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저는 신디 루 후예요. 두 번이나 입양됐다가 파양된 뒤 3년 전에 3번째로 입양됐죠. 머리 모양 때문인지 캐릭터 이름을 따 제 이름을 지었대요. 저는 껴안기와 뽀뽀하기를 좋아해요.”
올해로 29번째 맞는 세계추견대회에 참가한 한 반려견, 신디 루 후의 ‘출사표’다. 세계에서 가장 못생긴 개를 뽑는 이 대회는 24일(한국시각) 미국 캘리포니아 페탈루마에서 열린다. 신디 루 등 14마리의 반려견이 이미 주최 쪽인 소노마 마린 페어의 공식 누리집을 통해 출사표를 던졌고 인기 투표도 거쳤다. 팬들의 인기 투표는 심사에 전혀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
2017 세계추견선발대회 후보자 몽키.
2017 세계추견선발대회 후보자 모.
이번 대회에는 나이(16살) 때문에 눈이 잘 보이지 않는 모, 구조된 뒤 수차례 수술을 받은 마르타(3살)까지 다양한 사연을 가진 반려견들이 참가했다. 지난해에는 푸른 눈동자를 가진 잡종견 스위피 람보가 3차례 도전 끝에 1위에 올랐다. 1위에 오른 반려견은 상금 1500달러와 트로피를 수여받는다.
2016 세계추견대회 1위 스위피 람보.
세계추견선발대회는 ‘아름다움은 외면이 아닌 내면에 있다’는 취지와 함께 유기견에 대한 관심을 끌어올리기 위해 해마다 열린다. 매년 2000~3000명의 관중이 몰릴 정도로 관심도 뜨겁다. 대회에 참가한 일부 반려견들은 강아지 공장 등에서 구조돼 유기견 보호소에 있다가 입양된 개들로, 애꾸눈이거나 한쪽 다리를 절뚝이는 등의 장애를 가지고 있다. 그렇다고 아픈 것은 아니다. 대회 참가견들은 수의사로부터 받은 건강 증명서를 제출해야 한다. 주인들의 꾸준한 보살핌으로 건강한 삶을 이어가는 반려견들이 ‘못생김’을 뽐내는 장이다. 행사장에는 유기견 입양 부스도 마련돼 입양을 독려하고 있다.
2017 세계추견선발대회 후보자 마르타.
대회 심사는 비단 못생김의 정도만으로 이뤄지지 않는다. 주인과의 친밀도 또한 중요한 심사 기준이다. 브라이언 소벨 심사위원장은 최근 영국 <데일리메일>과 인터뷰에서 “첫 번째는 일반인들이 처음 반려견을 봤을 때의 반응을 볼 것이다. 두 번째는 주인들이 반려견에게 보여주는 애정도를 살펴볼 것”이라고 했다. 에린 포스트 소노마 마린 페어 사장은 “해마다 굉장한 사연을 가진 참가자들이 많다. 사람들은 반려견들이 자신들의 삶을 구했다고 말한다. 한때는 군중 앞에 아름다운 개들을 보여주려고 했었지만 여기 ‘사람 기준으로’ 못 생긴 개들이 있고 더 못 생겨서 환영받는 개들이 있다. 사람들은 자신들이 선택한, 세상에서 가장 못 생긴 개에게 박수를 쳐주고 환호를 하며 그들을 사랑해준다”고 말했다.
김양희 기자 whizzer4@hani.co.kr, 사진 소노마 마린 페어 누리집 갈무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