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레스터셔에서 목격된 광대 장난. <페이스북>
미국을 공포로 몰아넣은 ‘광대 장난’이 영국과 오스트레일리아로까지 확산하고 있다.
광대 장난은 괴기스럽게 생긴 광대 가면을 쓰고 사람들을 겁주는 것인데, 도끼나 전기톱을 들고 다니며 위협하는 경우도 있어 장난이 아니라 범죄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뉴욕 타임스>는 11일 영국 런던 브루넬캠퍼스에서 광대 가면을 쓰고 전기톱을 휘두루며 돌아다닌 사람이 목격됐다고 전했다. 영국 잉글랜드 중부 레스터셔에서는 광대 분장을 한 사람이 학교 옆 공동묘지에서 손도끼를 들고 어슬렁거렸다는 이야기가 페이스북에 올라왔다. 에섹스에서는 검은 승합차에 타고 광대분장을 한 남성 2명이 학교에 가고 있는 소녀들에게 접근해, 소녀들이 공포에 떨기도 했다. 영국 경찰은 광대 장난으로 다친 사람이 나오지는 않았지만 순찰을 강화하고 있다. 오스트레일리아 빅토리아에서는 이번주 광대 가면을 쓴 사람이 도끼를 휘두르며 여성에게 접근하다가 경찰에 체포됐다.
광대 장난은 미국에서 먼저 시작되었다. 지난 8월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주에서 광대 가면을 쓴 사람들이 아이들을 꾀어서 숲으로 데려간다는 괴담이 돌기 시작했다. 소셜미디어를 통해서 괴담이 확산되자, 광대 가면을 쓰고 사람들을 겁주는 광대 장난이 미국 전국으로 확산됐다. 광대 장난이 벌어진 곳은 앨라배마주부터 위스콘신주까지 20여곳에 달한다. 광대 장난을 벌였던 이들중에는 도끼같은 흉기까지 든 경우가 있었다. 앨라배마주에서만 최소 7명이 테러 위협을 한 혐의로 체포됐다.
광대 장난이 영미권에서 급속히 확산된 이유는 알 수 없다. 다만, 광대가 그동안 미국 대중문화에서 때때로 공포스러운 이미지로 그려져왔던 배경이 원인 중 하나라는 지적은 있다. 영화 <배트맨>에서 잭 니콜슨이 연기했던 악역 조커는 광대 모습을 하고 있다. 스릴러 소설의 대가인 미국 작가 스티븐 킹의 소설 <잇>(It)은 최근 할리우드에서 다시 영화로 만들어지고 있는데, <잇>에도 광대 모양을 하고 있는 악마 같은 존재가 나온다.
진짜 광대들은 광대 장난에 분노하고 있다. 광대인 수키 좁슨은 <뉴욕 타임스>“이런 장난은 광대에 대해서 공포를 불러일으킨다”며 “사람들을 겁주기는 쉽다. 하지만 사람들과 소통하며 기쁨을 주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조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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