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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국제일반

미군기지 때문에 50년간 고향 못 가는 섬사람들

등록 2016-12-26 09:09수정 2016-12-26 19:15

인도양의 영국령 디에고가르시아
주민들 “이제는 돌아가게 해달라”
영국, 미군 기지 사용 20년 연장

말발굽 모양의 환초로 둘러싸인 디에고가르시아는 미군의 인도양 해·공군 전략 거점 기지다. 영국군은 소수이고 대부분 미군과 미군 군속이 거주한다. <한겨레> 자료사진
말발굽 모양의 환초로 둘러싸인 디에고가르시아는 미군의 인도양 해·공군 전략 거점 기지다. 영국군은 소수이고 대부분 미군과 미군 군속이 거주한다. <한겨레> 자료사진
50년전 미군기지 건설로 고향에서 쫓겨난 인도양의 영국령 섬 디에고가르시아 주민들이 새해에는 고향에 돌아가게 해달라고 호소했다. 그러나 영국 정부는 20년 더 미군에 기지 사용권을 주기로 해 섬 주민들의 바람이 이뤄지기는 어려워 보인다.

디에고가르시아 섬이 속한 차고스 제도 주민들의 단체인 ‘차고스 제도 복지그룹’ 의장인 프랭키 폰템프스는 영국 정부에 고향 복귀를 요청하는 편지를 보냈다고 24일 영국 <가디언>이 전했다. 폰템프스 의장은 편지에서 “차고스 주민들이 고향에서 쫓겨난 지 50년이 흘렀다. 우리는 200년 동안 영국 시민이었지만 외부인 취급을 받아왔다”며 고향에 돌아가게 해달라고 호소했다.

주도인 디에고가르시아와 주변 섬들로 이뤄진 차고스 제도에 살던 주민 2000여명은 미·소 냉전이 한창이던 1967년부터 73년까지 순차적으로 배에 태워져 인근 모리셔스와 세이셸 제도로 강제이주당했다. 인도양 한복판에 있어 해·공군 기지로 전략적 가치가 큰 이곳을 미국이 군사기지로 사용하기를 원했기 때문이다. 미국은 영국에 섬 주민들의 전면적인 이주를 요구했고, 영국은 즉각 응했다. 미군은 2001년 디에고가르시아에서 B-1, B-2 폭격기를 발진해 아프가니스탄 탈레반 정권을 공격했다.

아무런 보상도 받지 못한 채 쫓겨난 주민들은 낯선 타국에서 사회 최하층 생활을 해야 했다. 주민들은 2000년 양심적인 영국 변호사들의 도움을 받아 영국 정부에 소송을 제기했고, 법원은 주민 강제이주가 불법이라며 보상 판결을 내렸다.

영국 정부는 차고스 제도 주민 복지를 위해 10년 동안 400만파운드(약 60억원)를 지원하기로 했지만, 주민들의 고향 복귀 요청은 여전히 무시하고 있다. 차고스 제도 주민들 상당수는 18세기에 아프리카에서 끌려온 흑인 노예들의 후손들이다. 미국은 주민 복귀에 대해 반대 의사를 공개적으로 밝히지는 않고 있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조기원 기자 gard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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