과 소비자 협동조합이 꾸려지는 데는 ‘협동조합 설립을 돕는 협동조합’인 지역개발협동조합(CDR)이 지원했다. 퀘벡주 정부는 이 지역개발협동조합에 보조금을 지원한다. 이런 메커니즘을 통해 2010년 우타웨우유협동조합이 출범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도 이런 모델에 주목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는 “주정부와 지역 경제주체들이 참여한 협의 끝에 고용시장 개발 협약을 시행해 일자리를 성공적으로 만들었다”고 평가했다.

위생복을 입고 우타웨 우유공장 안으로 들어가자 저장탱크에서 멸균을 거친 우유들이 관을 타고 내려와 종이 갑에 담기는 장면이 눈에 들어온다. 이렇게 종이 갑과 플라스틱 병에 포장된 우유들이 컨베이어 벨트를 타고 쉼없이 움직이고 있었다. 우타웨우유협동조합은 종업원 26명이 근무하는 작은 회사여서 생산시설이 크지는 않았다. 이곳에서 생산하는 우유는 유지방 1%, 2%, 3%의 흰 우유와 초코우유를 합쳐 모두 네 종류뿐이다. 생산량은 1주일에 14만ℓ가량이다.

‘공동소유-공동소비’ 체계 만들어
경기침체 닥쳤을 때 위기 극복
OECD 일자리 창출 새 모델로 주목

에몽은 “우타웨우유협동조합은 내 개인지분이 51%, 그리고 노동자와 소비자 조합원 지분이 각각 12%로 구성돼 있다. 개인기업과 협동조합이 결합한 독특한 사례”라며 “소비자조합 조합원으로 참여한 사람이 800명”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우리가 대기업과 경쟁하는 것은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과 비교할 만큼 힘든 일”이라며 “하지만 지역 사람들에게 지역에서 만든 우유를 공급한다는 점에서 친환경적이라는 강점이 있다”고 말했다. 우타웨 지역 우유시장 점유율은 나트렐이 55%로 1위를 지키고 있지만, 작은 회사인 우타웨가 35%로 2위를 차지하고 있다. 이날 공장 설비를 안내한 직원은 “우리 우유가 대기업 우유에 비해 값이 10~15% 비싼 편”이라고 했다. 하지만 지역에서 생산했고, 지역 일자리를 만든 곳이라는 점 때문에 소비자들은 기꺼이 더 비싼 우타웨 우유를 마신다는 것이다.

퀘벡주에는 우타웨우유협동조합 외에도 온갖 종류의 다양한 협동조합이 활동하고 있다. 장례, 금융, 구급차, 등산용품, 예술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있다. 이들 협동조합이 바로 퀘벡 경제·사회의 힘이다. 퀘벡주 인구보다 협동조합원 수가 많은 것은 한 사람이 여러 협동조합에 가입해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협동조합으로 만들어진 일자리만 9만2000개에 이른다.

1960~70년대 퀘벡주 정부는 퀘벡인의 지역경제 통제권 확보를 위해 퀘벡수력 등 일종의 국영회사와 비슷한 형태의 주정부 소유 운영회사를 설립하기 시작했다. 또 외부 대기업 유치에만 주력하기보단, 협동조합 설립을 지원해 주민들이 경영에 함께 참여하고, 주도적으로 일자리를 창출하는 형태의 사회적 경제를 키우는 방식을 택했다. 이런 방식은 당장 일자리를 대거 창출하거나 급격한 성장을 끌어내는 데에는 상대적으로 약할 수 있으나, 경기침체 등 환경변화에 대한 적응력은 더 높다. 실제로 경기침체가 닥쳤을 때인 1996년에도 퀘벡 주정부는 사회적 경제에 대한 지원 강화로 어려움을 극복했다. 퀘벡주는 한국과 비슷한 시기에 똑같이 정부 주도 경제개발에 나섰지만, 경제성장과 함께 노동운동과 사회적 경제의 발전도 이뤄나가는 등 한국과는 다른 발전 경로를 밟은 것이다.

가티노/조기원 기자 gard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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