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게이트’ 외압 증언…“매우 충격적”
탄핵 사유 ‘사법방해’ 될수도…트럼프 타격
탄핵 사유 ‘사법방해’ 될수도…트럼프 타격
제임스 코미 전 미국 연방수사국(FBI) 국장이 해임된 지 한달 만인 8일 상원 정보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러시아 게이트’ 관련 수사 중단 요구를 공개적으로 폭로했다. 취임 초부터 측근들과 러시아 간의 부적절한 유착 의혹으로 휘청거렸던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코미의 ‘폭탄 발언’으로 회복하기 쉽지 않은 정치적 타격을 입었다.
코미 전 국장은 미국 주요 방송들이 생중계한 이날 청문회에서 러시아와의 유착 혐의를 받고 있는 마이클 플린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수사 중단 요구를 폭로한 뒤, 이를 “명령으로 받아들였다”며 “이는 매우 충격적”이라고 증언했다. 코미의 주장이 사실이고 트럼프 대통령이 의도적으로 수사를 방해하려 했다면 탄핵 사유의 하나인 ‘사법방해’가 성립할 수 있다.
코미는 또한 자신의 해임 직후 백악관이 코미의 국장 재직 기간에 연방수사국이 혼돈에 빠져있었다고 주장한 것과 관련해 “트럼프 행정부가 나와, 더욱 중요하게는 연방수사국의 명예를 훼손하는 선택을 했다”며 “그것들은 의심할 여지 없는 거짓말”이라고 반박했다. 코미는 트럼프 대통령과의 독대 내용을 메모로 기록한 배경에 대해서는 “솔직히 그가 우리의 만남의 성격에 대해 거짓말을 할지도 모른다고 우려했다”고 밝혔다.
앞서 코미는 청문회 출석 하루 전인 7일 상원에 미리 제출한 서면 증언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2월14일 백악관에서 코미와 단둘이 있는 자리를 만든 뒤 “플린은 좋은 사람이다”라며 “(플린 수사 문제를) 중단하는 것이 가능한지 알아봤으면 좋겠다. 수사를 중단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한 지난 1월27일 백악관 저녁식사에 코미를 단독으로 초대했으며 이 자리에서 “나는 충성심이 필요하다. 충성심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3월30일 통화에선 러시아 유착 의혹 수사를 “먹구름”이라고 표현한 뒤, “먹구름을 걷어내기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느냐”고 물었다고 코미는 전했다. <시엔엔>(CNN) 방송은 “코미가 (트럼프에 맞서) 핵폭탄으로 무장했다”고 표현했다.
워싱턴/이용인 특파원 yy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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