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예비 투표에서 차기 사무총장으로 추천받은 안토니우 구테헤스 전 유엔난민기구(UNHCR) 최고 대표. 신화/연합뉴스
포르투갈 총리 출신이자 유엔난민기구(UNHCR) 최고 대표로 활동해온 안토니우 구테헤스(67)가 유엔의 차기 새 사무총장으로 추천됐다.
5일(현지시각) 미국 뉴욕의 유엔본부에서 치러진 비공개 예비투표에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는 반기문 사무총장에 이은 제9대 사무총장으로 구테헤스를 추천하기로 합의했다. 구테헤스는 15개의 상임비상임 이사국으로부터 찬성을 의미하는 ‘권장’ 13표와 ‘의견없음’ 2표를 받았으며, 반대표인 ‘비권장’은 나오지 않았다. 안보리는 6일 구테헤스를 사무총장으로 추천하는 결의안을 채택하며, 총 15개 이사국 가운데 9개국 이상이 이를 찬성한 뒤 상임이사국의 반대가 없으면 결의안이 통과된다. 최종 투표가 치러지면 구테헤스는 이듬해 1월 사무총장으로 취임할 예정이다.
구테헤스 전 총리는 예비투표 결과가 나온 뒤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계정에 “합의가 이뤄졌다. (사무총장 추천은) 매우 영광이고 행복하다”는 소감을 전했다.
2005~2015년까지 약 10여년간 유엔난민기구의 최고대표를 지낸 구테헤스는 난민 문제 전문가이자, 적극적으로 난민의 인권을 주장하는 인사로 꼽힌다. 유엔난민기구에서 재직할 당시 구테헤스는 서구 사회가 전쟁이나 종교적 박해, 기아 등의 이유로 인해 나라를 떠나는 난민들을 더 적극적으로 수용할 것을 촉구해왔다. 구테헤스가 사무총장으로 최종 취임한다면 난민 문제에 유엔이 더 적극적으로 개입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구테헤스 전 총리는 1949년 4월 포르투갈 수도 리스본의 평범한 가정에서 태어났다. 대학에서는 물리학과 전기공학을 전공했지만, 빈민가에서 봉사활동을 했던 경험은 자신의 진로를 완전히 바꾸는 계기가 됐다. 1971년 대학을 졸업한 그는 3년뒤 사회당에 입당했으며, 포르투갈의 군부독재를 반대하며 일어난 ‘카네이션 혁명’에서도 활약했다. 1992년 사회당 당 대표에 오른 그는 1995년 총선에서 승리하면서 10년간 총리직을 수행했다. 입지적인 정치인이었던 구테헤스는 종종 포르투갈 대권 후보로 거론되었으나, 2005년 지방선거 패배의 책임을 지고 사임한 뒤 유엔 난민기구 최고 대표로 활약했다.
한편, 구테헤스의 추천으로 71년 유엔 역사상 최초의 여성 사무총장은 다음을 기약하게 됐다. 함께 사무총장직에 도전했던 코스타리카의 크리스티아나 피게레스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 사무총장은 예비 투표 결과가 나온 뒤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 “씁쓸한 일: 여성이 아님, 좋은 일: 그나마 나은 남성”이라는 글을 올리며 아쉬움을 표시했다. 국제 여성인권단체 ‘이퀄리티 나우’는 남성 총장 지명에 대해 “실망스럽다”면서도, “최소한 구테헤스가 유엔 조직의 성평등을 포함해 여성인권 이슈를 지속적으로 안고 갔으면 한다”는 바람을 전했다.
황금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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