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플로리다주 올랜도 총기 난사가 발생한 다음날인 13일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시청 앞에 모인 시민들이 성 소수자를 상징하는 무지개색 깃발에 추모 메시지를 적고 있다. 로스앤젤레스/UPI 연합뉴스
지난 12일 새벽 미국 플로리다주 올랜도에서 총기난사로 목숨을 잃은 희생자들에 대한 추모 물결이 미국 뿐 아니라 전세계로 확산되고 있다. 유엔안전보장이사회는 테러를 비난하는 성명을 내놓았고,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16일 올랜도를 방문하기로 했다.
유엔안보리는 13일 만장일치로 채택한 성명에서 “성적 지향성을 이유로 사람들을 공격한 올랜도 테러를 가장 강력하게 비난한다”며 “희생자 가족들에게 깊은 위로를 전하고 부상자들의 완전한 회복을 기원한다”고 밝혔다.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은 플로리다주 지사와 올랜도 시장에게 편지를 보내 “엘지비티(LGBT·성 소수자)를 겨냥한 끔찍한 테러의 희생자들을 애도한다”며 “그런 폭력은 비열하며, 평등, 평화, 상호존중의 가치에 상충된다”고 말했다. 또 오바마 대통령은 16일 올랜도를 방문해 희생자들을 애도하고 연대를 표시할 것이라고 백악관이 밝혔다.
히스패닉계가 이번 테러 희생자의 대다수를 차지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미 전역의 20여개 히스패닉 단체는 13일 올랜도에서 ‘소모스 올랜도’(Somos Orlando·‘우리는 올랜도다’라는 뜻의 스페인어)’라는 이름으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미국내 성 소수자 단체들과 연대해 이번 테러 희생자와 부상자 가족들을 도울 것이라고 밝혔다.
또 13일 영국 런던의 성소수자 공동체 중심지인 올드 콤트 거리에서는 사람들이 잠시 묵념을 한 뒤 희생자들을 상징하는 색색의 풍선을 하늘로 띄워보내며 추모 행진을 했다. 프랑스 파리에선 이날 밤 에펠탑이 다양성을 상징하는 무지개색 조명으로 빛났다. 유럽축구선수권대회인 ‘유로 2016’의 프랑스 대표팀은 공식 트위터 계정에 미국 성조기와 무지개색을 합성한 리본 사진을 올리고 “축구는 때로 작은 것입니다. 올랜도를 생각하며 미국과 함께 서 있습니다”라는 글을 달았다.
캐나다에서도 오타와, 밴쿠버, 토론토 등에서 이날 밤 5000여명의 시민이 모여 추모 행진을 했다. 온타리오주의 학교에선 교사들이 이번 사건에 대해 아이들과 토론하는 수업이 권장됐다고 <가디언>이 전했다.
이슬람권 지도자들의 추모도 눈길을 끌었다. 테러범인 오마르 마틴(29)의 아버지의 출신국인 아프가니스탄의 압둘라 압둘라 최고행정관은 13일 텔레비전으로 생중계된 내각회의에서 미국에 조의를 표한 뒤 “올랜도 총격 사건은 테러리즘이 종교와 경계와 지역을 가리지 않는다는 걸 말해준다”며 ‘테러 박멸’을 강조했다. 이집트 외무부도 성명을 내어 “가장 강한 어조로 올랜도 공격을 비난한다”며 “이집트인들은 이 힘든 때에 미국인 곁에 서서 진심어린 애도를 전한다”고 밝혔다.
조일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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