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토콘드리아결핍증후군(MDS)이라는 희소병을 안고 태어나 연명치료를 받아 온 영국 아기 찰리 가드(오른쪽)의 아버지가 아들을 쳐다보고 있다. 찰리 가드 페이스북(charliesfight) 갈무리
영국의 희소병 아기 찰리 가드의 부모가 연명치료 포기를 선언했다. 찰리의 부모는 병원과 법원의 연명치료 중단 결정을 받아들이지 못하겠다며 5개월간 싸워왔으나, 마지막 희망으로 여겨온 미국 의료진의 ‘치료 불가’ 판정에 결국 아들을 고통없이 보내주기로 결심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 등 외신은 24일 찰리의 아버지 크리스 가드와 어머니 코니 예이츠가 런던 고등법원 앞에서 성명을 내어 “실험적 치료법을 적용하기에 너무 늦었다는 (의사의) 진단을 존중해 연명치료를 포기한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찰리는 보조장치 없이는 자가 호흡을 할 수 없고, 근육 약화와 뇌손상이 수반되는 미토콘드리아결핍증후군(MDS)이라는 희소병을 앓고 있다. 찰리의 부모는 미국에서 실험적 치료를 받기 위해 8만3000여명한테서 130만파운드(약 19억4천만원)를 모금했지만, 찰리를 치료해온 런던 그레이트 오몬드 스트리트 병원은 뇌손상이 회복 불가능하다며 치료 중단을 제안했다.
병원은 부모가 치료 중단을 거부하자 소송을 제기했다. 지난 4월 영국 고등법원도 찰리가 회복 불가능하다는 판단하에, 부모의 권리보다 당사자인 자녀의 권리가 우선한다며 연명치료 중단을 판결했다. 이어 유럽인권재판소(ECHR)도 지난달 실험적 치료도 효과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며 영국 고등법원의 판결을 확정했다. 그러나 국제적인 반대 여론이 일자 프란치스코 교황에 이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까지 찰리의 생명연장 중단 판결에 반대하고 나서는 등 국제적인 쟁점이 됐다.
영국 법원도 결국 의료진이 합의하면 재심을 통해 판결을 번복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찰리 부모의 ‘마지막 희망’이었던 미국 컬럼비아대 병원 신경과 전문의 미치오 히라노 교수는 지난주 찰리한테 적용하려던 실험적인 ‘뉴클레오사이드 치료법’도 이미 너무 늦었다는 소견을 법원에 전달했다. 찰리의 부모는 “2주도 남지 않은 첫 생일을 맞지 못할 수도 있는 아들과 마지막으로 소중한 순간들을 함께 보내겠다”며 울먹였다. 시민들이 모아준 성금은 찰리 같은 아이들을 위한 재단 설립 기금으로 쓰일 예정이다.
전정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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