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코와 회색빛 털을 가진 긴코가시두더쥐의 모습. 위키미디어코먼스 제공
이제는 다섯 종밖에 남지 않은 단공류 동물 중 하나인 서부긴코가시두더지는 ‘못생겼다’. 어두운 회색빛 털과 가시가 몸을 덮고 있고, 눈은 보이지 않을 만큼 작다. 긴 코는 얼굴의 3분의 2를 차지한다. 북극곰, 호랑이, 판다 같은 멸종위기동물이지만, 이런 외모 때문에 사람들의 시선을 끌지 못한다. 그래서일까? 영국 런던동물원(ZSL)의 에지(EDGE)프로그램에서 표기한 대중들의 관심은 ‘없음’(None)이다.
이처럼 ‘못생긴’ 동물들은 멸종위기 동물을 알리고 후원금을 마련하는 포스터나 웹사이트에서 늘 제외됐다. 인간에게 익숙한 동물을 내세워야 모금에 효율적이라는 생각에서다. 하지만 마케팅 전략을 바꾸면 소외당하던 멸종위기 동물들의 후원금을 효율적으로 마련할 수 있다는 사실이 최근 밝혀졌다.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이 2016년 발표한 절멸 가능성이 있는 야생동물 명단 ‘적색목록’에는 포유류, 조류, 곤충, 식물 등 총 173만여 종의 동식물이 멸종위기로 분류됐다. 그중 동물은 137만여 종을 차지하지만, 야생보전 후원금 마련에 사용되는 동물 이미지는 곰, 호랑이, 독수리 등 크고 인간에게 익숙한 일부 포유류나 조류에 한정된다. 반면 쥐, 박쥐류 등 사람들에게 익숙하지 않고 외관상 매력적으로 다가오지 않는 멸종위기 동물들은 외면당한다. 과학전문지 <사이언스>의 2012년 보도대로, 전세계 멸종위기 동물 보호 및 보호구역 유지에 필요한 비용은 매해 760억 달러(약 87조 원)가 드는 만큼 충분한 후원금을 마련하려면 대중의 관심을 끌어야 하기 때문이다.
달리 방법이 없어 보였지만, 최근 인간에게 매력적이지 않은 멸종위기동물도 사람들의 적극적인 후원을 이끌어 낼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존스홉킨스대학 스미스펠로우의 디오구 베리시무(Diogo Ver?ssimo) 등은 지난 6월 마케팅 전략이 ‘비인기 멸종위기 동물’ 보호 후원금 마련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학술지 <보전생물학>에 발표했다. 연구팀에 따르면, 웹페이지 배치와 중요도의 설정 방식에 따라 대중들이 선택하는 후원 동물 또한 달라진다는 것이 드러났다.
이들은 세계자연기금(WWF-US)과 런던동물원(ZSL)의 ‘엣지 프로그램’(Evolutionarily Distinct, Globally Endangered of Existence)의 멸종위기 포유류 동물 후원 마케팅을 비교 분석했다. 세계자연기금은 포유류, 조류, 파충류 등 매력적인 동물들을 내세운 캠페인으로 보호활동에 필요한 자금을 마련하는 방식인 반면 ‘엣지’는 특정 동물을 지원하는 방식이다. 세계자연기금은 후원 동물을 알파벳 순서에 따라 웹사이트에 배치했고, ‘엣지’는 멸종위기 위험 순서를 따랐다.
런던동물원의 ‘엣지’ 프로그램에서 높은 관심을 받은 키티돼지코박쥐. 위키미디어코먼스
런던동물원의 ‘앳지’ 프로그램에서 높은 관심을 받은 붉은홀쭉이로리스. 위키미디어코먼스
그 결과 세계자연기금에서 2007년부터 2011년까지 4년 동안 가장 많은 후원금을 받은 동물은 북극곰, 판다, 호랑이, 눈표범(설표), 미어캣 순이었다. 반면 ‘엣지’에서는 2008년 북쪽털코웜뱃, 히스파니올라 뒤쥐, 너구리판다, 아텐보로긴코가시두더지, 쌍봉낙타 순의 결과가 나왔다. 자유롭게 후원 동물을 선택할 때 대중은 동물의 체형, 색상, 기능적 가치, 정면을 향하는 눈 위치 등 미의 기준에 부합하는 동물을 후원하지만, 멸종위기 위험성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면 그 기준에 부합하지 않아 소외받던 동물을 후원한다는 것이다.
이들이 ‘엣지’ 100순위 안에 든 각 동물 정보 상단에 있는 ‘서포트 엣지(Support EDGE)’의 클릭 수를 분석한 결과, 사랑스러운 동물이 아니더라도 ‘중요한’ 동물로 설정한다면 15배 많은 기부를 얻을 수 있고, 웹페이지 상단에 배치할 경우 26배 많은 사람을 모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임세연 교육연수생, 남종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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