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NN, 2013년 영상 입수 보도
‘러시아 스캔들’ 물증 봇물
2013년 미스USA 때 영상서
러 쪽 관계자들과 친분 과시
트럼프 탄핵안도 최초 발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스 유에스에이(USA) 대회를 하루 앞둔 2013년 6월15일 라스베이거스에서 한 만찬에서 러시아 가수 에민 아갈라로프(트럼프의 왼쪽), 에민의 홍보담당자 롭 골드스톤과 친근하게 대화하고 있다. <시엔엔>(CNN) 영상 갈무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러시아 스캔들’ 물살에 걷잡을 수 없이 휘말려 들어가고 있는 형국이다. 11일 맏아들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가 러시아 쪽과 주고받은 ‘대선 개입 공모 시도’ 이메일을 공개한 파문이 가라앉기도 전, 이번엔 이메일 배후 인물인 아갈라로프 부자와 트럼프의 친분을 입증하는 영상이 공개됐다. 트럼프는 “(백악관은) 아름답게 작동되고 있다”며 겉으론 태연한 척하고 있지만, 처음으로 트럼프 탄핵안이 발의되는 등 야당과 언론의 공세 수위가 한층 높아지고 있다.
<시엔엔>(CNN) 방송은 12일 트럼프가 러시아 부동산 거물 아라스 아갈라로프, 아갈라로프의 아들인 가수 에민, 에민의 홍보담당자 롭 골드스톤과 만찬장에서 친근하게 대화하는 영상을 입수해 보도했다. 골드스톤은 에민의 지시를 받았다며 트럼프 주니어한테 ‘힐러리 클린턴에게 범죄 혐의를 덮어씌울 수 있는 정보’를 주겠다는 이메일을 보낸 인물이다.
미스 유에스에이(USA) 대회를 하루 앞둔 2013년 6월15일 라스베이거스에서 촬영된 영상에는 주최자인 트럼프와 후원자인 아갈라로프 부자 및 골드스톤이 격의 없이 담소를 나누는 모습이 담겼다. 이튿날 미스 유에스에이 레드카펫 행사 영상에서는 트럼프가 아갈라로프 가족을 “러시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사람들, 가장 부자인 남자”라고 치켜세우는 장면도 등장한다. <시엔엔>은 “트럼프 캠프 관계자들과 러시아의 내통 의혹의 중심에서 복잡하게 얽힌 관계에 새로운 통찰력을 준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트럼프는 이메일 공개 이후 새 국면으로 접어든 러시아 스캔들을 정면 돌파하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전날 이번 사태를 “정치 역사상 최대의 마녀사냥”으로 규정한 트럼프는 12일 “백악관은 아름답게 작동되고 있다”고 말했다. <워싱턴 포스트>가 익명의 트럼프 측근들 말을 인용해 이메일 공개 이후 “(최상급인) 5급 허리케인이 백악관을 강타했다”고 하는 등 당황스런 분위기를 전한 직후였다.
트럼프는 감추기 어렵게 된 러시아와의 ‘친밀한 관계’ 역시 자연스러운 일처럼 치장하려고 애쓰고 있다. 그는 12일 <시비엔>(CBN) 인터뷰에서 “우리는 엄청나게 강력한 핵보유국이며 러시아도 그렇다. 모종의 관계를 갖지 않는 게 말이 안 된다”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매우 사이가 좋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나는 취임 첫날부터 강한 군대를 원했고, 푸틴은 그것을 보고 싶어 하지 않는다”는 등의 이유를 들어 푸틴이 클린턴의 승리를 바랐다고 강변하기도 했다.
언론과 트럼프가 연일 진위를 다투는 ‘뉴스 전쟁’을 벌이는 와중에 12일 탄핵소추안이 처음으로 발의됐다. 민주당의 브래드 셔먼 하원의원은 트럼프가 제임스 코미 전 연방수사국(FBI) 국장을 해임한 것을 사법방해로 규정하고 탄핵안을 제출했다. 다만 현시점에선 정치적 공세의 성격이 짙고 승산이 없으리라는 전망이 압도적이다. 탄핵안이 가결되려면 재적 기준으로 하원의 과반, 상원의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야 하는데 상·하원 모두 여당인 공화당이 과반이다. <에이피>(AP) 통신은 “민주당 지도부는 트럼프를 탄핵하려는 (셔먼의) 노력과 거리를 두고 있으며, 탄핵 시도가 오히려 트럼프 지지자들의 열정만 북돋울 수 있다고 믿는다”고 전했다. 전정윤 기자 ggum@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