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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국제일반

“김정은에게 충성 다해라” 마지막 월북 미군 사망

등록 2017-08-22 14:49수정 2017-08-22 16:59

1962년 월북 제임스 드레스녹, 지난해 사망
두 아들 동영상 출연 “당의 사랑받다 돌아가셨다”
루마니아인 부인과 낳은 두 아들 인민군 복무
‘우리민족끼리’가 올린 동영상에서 제임스 드레스녹의 두 아들이 인민군복을 입고 아버지의 사망 사실을 밝히고 있다. 드레스녹은 북한에서 홍철수라는 이름을 썼으며, 두 아들은 각각 홍순철(오른쪽·큰아들), 홍철이라는 한국식 이름도 갖고있다.
‘우리민족끼리’가 올린 동영상에서 제임스 드레스녹의 두 아들이 인민군복을 입고 아버지의 사망 사실을 밝히고 있다. 드레스녹은 북한에서 홍철수라는 이름을 썼으며, 두 아들은 각각 홍순철(오른쪽·큰아들), 홍철이라는 한국식 이름도 갖고있다.
북한에서 살아온 ‘마지막 월북 미군’ 제임스 드레스녹이 지난해 사망한 것으로 뒤늦게 알려졌다고 <시엔엔>(CNN)이 북한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선전 매체 ‘우리민족끼리’를 인용해 22일 보도했다.

북한에 살고있는 드레스녹의 두 아들 테드 드레스녹과 제임스 드레스녹 주니어는 ‘우리민족끼리’가 지난 19일 ‘미국계 조선인민군 군관들과의 특별 대담’이라는 제목으로 올린 동영상에서, 아버지가 지난해 74살을 일기로 뇌졸중으로 사망했다고 밝혔다. 웹사이트 <민족통신>을 운영하는 재미동포 노길남씨가 진행한 이 인터뷰에서 큰아들 테드는 “아버지는 공화국의 품에 안겨 돌아가시는 순간까지 당의 사랑과 배려를 받다 돌아가셨다”고 밝혔다. 그는 “아버지께서 당부하신 한 가지가 있다면, 경애하는 김정은 원수님께 충성을 다 하는 충성둥이가 돼라, 자식들도 그 길을 빛내게끔 잘 키우라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둘째 아들은 “다만 정부와 당의 배려를 더 받다 돌아가시지 못한 게 아쉬울 뿐”이라고 말했다. 군복을 입고 나온 이들은 북한 어투의 한국어를 유창하게 쓰며 자신들이 인민군에 복무한다고 밝혔다. 테드는 자신의 계급이 상위(한국군 대위와 중위의 중간 계급)라고 밝혔다.

북한에서 사망한 것으로 전해진 월북 미군 제임스 드레스녹의 모습.
북한에서 사망한 것으로 전해진 월북 미군 제임스 드레스녹의 모습.
드레스녹은 주한미군 사병으로 복무하다 1962년 휴전선을 넘었다. 그는 2006년 영국인 감독이 만든 다큐멘터리에서 탈영 당시 상황을 밝혔다. 휴전선에서 근무할 당시 부인과 이혼을 겪었고, 선임인 병장의 서명을 위조해 여성과 데이트하러 간 것이 적발돼 군법회의에 회부될 위기에 처했다고 했다. 그는 “내 유년기, 결혼생활, 군생활 등 모든 것에 넌더리가 났다”며 “갈 곳은 한 곳(북한)뿐이었다”고 말했다.

드레스녹은 북한의 선전영화에 미군 역으로 출연하며 유명세를 타기도 했다. 1968년 발생한 푸에블로호 피랍 사건을 다룬 영화 <대결>에서 월북 전 미군 일병이었던 그는 4성 장군인 미군 합참의장 역을 맡았다. 대학에서 영어를 가르치고, 북한 지도자들의 글을 영문으로 옮기는 일도 했다. 북한군은 자신이 북한에서 행복하게 살고 있다는 그의 음성을 녹음해 휴전선에서 미군 대상 선전활동에 이용했다.

동료 탈영병이었던 찰스 젠킨스는 드레스녹이 평양에서 루마니아 여성과 재혼했다고 전한 바 있다. 루마니아 여성과의 사이에서 이번에 동영상에 출연한 두 아들을 낳았고, 그 아내가 사망한 뒤에는 북한 여성과 결혼해 세 번째 아들을 낳았다. 드레스녹의 북한 생활을 증언한 젠킨스는 역시 주한미군으로 복무하다 1965년 베트남전 파병이 두려워 월북했고, 2004년 탈북해 부인이 사는 일본에 정착했다.

드레스녹이 지난해 사망한 게 맞다면, 왜 북한 쪽이 사망 사실을 뒤늦게 알리며 동영상 자료까지 배포했는지 의문이 생긴다. 이번 동영상은 유튜브에도 올라왔다. 미국과의 대립이 격화된 상황에서 서구인들을 상대로 한 선전활동의 일환이라는 해석도 가능하다.

이본영 기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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