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유자적 자세로 이스탄불 명물
사후 동상까지 만들어 관광명소로
밤새 사라져 누리꾼·외교가 ‘공분’
나흘만에 제자리 돌아와 해피엔딩
외즈칸 의원 트위터 갈무리
터키 이스탄불의 명물 고양이가 살아서도 죽어서도 세계적인 화제가 되고 있다.
이 고양이 이스탄불 시내 카디쿄이 지역의 도로 옆 계단에 마치 유유자적한 사람처럼 걸터앉아 있는 모습이 알려지면서 관광객들이 몰려 ‘톰빌리’(터키어로 통통한 동물)로 불리며 사랑을 받았다. 비만으로 병에 걸린 톰빌리는 지난해 8월 죽었다. 그러자 온라인 청원 사이트 '체인지'(Change.org)에는 지역공동체 ‘아나톨리안 캣 프로젝트’(ACP)를 중심으로 톰비리가 늘 앉아 놀던 장소에 기념물을 만들자는 청원서가 올랐고 이에 1만7천명 넘게 서명했다. 마침내 이스탄불시 당국은 지난달 4일 세계 동물의 날(WAD)에 맞춰 생전 모습 그대로 만든 작은 동상을 공개했다. 동상은 곧 사진을 찍고 음식물까지 갖다 두는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뤄 또다시 화제가 됐다.
그런데 지난 7일(현지시각) 톰빌리의 동상이 하룻밤 새 사라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지역 의회는 트위터에 동상을 도둑 맞았다는 사실을 알렸고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는 "대체 우리가 무슨 나라에 살고 있는 거냐"며 분노의 댓글이 줄을 이었다. 국회의원 툰카이 외즈칸도 트위터에 "그들이 톰빌리 상을 훔쳐갔다. 아름다운 모든 것에 대한 적이다. 그들이 아는 것은 증오와 눈물, 전쟁뿐이다. 우린 이런 것들과 함께 살아갈 수 없다"며 극심한 분노를 표시했다. 외교가까지 들썩여, 앙카라 주재 러시아 대사관은 트위터에 "러시아인들도 이 상황에 마음이 편치 않다"며 톰빌리 동상의 운명을 걱정하는 글을 올렸다. 영국 <비비시>(BBC) 방송과 일간 <텔레그래프> 등 외신들도 지난 10일 톰빌리 동상 실종으로 슬픔을 넘어 거센 공분이 일고 있다고 앞다퉈 보도했다.
세발 샤힌 페이스북 갈무리
그러자 이런 엄청난 반응에 놀랐는 도둑은 슬그머니 톰빌리를 제자리에 가져다 놓았다. 동상 조각가 세발 샤힌은 10일 "그가 돌아왔다"며 동상과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면서 사람들의 관심 덕분에 해피엔딩이 됐다고 감사 인사를 했다.
김경애 기자 ccandori@hani.co.kr,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