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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국제일반

중국 ‘죽은 류샤오보’도 경계…사망 이틀만에 ‘수장’

등록 2017-07-16 17:31수정 2017-07-16 20:20

화장돼 바다에 뿌려져…풍습대로 7일간 안치 못해
중 당국, 반정부시위 성지 될까 ‘묘역’ 안 만든 듯
지난 15일 중국 랴오닝성 선양시의 다롄 해역에서 류샤오보의 아내 류샤가 바다에 뿌려지는 류샤오보의 유해를 슬픈 눈빛으로 응시하는 사진을 선양시가 공개했다. 선양/AFP 연합뉴스
지난 15일 중국 랴오닝성 선양시의 다롄 해역에서 류샤오보의 아내 류샤가 바다에 뿌려지는 류샤오보의 유해를 슬픈 눈빛으로 응시하는 사진을 선양시가 공개했다. 선양/AFP 연합뉴스
생전에 류샤오보를 결박했던 중국 당국이 사후엔 그의 주검을 흔적도 없이 세상에서 지웠다. 중국 정부가 지난 13일 숨진 류샤오보를 이틀 만에 화장해 바다에 뿌리게 한 것과 관련해, 그의 묘역이 ‘민주화의 성지’가 될 가능성을 사전 차단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에이피>(AP) 통신 등 외신은 “류샤오보의 형 류샤오광이 15일 오후 중국 당국이 마련한 기자회견에서 이날 오전 동생의 시신을 화장하고 정오께 유해를 바다에 뿌렸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류샤오광은 당국이 동생의 특수한 상황을 고려해 인도주의적 배려를 해줬다며 감사의 뜻을 표했다. 류샤오보의 아내 류샤는 건강 상태가 좋지 않아 기자회견에 참석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신화통신>도 이날 류샤오보의 주검을 화장하기에 앞서 류샤와 친구들이 참석한 가운데 간단한 장례 의식이 열렸고, 가족의 뜻과 지역 풍습에 따라 유해를 바다에 뿌렸다고 보도했다.

지난 15일 중국 랴오닝성 선양시에서 치러진 노벨평화상 수상자 류샤오보의 장례식에서 아내 류샤(오른쪽 검은 옷)와 가족들이 관에 누워 있는 고인의 주검을 바라보고 있는 사진을 선양시가 공개했다. 선양/AFP 연합뉴스
지난 15일 중국 랴오닝성 선양시에서 치러진 노벨평화상 수상자 류샤오보의 장례식에서 아내 류샤(오른쪽 검은 옷)와 가족들이 관에 누워 있는 고인의 주검을 바라보고 있는 사진을 선양시가 공개했다. 선양/AFP 연합뉴스
류샤오보의 지인들은 평소 고인과 소원한 관계였던 류샤오광과 중국 쪽 발표에 이의를 제기하고 나섰다. <뉴욕 타임스> 등 외신은 유가족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중국 정부가 화장을 강행했다고 전했다. 유족들은 중국 장례 풍습대로 류샤오보의 주검을 7일간 보존하려 했으나 당국이 서둘러 화장을 치르게 했다는 것이다. 홍콩 소재 중국인권민주화운동정보센터는 16일 오전 누리집을 통해, 류샤가 유골을 바다에 뿌리는 데 동의하지 않았으며 기자회견이 가능해지면 직접 밝힐 것이라는 류샤 친척의 말을 전했다. 이 친척은 중국 당국이 류샤오보의 친필 원고와 책, 서평 등 옥중 유품을 류샤에게 넘기지 않으려 하고 있다고도 덧붙였다. <뉴욕 타임스>는 “(류샤오보의 무덤이) 공산당에 저항하는 시위대를 집결시키는 자석이 될까 우려해 (중국 정부가) 지상에 류샤오보의 무덤을 만들지 않았다”고 풀이했다.

<사우스차이나 모닝포스트>는 중국 인권운동가 후자 등 류샤오보 부부의 지인들이 장례식에 참석하려다 당국의 저지로 자택을 벗어나지 못했다고 보도했다. 후자는 당국이 장례식을 서둘러 조문을 막았다며 “노벨상 수상자를 모욕했다”고 비판했다.

중국은 관영 매체를 동원해 국제사회의 비판에 대응하고 나섰다. 관영 <환구시보> 영문판인 <글로벌 타임스>는 15일 ‘류샤오보의 신격화로 그의 죄를 덮을 수 없다’는 사설을 게재했다. 이 매체는 “서구 국가와 매체들은 류샤오보를 ‘위대한 자유 투사’, ‘인권의 거인’, ‘우리 세대의 만델라’로 치켜세우며 신격화하고 있다”며 “(그러나 류샤오보는) 피해망상적이고, 무지하며, 오만한 사람”이라고 주장했다. 그 근거로는 ‘중국은 300년간 서구의 지배가 필요하다’는 류샤오보의 발언 등을 들었다.

중국이 류샤오보의 주검마저 속전속결로 지워버리면서, 이제 심각한 우울증을 앓고 있는 아내 류샤의 가택연금 해제와 출국 문제를 놓고 중국과 국제사회가 날카로운 신경전을 벌일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은 국제사회의 잇단 문제제기를 의식한 듯 16일 선양시 신문판공실을 통해 “류샤에게 합법적 시민의 권리를 보호할 것”이라고 밝혔으나, 가택연금 해제와 국외 출국에 대해선 함구했다. 미국 <시엔엔>(CNN) 방송은 “(중국이) 류샤오보의 마지막 말이 알려지고 퍼지는 것을 두려워하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전정윤 기자 ggu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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