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예멘 수도 사나의 외곽 지역에 있는 한 난민캠프애서 어린이들이 놀고 있다. 유엔은 지난 2일 보고서에서 “지난해 예멘의 무력분쟁으로 어린이 510명이 숨지고 667명이 다친 것에 사우디아라비아가 이끄는 아랍연합군이 60%의 책임이 있다”며 아동인권 블랙리스트에 올렸으나 사우디가 반발하자 명단에서 삭제해 비난을 받고 있다. 사나/AP 연합뉴스
국제인권단체, 반기문 총장 강력 비난 ‘삭제 철회’ 촉구
유엔 소식통 “아랍국들이 ‘재정지원 중단’ 전면적 압박”
유엔 소식통 “아랍국들이 ‘재정지원 중단’ 전면적 압박”
유엔이 지난 2일 ‘아동인권 2015’ 연례 보고서의 블랙리스트에서 사우디아라비아가 주축인 아랍연합군을 나흘만에 삭제한 것에 국제 인권단체들이 반발하면서 파장이 커지고 있다. ( ▶관련기사 : 유엔 ‘아동인권 침해국’ 명단서 돌연 사우디 제외)
사우디 주도 아랍연합군이 블랙리스트에서 빠진 것은 사우디가 유엔에 대한 재정 지원 중단을 미끼로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을 협박했기 때문이라는 폭로가 나왔다. 국제인권단체들은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에 연대서한을 보내 블랙리스트 삭제 결정을 철회하라고 요구하고 나섰다.
휴먼라이츠워치 등 20개 국제인권단체들은 8일 사우디의 압박을 비난하며,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에게 예멘 내전에서 많은 어린이들을 숨지게 한 아랍연합군을 블랙리스트에 다시 올리라고 촉구했다고 <아에프페>(AFP) 등 외신들이 전했다.
국제 인권단체들은 “반기문 사무총장이 두번째 임기 말년에 유엔 사무총장직의 유산을 해치고 있다고”까지 직격탄을 날렸다. 연대서한에는 국제앰네스티, 국제아동인권네트워크, 옥스팸, 인권 의사회 등 국제 인권단체 20곳이 참여했다. 휴먼라이츠워치의 조 베커 아동인권 담당은 “유엔 사무총장의 결정은 사우디 연합군이 예멘 내전에 개입해 수백명의 어린이들을 살해하거나 불구로 만든 압도적인 증거들을 눈앞에서 무시한 조처이자, 유엔의 어린이 보호 노력을 조롱한 것”이라고 강하게 항의했다.
한편 익명을 요구한 유엔의 한 소식통은 7일, 지난주 블랙리스트가 공개된 직후 사우디와 아랍동맹국들이 반기문 총장에게 항의전화 폭격을 퍼부으며 “유엔 프로그램들과 팔레스타인 기금 등 재정 지원을 끊겠다”며 전면적인 압박을 했다”고 주장했다. 이 소식통은 또 사우디의 성직자 모임이 유엔을 반무슬림으로 선언하고 일체의 접촉을 금하는 ‘파트와’(이슬람 칙령)를 발표하겠다는 협박도 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압달라 무알리미 유엔 주재 사우디 대사는 “우리는 위협이나 협박을 하지 않으며 유엔에 매우 헌신적이다”라며, 성직자 모임도 유엔 보고서의 블랙리스트에 대한 비난 성명을 내려던 것일 뿐 ‘파트와 협박’ 주장은 말도 안된다고 반박했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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