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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국제일반

내전국 덮친 콜레라…최악 위기국 ‘예멘의 눈물’

등록 2017-08-24 16:06수정 2017-08-24 21:53

2014년부터 계속된 내전에 이란, 사우디 등 개입
사회기반시설 파괴로 상하수도 등 마비
오염된 식수원 때문에 50만명 이상 콜레라 감염

내전에 콜레라까지 덮친 예멘에서 한 여성이 콜레라에 걸린 아이 옆에 앉아 있는 가운데, 밖에서 한 남성이 안쪽을 쳐다보고 있다. 사진 출처: 국제적십자위원회(ICRC) 예멘지부
내전에 콜레라까지 덮친 예멘에서 한 여성이 콜레라에 걸린 아이 옆에 앉아 있는 가운데, 밖에서 한 남성이 안쪽을 쳐다보고 있다. 사진 출처: 국제적십자위원회(ICRC) 예멘지부
3년째 이어진 내전으로 1만명이 숨지고 300만명이 피란을 간 예멘에 콜레라까지 덮쳤다. 세계보건기구(WHO)는 3개월 사이 50만명이 감염되고 2000명이 숨진 것으로 추산한다. 유엔은 살벌한 폭격과 콜레라, 심각한 식량난과 식수난에 고통받는 예멘을 “세계 최대 인도주의 위기 국가”로 규정했다.

예멘 군인 야쿠브 자예피는 지난 8개월간 월급을 받지 못했다. 저축했던 돈은 바닥이 났다. 이웃한테 빌린 우유와 요구르트로 근근이 버텨왔다. 6살 딸 샤이마는 영양실조로 야위어 갔고 피부는 창백해져 갔다. 자예피는 지인들한테 급하게 돈을 꾸어 딸을 수도 사나에 있는 병원에 입원시켰다. 샤이마는 그나마 운이 좋은 편이다. 예멘 인구 절반 이상은 병원 치료를 받지 못한다. 국제적십자위원회(ICRC) 자료를 보면, 예멘 병원 가운데 45%만 운영되고 있고, 필요한 의약품 가운데 30% 정도만 공급되고 있다. 자예피는 23일 <뉴욕 타임스>에 “우리는 죽거나 하늘이 돌파구를 열어주기만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예멘은 아랍에서도 가장 가난한 나라였던데다 잦은 내전으로 정정 불안이 심했다. 하지만 이번엔 예멘에서 11년간 일했다는 국제적십자위원회 예멘지부 부대표 요하네스 브루어도 “이런 고통은 처음 본다”고 말할 정도다. 2014년 9월 시아파 이란의 지원을 받는 후티 반군이 압드라부 만수르 하디 대통령에게 반기를 들고 수도 사나를 점령하면서 또다시 내전에 휩싸인 뒤부터다. 2015년 3월부터는 수니파 사우디아라비아가 주도하는 연합군이 이란의 세력 확대 저지를 목표로 군사 개입을 시작하면서 내전이 격화됐다. 지금은 사나가 있는 서쪽은 후티 반군이, 동쪽은 정부군이 통치하고 있다.

한 예멘 남성이 콜레라에 걸린 딸 옆에 앉아 있다. 사진 출처: 국제적십자위원회(ICRC) 예멘지부
한 예멘 남성이 콜레라에 걸린 딸 옆에 앉아 있다. 사진 출처: 국제적십자위원회(ICRC) 예멘지부

예멘 전역에서 대부분의 사회기반시설이 파괴됐다. 의사·간호사와 공무원 등 위기관리 필수 인력들은 1년 가까이 정부군과 반군 어느 쪽에서도 임금을 받지 못하고 있다. 이들은 생계를 꾸리기 위한 부업을 찾아 떠나고 있는데, 그 가운데는 상하수도 시스템 기술자도 포함돼 있다. 올해 4월17일부터는 상하수도 시스템 운영이 완전히 중단됐다. 사람들은 배설물에 오염된 우물물을 퍼 마셨다. 열흘 뒤 그 틈을 비집고 콜레라가 창궐했다고 <비비시>(BBC) 방송은 전했다. 2010~2011년 75만명이 콜레라에 걸린 아이티와 함께 최악의 콜레라 발병 사례다.

선진국에서 콜레라는 치명적인 질병이 아니다. 손을 깨끗이 씻고 깨끗한 물을 마시면 예방도 쉽다. 깨끗한 물이 ‘사치품’인 예멘에서는 사정이 다르다. 영양실조에 걸린 채 오염된 물을 마시는 어린이와 노약자에겐 특히 생명을 위협하는 질병이다. 사우디 연합군이 1년 이상 영공을 비행금지구역으로 설정해 치료를 위한 출국도 가로막혀 있다.

예멘 보건당국은 이미 지난 5월5일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유니세프(UNICEF)·세계식량계획(WFP)·세계보건기구(WHO) 등 유엔의 세 기구 대표는 지난달 예멘을 합동으로 방문했다. 이후 지난달 27일 공동 명의로 발표한 성명을 통해 “세계 최대 인도주의 위기 가운데 발병한 세계 최악의 콜레라”라고 우려를 표했다. 유엔은 예멘 인구 약 2500만명 가운데 1천만명 이상이 지금 당장 국제사회의 지원을 필요로 한다고 판단하고 있다. 올 한해에만 23억달러(약 2조6000억원)의 기금이 필요하지만 현재까지 41% 정도만 확보된 상태다.

최악의 국가적 위기 상황 속에서도 내전은 쉽사리 종식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정부와 반군 사이의 갈등에다 사우디와 이란의 중동 패권 갈등까지 중첩돼 있기 때문이다. 23일에도 수도 사나에는 사우디군의 공습이 가해졌다. 현지 소식통들은 이날 새벽 4시께 2층짜리 모텔이 공격을 받았고 60명이 폭사했다고 전했다.

전정윤 기자 ggu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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