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현지시각) 밤 다카의 음식점에서 일어난 테러로 인한 부상자를 시민들이 옮기고 있다.다카/AP 연합뉴스
방글라데시 수도 다카 인근의 한 음식점에서 수니파 급진주의 무장단체인 이슬람국가(IS)의 소행으로 보이는 인질극이 일어나 민간인 20명이 숨졌다. 사망자 대다수가 이탈리아인과 일본인이어서, 이번 인질극이 외국인을 노린 테러가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번 테러는 1일(현지시각) 오후 9시20분께 방글라데시 수도 다카의 외국 공관 밀집지역에 자리한 음식점인 ‘홀리 아티잔베이커리’에서 발생했다고 <에이피>(AP)등 외신이 전했다. 총과 칼로 무장한 9명의 괴한들은 식당으로 난입해 종업원과 손님 30여명을 인질로 잡아 인질극을 벌였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특공대와 경찰은 레스토랑 주변에 바리케이드를 치고 협상을 벌였지만 여의치 않자 사건 발생 10시간만인 다음날 오전 7시 40분께 진압에 나섰다. 특공대는 무장 괴한들과 총격전을 벌이며 교전했으며, 이 과정에서 13명의 인질을 구출했으나 경찰 2명이 숨지고 26명이 부상을 입었다. 괴한 9명 중 6명도 이 과정에서 숨졌다.
나임 아슈파크 초우드리 준장은 2일 오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인질로 잡혔던 민간인 희생자 20명의 주검을 수습했다며 “희생자 대다수가 날카로운 흉기에 의해 숨졌다”고 전했다. 사망자 20명의 국적은 이탈리아인 9명, 일본인 7명, 방글라데시인 3명, 인도인 1명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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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테러 현장에 있던 목격자들도 긴박했던 상황을 전했다. 괴한이 침입하지 건물 2층을 통해 탈출했다는 종업원 수몬 레자는 “큰 폭발음 뒤에 괴한들이 들어왔다”며 “이들은 들어오면서 ‘알라후 아크바르’(신은 위대하다)라고 외치며 총을 쐈다”고 전했다. 식당 요리사인 디에고 로시니는 “괴한들은 나를 향해 총을 겨눴고, 총알이 옆으로 비껴가는 소리도 들렸다. 정말 두려워서 마치 영화를 보는 것 같았다”고 했다. 로시니는 카페의 테라스로 도망쳐 다른 건물로 건너가 목숨을 구할 수 있었다.
2일(현지시각), 인도 콜카타에서 시민활동가들이 전날 벌어진 방글라데시 테러로 인한 희생자를 추모하며 촛불을 켜고 있다.콜카타/AFP 연합뉴스
현지 언론도 생존자들의 증언을 통해 테러가 일어난 당시 상황을 전했다. 방글라데시 현지 방송인 <에이티엔>(ATN)은 생존자들과의 인터뷰를 바탕으로 “총을 쏘며 식당으로 들어온 괴한들이 종업원들에게 식당의 불을 끄고, 까만 옷을 폐회로카메라(CCTV) 위로 덮을 것을 요구했다”고 보도했다. 생존자 하스낫 카림의 아버지인 레자울 카림은 “괴한은 식당 안에 갇힌 모든 사람들에게 쿠란을 암송할 것을 요구했다”며 “괴한들은 쿠란을 암송한 사람들에게는 저녁밥도 줬지만, 그렇지 못한 사람들에게는 고문을 가했다”고 전했다.
이슬람국가는 1일 <아마크> 통신을 통해 낸 성명에서 “침입자 국가의 시민들을 목표물로 삼았다”며 자신들의 소행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또한 “침입자 국가의 전투기들이 무슬림을 죽이는 한, 이들 국가의 시민들은 안전하지 못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현재 시리아와 이라크에 본부를 두고 있는 이슬람국가가 이번 공격에 직접적으로 개입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이슬람의 금식 기간인 라마단의 마지막 금요일 밤에 전례 없는 테러를 당한 방글라데시의 셰이크 하시나 총리는 테러에 맞서 싸울 것을 약속하며 이틀간의 국가 애도 기간을 선포했다. 하시나 총리는 “종교를 믿는 사람이라면 이런 일을 할 순 없다”며 “그들은 종교를 믿는 것이 아니다. 그들의 종교는 오직 테러리즘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황금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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