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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국제일반

트럼프-푸틴 세기의 첫만남…‘대선개입’ 의혹만 더 쌓였다

등록 2017-07-09 16:46수정 2017-07-09 22:11

미-러 정상회담
미 “러, 대선 개입…푸틴에 압박”
푸틴 “러 책임없다, 트럼프도 동의”
헤일리 “트럼프-푸틴 정면대치”
양쪽 서로 ‘압박했다’ 포장했지만
회담 30분 예정시간 135분 진행
“관계 구축” “건설적 회담” 발언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7일 첫 정상회담에서 만나 악수하고 있다. 함부르크/AFP 연합뉴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7일 첫 정상회담에서 만나 악수하고 있다. 함부르크/AF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서로에 대한 호감을 양국의 실질적 관계 개선이라는 과업으로 연결시킬 수 있을까? 지난 7일 트럼프와 푸틴의 첫 정상회담은 두 정상과 양국이 서로한테 가진 딜레마를 여실히 보여줬다.

대선 때부터 푸틴에 대한 개인적 호감과 러시아와의 관계 개선을 표명한 트럼프가 독일 함부르크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계기로 취임 6개월 만에 푸틴과 만난 것부터가 양쪽 관계의 어려움을 보여줬다.

회담이 끝나자마자 두 정상과 양국의 최대 현안인 러시아의 미국 대선개입 사건이 발목을 잡았다. 회담에 배석한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대선개입 사건에 대해 “러시아는 책임이 없다는 푸틴의 주장을 트럼프가 받아들였다”고 밝혔다. 하지만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은 “대통령이 2016년 선거에서 러시아의 개입에 대한 미국민들의 우려를 제기하며 푸틴 대통령과의 회담을 시작했다”며 “대통령은 러시아의 개입에 대해 수차례나 푸틴을 압박했고, 푸틴 대통령은 개입을 부인했다”고 설명했다.

푸틴도 다음날인 8일 G20 정상회의 폐막 기자회견에서 “어제 트럼프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그에게 러시아가 지난해 미국 대선에 개입했다고 생각할 아무런 근거도 없다고 확인시켰다”며 “그는 나에게 이에 대해 여러 질문을 했고 나는 가능한 대로 답했다. 내 생각에 그는 이것을 알아듣고 동의했다”고 주장했다.

양쪽의 전혀 다른 주장이 미국 여론을 악화시키자, 트럼프 행정부의 대외 문제 ‘돌격대장’인 니키 헤일리 유엔 대사가 나서 푸틴에 대한 공격을 펼쳐야 했다. 헤일리는 트럼프가 푸틴과 ‘정면 대치’했다고 주장했다. 트럼프는 회담에 들어가서는 “눈을 똑바로 바라보면서 ‘우리는 그것을 알고 있다. 그만두라’고 했다”고 헤일리가 전했다.

양쪽은 서로를 압박했다고 애써 포장했지만 서로에 대한 호감은 여러 군데에서 묻어났다. 30분으로 예정된 회담이 2시간15분으로 길어진 가운데 북핵까지 포함된 전반적 현안들이 논의된 것으로 보인다. 회담이 길어졌다는 것은 이견도 많았지만 이를 극복할 노력도 했다는 의미다.

푸틴은 “트럼프 대통령과 개인적 관계를 구축했다”며 “텔레비전에 나오는 트럼프와 실제 그는 아주 많이 다르다. 아주 실무적인 사람”이라고 평가했다. 푸틴은 “우리가 어제 대화를 한 식으로 관계를 만들어가면 우리에게 필요한 관계의 수준을 적어도 부분적으로는 회복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틸러슨 미 국무장관도 “회담은 아주 건설적이었다”며 “두 지도자는 아주 빨리 연결됐으며, 둘 사이에 아주 분명한 긍정적 화합(케미스트리)이 나타났다”고 평가했다. 트럼프는 “푸틴과 나는 여러 일들을 논의했고, 아주 잘 진행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실질적인 성과도 있었다. 양국은 현지시각으로 9일 정오부터 시리아 남부에서 휴전하며, 이 휴전을 시리아 내 모든 세력이 준수하도록 책임지자고 합의했다. 양국 관계의 또 다른 골칫거리인 우크라이나 내전 사태를 놓고는 미국이 이를 전담할 특별대표를 선임해 러시아 대표와 연락 채널을 만들기로 합의했다.

괄목할 만한 합의는 없었지만 소련 붕괴 이후 최악에 처한 관계를 개선해야 한다는 의지는 역력했다. 라브로프 러 외무장관은 “두 대통령이 모두 각국의 이익에 따라 움직인다는 느낌을 받았다”며 “바로 이 구체적이고 실무적인 톤으로 시리아, 우크라이나, 한반도, 사이버 안보와 다른 일련의 문제들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 모든 문제와 테러리즘 및 조직범죄, 해킹과의 전쟁 등을 놓고 양자 실무그룹이 구성될 것”이라고 전했다.

푸틴으로서는 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한 서방의 경제제재 해제가 발등의 불이다. 하지만 더 급한 쪽은 트럼프다. 트럼프가 표방하는 미국의 고립적 일방주의의 성패는 상당 부분 러시아의 협조가 있어야 가능하다. 문제는 러시아와의 관계 개선으로 가려면 미국 내 주류 여론이 용납 못 하는 러시아의 대선개입 사건을 풀어야 한다는 데 있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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