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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국제일반

‘벨벳 혁명에서 재스민 혁명까지’ 세계를 흔든 민주화 시위들

등록 2016-11-11 22:04수정 2016-11-11 2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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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를 뒤흔들며 민주주의를 진전시켜 온 건 시민의 힘이었다. 최근 현대사에서 한 획을 그었던 민주화 시위들은 그 출발은 미미했으나, 억눌렸던 시민들의 자유와 권리에 대한 요구가 들불처럼 번지며 타오르자 권위주의 정권은 결국 손을 들었다.

대표적인 사건은 1989년 11월 옛 체코슬로바키아에서 일어난 비폭력 민주화 투쟁이었던 ‘벨벳 혁명’이었다. 89년 11월17일 청년사회주의연맹 소속 젊은이들이 프라하에서 독일 나치정권의 체코 점령 당시 반나치 시위를 벌이다 살해당한 대학생의 50주년 추도식을 열었다. 오후가 되자 참가 인원은 1만5000명으로 늘어났고 추모행사는 민주화 시위로 바뀌었다. 시위대는 민주화 요구 구호를 외치며 프라하 시내를 행진했다. 체코 정부가 경찰을 동원해 시위대를 막아서자, 시위대는 경찰에 꽃을 건네며 평화적 시위라는 점을 강조했다.

하지만 경찰은 곤봉으로 시위대를 두들겨패며 강경 진압에 나섰다. 진압 과정에서 최소 167명이 다쳤고, 경찰의 강경 진압은 타오르는 민주화 시위에 기름을 끼얹는 격이 됐다. 프라하뿐 아니라 현 슬로바키아의 수도인 브라티슬라바 등에서 다음날부터 27일까지 대규모 민주화 시위가 연일 이어졌다. 68년 ‘프라하의 봄’에도 참여했던 극작가이자 민주주의 운동가인 바츨라브 하벨이 중심이 되어 ‘시민포럼’이라는 단체가 조직됐고, 슬로바키아에서도 ‘폭력에 반대한 민중’(VPN)이라는 단체가 조직돼 민주화 시위를 주도했다.

체코 공산정권은 시위가 격화되자 프라하의 봄 때처럼 내부적 개혁 신호를 보내 시민들의 민주화 요구를 무마하려 했다. 당시 체코 대통령은 프라하의 봄 이후 정권을 장악한 구스타프 후사크였다. 그러나 시민들의 요구와 분노가 점점 거세지자, 그는 결국 자신을 포함한 공산당 지도부의 사퇴를 발표하면서 11월24일 온건파로 꼽히는 카렐 우르바네크를 공산당 서기장에 일방적으로 선출했다. 겉으로 ‘2선 후퇴’처럼 내보이면서, 실제론 정권을 놓지 않겠다는 속셈이었다.

그러나 이를 훤히 꿰뚫어보는 시민들은 더욱 분노했다. 발표 다음날인 25일과 26일, 당시 인구 1500만명가량이었던 체코에서 75만명의 시민들이 프라하 광장으로 뛰쳐나왔다. 27일에는 전체 인구의 75%가 2시간 동안 총파업에 참여했다. “국민들은 공산 독재정권의 화장술을 용납하지 않았다”고 <라디오 프라하>는 벨벳 혁명을 회고하는 글에 적었다.

결국 체코 공산당은 시위를 이끄는 시민포럼과 대화하기로 결정했다. 시민포럼은 공산당의 정치 지도권을 규정한 헌법 체제 변경을 요구했고, 공산당은 이를 수용했다. 후사크 대통령은 같은해 12월 사임을 발표하고, 시민포럼의 하벨이 의회에서 새 대통령으로 선출됐다. 후사크 대통령은 이후 공산당에서 제명되긴 했지만 처벌받진 않았다. 이듬해인 1990년 체코에선 40년 만의 자유로운 총선거도 열렸다. 벨벳 혁명은 성공한 비폭력 무혈 혁명의 대명사가 됐다. 벨벳은 ‘부드러운, 조용한’이란 뜻이 있다.

벨벳 혁명 다음달인 89년 12월 같은 동구권인 루마니아에서도 민주화 시위가 벌어졌다. 20년 넘게 철권통치를 벌였던 니콜라에 차우셰스쿠 정권은 체코 공산 정부와는 달리 민주화 시위에 나선 시민들에게 총을 쏘며 유혈 진압에 나섰고, 그 때문에 정권은 비참하게 종말을 맞았다. 시위가 격화되자 차우셰스쿠는 헬리콥터를 타고 대통령궁에서 빠져나왔으나 시민들에게 붙잡혀 총살당했다.

아시아에서는 86년 2월 일어난 필리핀 ‘피플 파워’가 대표적 민주화 시위로 꼽힌다. 65년 대통령에 당선된 이후 20여년간 철권을 휘두른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대통령은 86년 부정선거로 재선됐다. 이에 수도 마닐라에서 100만명이 몰려나와 부정선거를 규탄하는 민주화 시위를 벌였다. 결국 마르코스는 대통령직을 사임하고 미국 하와이로 망명했다.

최근 가장 세계적인 영향을 끼친 민주화 시위는 북아프리카 튀니지에서 일어났던 ‘재스민 혁명’이다. 2010년 12월 남동부 지방도시 시디부지드에서 과일 행상을 하던 청년이 단속에 항의해 분신 자살하면서 시작됐다. 10만여명이 거리로 쏟아져 나와 민주화 시위를 벌였고, 23년간 독재 정치를 하던 벤 알리 대통령은 사임하고 사우디아라비아로 망명했다. 튀니지 민주화 시위는 튀니지의 국화(재스민)의 이름을 따 재스민 혁명으로 불렸다. 튀니지는 인구 1100만명가량의 작은 나라지만, 재스민 혁명의 영향으로 중동 곳곳에서 민주화 요구가 분출했다. 이집트에선 호스니 무바라크 독재정권이 무너졌고, 리비아에선 무아마르 카다피 정권이 붕괴했다. 서구 언론에서 ‘아랍의 봄’이라고 부른 일련의 사건들은 튀니지의 재스민 혁명에서부터 시작됐다.

조기원 기자 gard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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