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켈, 주요 현안 트럼프와 대척점
미-중·러, 대북 추가제재 이견
EU·일본은 미 보호무역에 맞서
경제동반자협정 발표하기로
프, 2040년 휘발유차 판매금지 계획도
미-중·러, 대북 추가제재 이견
EU·일본은 미 보호무역에 맞서
경제동반자협정 발표하기로
프, 2040년 휘발유차 판매금지 계획도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처음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선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우는 트럼프와 나머지 G20 국가 정상들 간에 첨예해진 분열상이 극적으로 드러날 전망이다. 특히 G20 의장국인 독일의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자신의 4선이 걸린 9월 총선을 앞둔 상황에서 주요 현안을 놓고 트럼프와의 대척점에서 리더십을 보여줄 것으로 보인다.
7~8일 독일 함부르크에서 열리는 올해 G20 정상회의는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라는 돌발 변수로 인해 추가 제재를 놓고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사이의 이견 표출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또 기후변화, 자유무역, 이민·난민 등 중심 의제는 미국과 유럽연합(EU) 등이 이미 공개적인 설전을 벌여온 난제들이다. 찰스 쿱찬 미국외교협회(CFR) 선임연구원은 <엔비시>(NBC) 방송에 “G20 주요 의제는 꽤 불편한 대화를 예고한다”며 “기후변화, 자유무역, 이민 문제는 트럼프가 거의 고립된 이슈”라고 말했다.
트럼프가 가장 많은 국가들의 반발을 사는 대목은 지난달 1일 파리기후변화협약 탈퇴 선언이다. 이 선언 뒤 첫 다자 외교 무대인 만큼, 각자 트럼프를 비판해온 여러 지도자들이 한목소리로 압박하는 외교전이 예상된다. 지난달 29일 메르켈 총리는 연방하원 연설에서 “파리협약을 무조건 지지하며, 유럽연합(EU)은 파리협약을 신속하게 이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프랑스 정부는 2040년까지 휘발유와 경유 차량의 판매를 금지하겠다는 획기적 계획을 6일 발표했다. 온실가스 배출 노력 동참을 포기한 트럼프를 더욱 궁지에 몰아넣는 내용이다.
보호무역을 둘러싼 공방도 예상된다. 트럼프는 이번 회의 참석을 앞두고 트위터에 “미국이 체결한 무역협정 중 세계 최악인 것이 있다”, “왜 이런 나라들과 계속 무역협정을 해야 하나?”라며 ‘선전포고’를 했다. 트럼프는 캐나다·멕시코와의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재협상을 주장하고 있으며,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 불참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한국과의 자유무역협정 재협상도 공언했다. 하지만 유럽연합과 일본은 이번 회의를 맞아 자유무역협정과 비슷한 경제동반자협정(EPA)을 맺는 데 거의 합의를 이뤘다고 발표했다. 자동차와 농산물 등 전체 무역 품목의 95% 이상에서 관세를 철폐하는 내용이 될 것으로 보이는데, 미국의 보호무역주의를 거스르는 흐름이다. 메르켈 독일 총리는 최근 독일 신문 인터뷰에서 “우리는 모든 사람에게 이익이 되는 상호작용의 가능성에 주목하지만, 미국 행정부는 세계화를 ‘윈윈’이 아닌 승자와 패자가 나오는 과정으로 보고 있다”고 날을 세웠다.
이민·난민 문제에서도 트럼프와 메르켈은 ‘다른 길’을 주장하고 있다. 메르켈은 무슬림 이민자 100만명 이상을 독일로 받아들였다. 트럼프는 메르켈의 정책을 “미친 짓”이라고 비난하는 한편 최근 이슬람권 6개국 출신 입국을 제한하는 행정명령을 발효했다. 메르켈은 지난주 의회 연설에서 “고립주의와 보호주의로 전 세계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다고 믿는 것은 실수”라면서 테러나 난민 같은 의제는 다자간 협력이 유일한 해법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전정윤 기자 ggu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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