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최근 ‘러시아 스캔들’ 대처에 불만을 드러내며 백악관 공보실장과 대변인을 바꾼 가운데, 트럼프 행정부의 핵심 요직들도 ‘조기 하차설’이 대두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 및 백악관 참모들과의 갈등으로 인해 국무부와 법무부 장관은 물론 비서실장까지 사퇴와 경질이 임박했다는 전망이다.
<시엔엔>(CNN) 방송은 24일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 쪽 지인 두 명을 인용해 ‘렉시트’(렉스 틸러슨과 탈출(exit)의 합성어) 가능성을 제기했다. 익명을 요구한 틸러슨의 지인들은 지난 몇주간 “틸러슨이 불만스러워도 최소 연말까지는 국무장관 자리에 남아 있으려 하고 있다”고 얘기해왔다. 그러나 지난 주말 익명을 요구한 두 명의 지인은 “조만간 렉시트가 있더라도 놀랍지 않다”며 ‘분위기 변화’를 전했다.
틸러슨 장관은 기후변화 정책과 인사 문제 등으로 백악관 참모들과 줄다리기를 해왔다. 틸러슨은 트럼프 대통령이 탈퇴를 선언한 파리기후변화협약을 지지하고 있다. 특히 지난달에는 국무부 고위직 인선에 연이어 제동을 건 백악관 참모진에 분노를 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로이터> 통신은 25일 한 소식통을 인용해 “틸러슨이 자율성과 독립성, 국무부에 대한 통제권과 전통적으로 그 자리(국무장관)가 지녔던 권한이 없다는 데 매우 분노하고 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러시아 스캔들’ 수사와 관련해 공공연하게 비판해온 제프 세션스 법무장관은 오래전부터 경질설이 나돌았고, 이제 후임자 실명까지 거론되고 있다. 인터넷매체 <액시오스>는 트럼프 대통령이 세션스 장관을 해임하고 당선의 일등공신인 루돌프 줄리아니 전 뉴욕시장을 발탁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가 내부 회의 때 줄리아니 전 시장을 새 법무장관에 임명하는 방안을 언급했다는 설명이다. 다만 세션스의 상원 ‘지분’ 등을 고려하면 상원 쪽 협조가 더욱 어려워지리란 우려도 나온다. 게다가 줄리아니가 초기 내각 구성 당시 법무장관을 마다하고 국무장관을 고집한 터라 실제 법무장관 임명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레인스 프리버스 백악관 비서실장. AP 연합뉴스
지난주 임명된 앤서니 스캐러무치 백악관 공보국장은 비서실장으로 영전하리라는 관측도 나온다. <폴리티코>는 익명의 백악관 및 공화당 관계자 말을 인용해, 스캐러무치는 라인스 프리버스 비서실장의 후임을 염두에 둔 인선이라고 전했다. 지난 11일 <워싱턴 포스트>는 프리버스가 백악관 파워게임에서 밀리고 있으며, 이방카 트럼프 부부와 멜라니아 트럼프가 대통령한테 경질을 요구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한편 러시아 스캔들 한가운데에 있는 트럼프의 사위 재러드 쿠슈너 백악관 선임고문은 24일 청문회에서 러시아와의 내통 혐의를 강하게 부인했다. 그는 상원 정보위원회 비공개 청문회에 출석하기에 앞서 발표한 성명과 청문회 이후 기자들과의 만남을 통해 “나는 (러시아와) 공모하지 않았고, 어떤 외국 정부와 공모한 대선캠프의 누구도 알지 못한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율이 고전을 면치 못하는 가운데서도 탄핵과 탄핵 반대 의견은 아직 팽팽히 맞서고 있다. <유에스에이 투데이>와 아이미디어에식스가 17~19일 1330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조사를 한 결과, ‘탄핵해야 한다’와 ‘탄핵하지 말아야 한다’는 의견이 42%로 똑같았다. 트럼프가 ‘탄핵을 당하면 혼란스러울 것’이란 응답과 ‘탄핵당하지 않으면 더 혼란스러울 것’이라는 응답도 34%로 동일하게 나타났다.
전정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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