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 “박근혜 스캔들로 한국 마비돼”

“외설적 의혹 매일 제기돼
외환위기 이후 한국의 분기점”
WSJ는 박 대통령 성장과정 초점

‘박근혜 스캔들’을 집중 조명한 28일치 <파이낸셜 타임스> 기사. <파이낸셜 타임스> 누리집 갈무리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가 ‘박근혜 스캔들’이 한국을 국가적 위기에 빠뜨렸다고 진단했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28일치 아시아판에 한 면 전체를 털어서 심층 분석 기사를 싣는 코너인 ‘빅 리드’(Big Read)에 박근혜 스캔들에 대해서 이런 분석을 내놓았다. ‘한국의 위기’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신문은 “박근혜 대통령이 4년전 재벌 개혁을 주장하며 집권했지만, 현재 재벌에서 수백만달러를 갈취한 혐의를 받고 있으며 증폭된 스캔들로 한국은 마비되고 있다”고 전했다.

신문은 “샤머니즘적 의식과 대기업에서 비자금 조성의 청와대 관련성 같은 외설적 의혹이 대중에게 매일 펼쳐지고 있다”며 “대통령이 직접 자신이 광신적 종교(cult) 집단의 일원이 아니라고 밝혀야만 할 정도였다”고 전했다.

신문은 한국 전문가들이 한국이 “복합적 위기”에 빠졌다고 말한다고 전했다. “경제 성장은 추락하고 지정학적 위기는 높아지고 기업 문제는 심화되는데, 한국은 지도자 부재와 혼란에 빠졌다”고 적었다.

신문은 구체적으로 박 대통령이 2012년 대선 당선 당시 재벌 개혁과 스타트업(신생 기업) 육성에 나서겠다고 했지만, 약속한 개혁의 극히 일부분만 실행했다고 전했다. 또한, 가계 부채는 올해 중반 기준으로 1조1500억달러 세계 8위 수준으로 팽창했으며, 한국 최대 해운 업체인 한진해운은 파산하고 삼성은 갤럭시노트7 발화 사태로 50억달러 손실이 예상된다고 전했다. 대외적으로도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를 결정해 중국의 반발을 불렀다고 전했다.

신문은 “불행 속의 한 가닥의 희망(silver lining)은 한국에 위기는 낯선 존재가 아니다는 점”이라며 “전쟁의 잿더미 속에서 탄생한 한국이 1997년 아시아 외환위기 이후 20여년만에 분기점에 섰다”고 전했다.

미국 <월스트리트 저널>도 이날 아시아판 1면에 ‘(박근혜) 스캔들이 한국을 혼란케 하다’는 제목의 기사를 실었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박근혜 대통령이 박정희 전 대통령의 딸로 태어나 친구도 거의 없이 대통령 관저에서 자랐다”며 박 대통령의 성장과정과 스캔들을 조명하는 기사를 실었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박근혜 스캔들이 박 대통령이 아버지 집권 시절 만난 최태민 목사와의 만남에 뿌리를 두고 있으며, 주한미국대사관이 지난 2007년 한국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본국에 보낸 전문에서“(최태민) 목사가 박근혜 후보의 몸과 마음을 지배했다”고 쓴 사실도 소개했다.

조기원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