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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국제일반

중남미 국가들, 미성년 결혼제도 잇단 폐지

등록 2017-08-21 16:29수정 2017-08-21 20:54

온두라스 이어 엘살바도르·과테말라도 의회 통과
‘가족 명예’와 ‘성폭행 출산 아기 양육비’ 문제로
“성폭행범이 피해자와 결혼하면 면책” 악습 철퇴
엘살바도르 소녀의 날을 축하하는 소녀들. 사진출처: 플랜 인터내셔널 누리집
엘살바도르 소녀의 날을 축하하는 소녀들. 사진출처: 플랜 인터내셔널 누리집
라틴아메리카 국가에서 성폭행범의 면책에 악용됐던 조혼 제도가 잇따라 폐지되고 있다. 지난달 온두라스에 이어 엘살바도르와 과테말라도 최근 미성년자 결혼 금지 국가 대열에 합류했다.

<에이피>(AP) 통신은 19일 엘살바도르와 과테말라 의회가 미성년자 결혼을 불법화하는 법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고 보도했다. 두 나라 의회는 17일 나란히 법안을 통과시켰는데, 미성년자가 임신하고 부모가 동의한 경우에 결혼할 수 있도록 한 예외 조항을 삭제했다.

엘살바도르에서는 원래 결혼 가능 연령이 18살이다. 다만 1994년부터 18살 미만이라도 부모 동의가 있으면 결혼할 수 있도록 예외 조항을 뒀다. 한 소녀의 권리와 건강 및 교육 등 삶의 질을 영원히 뒤바꿀 수 있는 결정인데, 당사자 의사와 무관하게 부모와 판사만 허락하면 성폭행범을 포함한 성인 남성과 결혼할 수 있었다.

라틴아메리카 국가들은 가톨릭교도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지만, 무슬림 국가들처럼 성폭행 피해를 가족의 수치로 여기며, 성폭행범과 딸을 결혼시키는 것을 ‘명예 결혼’으로 미화하는 악습이 존재했다. 특히 시골 지역 성인 남성들이 어린 소녀를 대상으로 성범죄를 저지른 뒤 처벌을 피하는 ‘구멍’으로 널리 악용돼 왔다.

엘살바도르 정부가 2015년 미성년자 결혼 실태를 파악해보니, 12~17살 2만2361명이 결혼을 하거나 사실혼 관계에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가운데 60%는 가난한 시골 지역에 거주하는 성인 남성과 관계를 맺고 있었다. 피해자 가족들이 ‘가족의 명예’를 지키고, 성폭행으로 태어난 아기 양육을 떠맡지 않으려고 딸을 성폭행범과 결혼시키는 사례가 많다고 <로이터> 통신은 전했다.

유니세프(유엔아동기금) 통계를 보면, 엘살바도르뿐만 아니라 전체 라틴아메리카와 카리브해 국가에 사는 15~19살 소녀 11%가 결혼했거나 사실혼 관계에 있다.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의 헤더 바 선임 연구원은 “엘살바도르는 2030년까지 미성년자 결혼을 종식시키려는 ‘2016년 지속가능한 개발 목표’를 수행한 국가 가운데 하나”라고 말했다.

과테말라 의회도 엘살바도르와 같은 날 성인과 16살 이하 미성년자의 결혼을 금지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이 법안은 한 달 내에 발효된다. 지난달에는 온두라스 의회가 임신하고 부모의 동의가 있더라도 18살 이하 미성년자의 결혼을 금지하는 법안을 만장일치로 가결했다. 코스타리카 역시 최근 미성년자 결혼을 금지하도록 법을 개정했다고 헤더 바 연구원이 전했다.

인권단체와 여성단체들은 이른바 “네 성폭행범과 결혼하라” 법을 폐지하려고 수년간 집중 캠페인을 벌였다. 이집트·모로코·요르단·방글라데시·잠비아·탄자니아·레바논에서 법이 폐지되는 등 성과를 봤다. 그러나 시리아·리비아·쿠웨이트·이라크·바레인·팔레스타인 등 중동 국가들, 동남아시아 가톨릭 국가인 필리핀, 중앙아시아 타지키스탄에 여전히 악법이 남아있다.

전정윤 기자 ggu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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