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역사상 여섯번째 동물 대절멸이 기존의 추정보다 훨씬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헤라르도 세바요스 멕시코 국립자치대 교수와 폴 얼리크 미국 스탠퍼드대 교수 등이 참여한 연구팀은 10일 <전미과학아카데미회보>에 실은 논문에서 전체 척추동물 종의 4분의 3이 몇세기 안에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수백만년 전에 견줘 멸종 속도가 눈에 띄게 빠르기 때문에 여섯번째 대절멸이 진행 중이라는 데 동의하는 학자들이 꽤 있지만, 이번 연구는 그 속도와 범위가 전반적 예상치를 크게 웃돈다는 점을 밝히고 있다.
연구진은 지난 세기에 포유류·조류·파충류·양서류 개체수가 수십억마리 감소했다고 밝혔다. 또 네 종류의 동물 2만7600여종 중 3분의 1가량이 개체수와 서식지가 축소되고 있다며 “극적으로 높은 수준의 개체수 감소가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177종의 포유류가 1990년부터 2015년 사이에 적어도 30%의 서식지 축소를 경험했으며, 이들 중 40%는 서식지가 80% 이상 줄면서 개체수도 급감한 것으로 조사됐다.
서식지와 개체수 감소 폭은 아시아, 오스트레일리아, 아프리카에서 더 심각하다. 아프리카 코끼리는 100년 전 100만마리에서 지금은 40만마리로 줄었다. 이번 연구에는 참여하지 않은 스탠퍼드대 생물학자 앤서니 버노스키는 “지난 40년간 야생동물의 50%가 사라졌다. 40년마다 절반씩 감소한다면 곧 아무것도 남지 않게 된다”고 <시엔엔>(CNN)에 말했다.
학자들은 과거의 대절멸 사례들과 달리 이번에는 자연력이 아니라 인류가 ‘주범’이라고 설명한다. 인구 증가로 지표면에서 농지와 목초지 비율은 37%까지 늘었다. 지구 온난화와 밀렵도 동식물을 위협하는 요소로 지목된다. 1968년 <인구 폭탄>이라는 책을 낸 저명한 생물학자로 이번 연구에 참여한 얼리크 교수는 “문명은 작물의 수분(꽃가루 옮기기)부터 바다 식량, 생존에 적합한 환경 등 필수적 생태계를 제공하는 동식물과 미생물에 전적으로 의존하기 때문에 이번 연구의 심각한 경고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지구 생물들은 과거 빙하기 도래와 화산 폭발 등으로 다섯 차례의 대절멸을 경험했다. 마지막 대절멸은 소행성 충돌로 공룡이 멸종한 6500만년 전에 발생했다.
이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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