섭씨 17도 찬물서 맨몸 낚시에 대어 추격전
내년 3월 대선 앞두고 ‘건강’ 과시하려는 듯
내년 3월 대선 앞두고 ‘건강’ 과시하려는 듯
블라디미르 푸틴(65) 러시아 대통령이 올여름 휴가지에서 또 ‘스트롱맨’ 이미지를 연출했다.
크렘린(크레믈)궁은 지난 1~3일 푸틴 대통령이 남시베리아 투바공화국에서 휴가를 즐기는 모습을 촬영한 사진과 영상을 5일 언론에 배포했다. 영상을 보면, 푸틴은 프레임 밖에서 카메라 플래시 터지는 소리가 요란한 가운데 상반신을 탈의한 채 낚시를 즐기는가 하면 다이빙복을 입고 물속에 들어가서 작살총으로 큰 물고기를 잡기도 한다. 세르게이 쇼이구 국방장관 등과 함께 하이킹과 카약, 버섯 채취도 즐겼다.
러시아 <시베리안 타임스>는 이날 크렘린궁이 배포한 사진과 함께 ‘푸틴이 타이가 호수에서 강꼬치고기를 추격했고, 2018년 대선 출마에 대해 생각해보겠다고 약속했다’는 제목의 기사를 게재했다. 강인함을 앞세운 사진과 영상의 목적이 차기 대선 캠페인에 있음을 드러내는 제목이다. 푸틴은 세번째 대통령 임기를 보내고 있는데, 내년 3월에 4선에 도전하리라는 걸 의심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호수의 수온이 섭씨 17도 아래여서 대통령의 수영에 찬성하지 않았다”며 찬물에서 두 시간이나 강꼬치고기를 추격한 푸틴의 체력을 추어올렸다. 또 “푸틴이 휴가와 재충전을 위해 이 지역을 방문한 것은 처음이 아니지만, 그는 이번처럼 항상 새로운 곳에 눈길을 준다”며 푸틴의 도전정신을 강조하기도 했다.
푸틴은 전임자인 보리스 옐친 전 대통령과 달리 ‘강한 지도자’라는 점을 과시하기 위한 목적으로 사진을 ‘방출’해왔다. 2009년 여름에도 같은 지역을 방문해 웃통을 벗어젖힌 채 말을 타거나 접영을 하는 사진 등을 배포했다. 지난해 12월에는 휴양지 소치에서 훈련 중인 유도 국가대표팀 훈련장을 방문해 에치오 감바 코치와 연습경기를 했다.
때로는 ‘과한 설정’ 탓에 조작 논란에 휩싸이곤 한다. 2008년 연해주 국립공원에서 사진기자한테 달려드는 야생 호랑이를 마취총으로 제압하는 장면을 담은 사진을 올리기도 했으나, 이후 2012년 ‘동물원 호랑이’였다는 설이 제기돼 구설에 오르기도 했다. 이번 여름휴가 사진과 영상에도 푸틴이 펄떡거리는 물고기를 잡아올리는 장면은 등장하지만, 실제로 스스로 낚싯줄을 던지고 작살총을 쏴 물고기를 잡았다는 사실을 인증할 수 있는 ‘순간 포착’은 이뤄지지 않았다.
전정윤 기자 ggum@hani.co.kr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 1~3일 남시베리아 투바공화국에서 휴가를 즐기며 상반신을 탈의한 채 물고기를 잡는 모습. 사진 <시베리안 타임스> 누리집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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