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 AFP 연합뉴스
옥스포드사전이 올해 세계의 단어로 ‘탈 진실’(post-truth)을 선정했다고 <가디언>이 15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옥스포드사전 위원회는 탈 진실이 “객관적 사실이 공중의 의견을 형성하는데 개인적 신념과 감정에 호소하는 것보다 영향력을 덜 끼치는 환경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대중의 감정적 반응을 자극하는 것이 사실보다 영향력이 큰 세태를 반영하는 단어다. 위원회는 탈 진실이라는 단어가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여부를 묻는 국민투표와 미국 대통령 선거 환경에서 많이 쓰였다”며 “지난해 견줘 사용 빈도가 2000% 급증했다”고 밝혔다. 옥스포드사전은 영국과 미국에서 각각 서로 다른 단어를 올해의 단어로 선정하는 경우가 자주 있었는데, 2016년에는 영국과 미국 모두에서 같은 단어인 탈 진실을 올해의 단어로 꼽았다.
옥스포드사전 회장인 캐스퍼 그래스월은 “6월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국민투표 때와 (7월) 트럼프의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 지명 시기 탈 진실 단어 사용이 급격히 증가하더니 이후에도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며 “탈 진실이 우리 시대를 정의하는 단어가 되더라도 나는 놀라지 않을 것이다”고 말했다.
옥스포드사전은 탈 진실이라는 단어가 지난 1992년 세르비아계 미국 희곡 작가인 스티브 테쉬가 잡지 <네이션>에 쓴 글에서 처음 사용한 듯 보인다고 밝혔다. 테쉬는 걸프전쟁과 이란-콘트라 스캔들(미국 레이건 행정부가 레바논의 친이란 무장단체에 납치된 미국인을 구하기 위해 미국에 적대적 관계였던 이란에 무기를 팔고 그 대금으로 니카라과의 콘트라반군을 지원하다 들통난 사건)에 대해서 쓴 글에서 “우리 자유민들은 탈 진실 세계에서 살아가기를 원할지 자유롭게 결정해왔다”고 적었다.
옥스포드사전은 ‘대안 우파’(alt-right)도 올해의 단어 유력한 후보였다고 밝혔다. 옥스포드사전은 대안 우파가 “극단적 보수주의적 관점을 지닌 집단으로 주류 정치를 거부하며 온라인 미디어를 통해서 의도적으로 논쟁적 내용을 퍼뜨리는 것이 특징”이라고 적었다. 트럼프가 백악관 수석전략가 겸 수석 고문으로 임명한 스티브 배넌을 대표적 대안 우파로 지목하는 이들이 많다.
조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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