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7명 사망 추락사고 생존자 오쿠우치 <아메리카갓탤런트> 출연
“온몸이 붕대에 감겨 있을 때 음악이 탈출구…내 목소리 들려주고 싶어”
107명이 사망한 비행기 사고에서 살아남은 케치 오쿠우치가 <아메리카갓탤런트>에서 노래 부르는 모습. <유튜브> 갈무리.
2005년 12월10일. 나이지리아 아부자에서 기숙학교를 다니던 케치 오쿠우치는 성탄절 휴일을 맞아 친구와 함께 고향인 나이지리아 포트 하코트행 비행기에 올랐다. 그의 나이 16살. 가족과 만날 생각에 한껏 들떠 있었다. 2시간여 뒤 일어날 끔찍한 사고를 예상치 못한 채 친구와 수다를 떨며 무료함을 달랬다.
비행기가 막 포트 하코트 국제공항에 착륙을 시도할 무렵 폭풍우를 만난 듯 기체가 마구 흔들렸다. 비행기는 그대로 땅에 처박혀 순식간에 화염에 휩싸였다. 비행기 안에 있던 109명 중 치료 도중 숨진 이까지 포함해 107명이 사망했다. 오쿠우치의 친구도 화마를 피하지 못했다. 창가 옆자리에 앉았던 오쿠우치는 온 몸에 화상을 입었으나 다른 한 명과 함께 기적적으로 살아남았다. 그는 후에 “공포를 느낄 새도 없이 그냥 충격에 빠졌고 깨어보니 병원이었다”고 사고 순간을 회상했다.
나이지리아에서 치료를 이어가던 오쿠우치는 미국 텍사스 병원으로 옮긴 뒤에는 미국에 정착했다. 피부 이식 등 100차례 이상 수술을 받았고 손에는 철심이 박혔다. 살아남기 위한 사투가 이어졌다. 그런 가운데 대학에 입학해 경제학 등을 전공하며 졸업식 때 최고의 학생에게 주어지는 상을 받기도 했다.
그리고 2017년 6월, 오쿠우치는 <아메리카갓탤런트> 시즌12 무대에서 희망의 노래를 불렀다. 지난 10일(한국시각) <아메리카갓탤런트> 공식 누리집에 공개된 영상에서 그가 선택한 곡은 에드 쉬런의 ‘씽킹 아웃 라우드’(Thinking Out Loud:생각한 바를 그대로 말해라). 오쿠우치는 “비행기 사고 뒤 병원에서 머리부터 발끝까지 붕대를 감고 아무것도 못하고 침대에 누워있을 때 음악만이 나의 탈출구였다. 나의 목소리를 다른 사람들에게 들려주고 싶었다”고 출연 이유를 밝혔다. 오쿠우치의 울림 있는 목소리에 심사자인 사이먼 코웰을 비롯해 관객들은 기립 박수로 화답했다.
오쿠우치는 2015년 미국 ‘테드토크’ 프로그램에도 출연해 “지나가는 사람들이 나를 쳐다보면 그저 미소를 짓는다”면서 “내가 해야 하고 내야 해야만 하는 것은 겉모습에, 흉터에 좌우되지 않는다. 내가 어떻게 생겼는지가 아니라 내가 어떻게 생각하고 내가 무엇을 믿는지에 따라 나는 행동한다”고 말했다. 그의 꿈은 난민 어린이 등의 교육을 돕기 위해 유엔(UN)에서 일하는 것이라고 한다.
김양희 기자 whizzer4@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