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알프스산맥에서 75년 전에 실종된 뒤물렝 부부의 사체가 발견된 찬플뤠롱 빙하. 최근 지구온난화로 빙하가 녹으면서 과거에 근처에서 실종됐던 이들의 사체가 발견되고 있다.
지구온난화가 75년 전 실종된 부부의 사체를 발견하게 해줬다.
스위스 남서부 알프스산맥의 빙하에서 꽁꽁 언 사체 두 구가 발견됐다고 스위스 언론들이 18일 보도했다. 이 사체는 1942년 8월 실종된 마르슬렝 뒤물렝과 부인 프랑신의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 부부는 소를 방목하던 중 해발 2600m 지점에서 실종됐다. 부부의 사체는 지구온난화로 인해 알프스산맥의 빙하가 녹으면서 드러났다. 부부의 일곱 자녀는 실종된 부모의 행방을 계속 찾고 있었다.
막내딸인 마르슬린 우드뤼-뒤물렝(79)은 “우리는 평생 부모를 찾았다”며 “이 소식을 기다린 지 75년이 지나서야 깊은 안도를 느낄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자녀들은 부모의 장례를 정식으로 치를 예정이다.
뒤물렝 부부의 사체는 지난주 찬플뤠롱 빙하에서 인근 스키 리조트의 종업원에 의해 발견됐다. 이 종업원은 배낭과 그릇, 유리병, 남녀 신발, 그리고 얼음 밑에서 사체의 일부를 발견했다. 70~80년 전 복장을 한 이들 부부는 크레바스에 빠진 것으로 추정됐다.
75년 만에 빙하에서 발견된 부부의 주검과 소지품들. EPA/연합
막내딸 우드뤼-뒤물렝은 교사였던 어머니가 여러 자녀를 계속 임신해 구두 제조공이었던 아버지를 따라 산에 가는 일이 드물었다고 회상했다. 자녀들은 부모가 산에서 실종됐을 것으로 짐작하고 그동안 빙하를 세 차례나 수색하면서 결코 부모 찾기를 포기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최근 알프스에서는 지구온난화로 빙하가 녹으면서 과거에 실종된 등산객들의 주검이 잇따라 발견되고 있다.
정의길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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